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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Green Grass Of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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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경작금지 땅을 일구었다
볕이 들지 않는 방에서 눈을 떴다
발을 뻗을 수 없었다
밥상 위는 날로 푸르러졌다
거친 밥도 쌈을 싸면 잘 넘어갔다
혹 벌레 알을 보았다 해도 입을 다물었다
엄마는 가끔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 상추를 다 뜯어가 버렸다고
빈 바구니를 내동댕이칠 때였다
그나마 남의 밭이라는 것이 위안이었다
철조망 쳐진 봄을 드나드는 엄마는
빈둥거리는 종아리를 내리쳤다
연둣빛 멍은 꿈속까지 뿌리를 내려
희망은 늘 경작금지 구역이었다
어느 날 포크레인이 갈아엎어 버리곤 했다
문밖에 꽃이 만발하면 등은 더 시려왔다
천장에 비가 새는 저녁이면
그리움도 남의 땅에 키우는 푸성귀였다
비를 맞으며 한 잎 한 잎 살이 쪘다
엄마의 잔소리가 낡은 레코드판을 돌리면
가슴은 초록으로 미어터지곤 했다
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이건 아닌데 위 제목의 모르는 노래 대신 이 노래 가사가 떠올랐네요.)<br />
장성혜 시인님 시 오랫만에 봅니다. <br />
기존에 가끔씩 보아왔던 '봄 이미지' '초록 이미지' '추억(회상) 이미지' 가 이번에는 새로운 옷을 입고 함께 짜잔 등장했네요.<br />
'남의 땅에 키우는 푸성귀 같은 낡은 그리움'에 저도 한 번 푸르게 푸르게 가슴 미어터지고 싶네요.<br />
시 찬찬히 읽고 감상평 다시 올리겠습니다.<br />
건필을.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경작금지 구역에 키우는 희망<br />
금속성 굉음으로 단번에 갈아엎어지는 <br />
그 보잘 것 없음이<br />
끊임없이 반복되어 피어올리는 <br />
푸성귀 한 잎새... 희망은<br />
강철로 된 무지개 !!!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슈퍼 갈 때마다 보는 경작금지 공터를 보고 주절거려 본 글에 <br />
정독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br />
버려도 버려도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이성률님의 댓글
이성률 작성일행마다 심혈을 기울여 쓴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보다는 부분이 더 좋게 느껴집니다. 장 선생님, 잘 읽고 갑니다.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휴경지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참 좋아해요<br />
<br />
올 여름에는 휴경지를 찾아 시베리아나 티베트나 아프리카 끝이나<br />
<br />
아무데나 돌아다녀볼까봐요<br />
<br />
휴경지가 있는곳이면 어디나<br />
휴경지 같은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br />
......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죽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죽을 수 없다던 유경희 시인이,<br />
시베리아, 티벳, 아프리카 끝으로 골라잡아 돌아다니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br />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나 보네요.<br />
다 나도 가보고 싶은 곳인데....<br />
부럽기도 하고, 살살 배가 아프네요! 좋은 경험 많이 하길 바래요.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br />
다 휴경지 같겠지요.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시베리아, 티베트........ <br />
동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는 시베리아, 고비, 몽고, 티베트 <br />
그쪽 하늘을 넘어가는데요. 그랬어요, 끝없이 이어진 <br />
갈색의 풍경, 사막과 사막 사이 가느다란 인공의 흔적.<br />
저렇게까지 적막하고 쓸쓸한 풍경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요.<br />
어떤 별에 지적 존재가 있는지 여부를 관찰할 때 <br />
보통 인공적인 선이 있는가를 따지게 된데요. 정말 그런 식으로 살펴보는데<br />
가늘고, 슬프도록 흐릿하게 선들이 그어져 있고 <br />
마을인듯한 점들이 보이더라구요. <br />
잘 생각하셨어요. 걸어가서 그속 한 점이 되어보세요. <br />
<br />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시 하나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하고 이런 대화를 나누게 하니 그래서 시가 좋은거겠지요<br />
<br />
그 속의 한점이 되어서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오지 않는 방법을 연구중입니다<br />
여름방학이 시작되려는 학교는 요즘 평화롭습니다<br />
오래간만에 시험에서 해방된 아이들이 여러가지 제목의 책을 들여다보는것을 보면서 죄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문제집의 감옥에 가둬둔것 같아서......<br />
<br />
어제는 학교안의 글쟁이들을 모아서 상을 주면서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br />
<br />
아직 예쁜 시를 쓰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br />
그래서 흐믓한 생각도 들고<br />
하여튼 우리 시 열심히 쓰기로해요<br />
시로 죽어가는 이 지구를 구해야하지 않겠어요<br />
너무 거창했나???????<br />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괜찮을 거예요. 힘에 부치면 ~ 독수리 5형제가 나타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