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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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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기6
-비료꽃에 대한 기억
검정 세단은, 이른 방학을 선포했다.
수산시장 갈매기 울고,
뱃고동 울리는 학교 떠나
땡볕 허허, 벌판에서 웃었다.
운동장 강아지풀 깔아 뭉갠 아홉시 뉴스
방송국 몰카에 찍힌 동영상 1세대,
여름 내내 아침이슬 먹고
구정물 토하는 돼지도 웃었다.
장날에 89-19-19 내뱉은
거짓말 같은 세상, 믿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 없는 교실로 등교했다.
저들의 푸르른 상록수 부르면서
웃기지도 않는 개그맨의 꿈을 접었다.
콩나물 시루, 고추 넣고 마늘 넣고
콩나물 무치는 아저씨 보다
더 붉은 입술이 두려웠다.
가을비 내릴 때 은행으로
증권회사로, 전자 회사로 친구들은 떠났다.
가짜와 진짜, 어우러진 짝퉁보다
교문 앞 해양 경찰서 전경들
무목적적 합목적성의 21-17-17
바리케이트 비료꽃이 붉을수록
칠비의 밤꽃은 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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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서시인, 어떻게 그작은 체구에 그렇게 많은 슬픈 기억들을 담고 있는지 날마다 목이 메입니다.<br />
올해는 밝고 튼실한 예쁜 아가씨 만나 동글동글하고 따듯한 사랑의 시 쓸수있기를 빕니다.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전에도 얘기했지만 서 시인은 지금의 시의 경향이 몸에 맞는 듯 하네요. 물고 터지듯 쏟아지는 시의 홍수 물리치지 말고 다 받으세요. 매일 응원할게요.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