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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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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정임
댓글 5건 조회 2,393회 작성일 07-10-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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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다  



(칼 가세요 가위 가세요)
조근조근 녹음 테잎을 틀어놓고
칼 갈아 주는 이
화요일마다 아파트 입구에 서있다

몇 십 년 끼고 살아온 무딘 칼 하나 있다
처음엔 서슬이 퍼랬는데
싫단 소리 한번 못해보고 참아낸 세월에
그 서슬 무디어지고 군데군데 이까지 빠졌다
지금은 연한 무 조각 같은 몸 위에서도 곧잘 미끄러진다
<늙은 게야 >
그 때마다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은 웬지 그 날 한번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다
무며 감자며 호박 같이 무른것들
파며 마늘이며 생강 같은 독한 것들
그 쇠심줄 같은 고기 한점 까지도
썩둑썩둑 서슬 퍼렇게 잘라내고 싶다
너무 날카로워 푹푹 상처가 난 몸들이 피 흘린다 해도


칼을 그에게 내민다
(잘 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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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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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심기 불편한 일이 있었나 봐요^^ 시가 무서운데요^^ 어쩌면 독하게 살지 못한 자신을 위해 다시 날을 세우고 있는 건지도...사물에 내면을 빗대어 쓴 시...잘 읽었습니다...그런데...제목은 좀 바꿨으면 싶네요...시가 날카로울수록 제목은 부드러웠으면 하는.......아이러니 같은...연출이 훨씬 시의 재미를 더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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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혹시 퍼렇게 세운 칼날 앞에 기미도 못채고 서 있는 이가 나라면?^^<br />
그렇다 해도, 무엇이라도 베어내겠다는 화자의 결의에 박수를 치겠습니다.<br />
흐물흐물 무너지는 각을 곧추세워 봅니다.<br />
서슬이 서런 시 기대하겠습니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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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오래된 칼과 자신의 동일시, 그에 대한 옹골진(?) 반응, 유시인님에 외유내강의 오기에 혼자 웃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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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말걸기 치고는 너무 살벌했나요? 무며 감자며 호박같은 무른것들이라도 반듯하게 썰 수있으면 다행이다 싶은 나날인데 .....<br />
효선씨 제주도에서 좀 날아오지 않고  얼굴좀 보게...<br />
허선생님 김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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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날을 세우고, 그 첨단에 서자면 <br />
몸은 얼마나 가벼워야할 지, 얼마나, 제 몸을 버혀내고 <br />
삭혀내야할 지...... <br />
썩둑썩둑 서슬 퍼렇게 잘라내고 싶다.... 싶다'에서 <br />
그치시기 바랍니다. 진짜 잘라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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