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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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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
햇살이 좋다고
이리 환하지는 않으리
하늘이 파랗다고
저리 푸르지는 않으리
분명 누가, 그동안 버려두었던
먼지 낀 창 하나
맑게 잘 닦았기 때문이리라
오늘은 아예 그 창 열고
빙그레 웃음 몇 개
바람에 풀어 놓았기 때문이리라
장마도 아니고 우기雨期라던
정말 다시는 올 것 같지 않던
환하고 푸른 날
언덕에 올라
나 혼자 넉넉해져
이대로 영영
눈 감아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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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오래만에 창을 넘어 맑은 하늘이 들어옵니다.<br />
길고 길어 지루했던 雨期, 어둑한 창을 투명하게 닦는 시인이 있어<br />
이 세상은 절망스럽지 않는가 봅니다<br />
파랗고 환한 이 시편 속에서 청량한 숨을 쉽니다<br />
그런데, 언덕에 올라 영영 눈 감지 마세요 ^^<br />
김 시인님의 산소 같은 詩를 마시고 숨을 숴야 하니까요 ^^*<br />
이제는 우산을 접을 랍니다, 환한 가을을 들여놓겠습니다.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유유자적 하십니다. 요즈음은 어쩐일인가 정말 푸른 하늘 보기가 힘이 듭니다.<br />
그래서 어쩌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면 열일 제쳐놓고 그 하늘 바라보며 앉아 있고 싶어집니다.<br />
이시보니까 그런 파란날 생각납니다. 그런데 회장님 너무 푹 빠져 계신것 아니십니까?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날 좀 잡아보소. 이 시가 <황토>라는 월간잡지에 초대시로 청탁 받아, 거금 9만6천원을 받았습니다. 번개합시다.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언덕에 올라, 그렇게 넉넉해진다면<br />
부는 바람에 몸을 말려 덕장의 황태처럼 가벼워질 겁니다.<br />
그러니 김시인의 시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br />
잘 말려진 몸 한 조가리로 안주삼아도 흉되지 않겠고.<br />
거금을 준 황토께는 몸을 조금 발라내 보시하시압.<br />
늦가을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처럼 푹 익어버린,<br />
농익어 단물 뚝뚝 흐르는 김시인의 시 한 편으로 <br />
흐린 내 창을 닦습니다....... 닦아봐야 간유리지만 <br />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