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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가을 기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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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늦가을 기차에서 >
젊은 날 언젠가도 이 길을 지났었다 그 때 십일월은 왜 그리 슬픈 눈빛이었는지 찌푸린 하늘은 울지도 못하고 무엇에 꽁꽁 묶여 있었던 것 같다
어제에서도 덜 준비된 세미나에서도 그 누구의 말씀에서도 훌훌 풀려난 지금, 뜨거운 차 한 잔으로도 저 혼자 충만 되어 깊어가는 계절
철길 옆에 날아오르는 장끼의 살 찐 울음. 질리지 않는 시골 친구의 덤덤한 표정 같은 텅 빈 들판을 지나, 치악산 쯤 떫고 창백하던 석양이 감빛으로 익어 40호 화폭을 마무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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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성률님의 댓글
이성률 작성일슬픈 젊음이 훌훌 풀려난 중년의 40으로, '울음'과 '텅 빈 들판'이 '화폭'으로 마무리지어져 따뜻하네요. 다만 불필요한 어미는 과감히 생략하면 좋을 듯 싶네요.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같은 길을 지나며 느끼는<br />
같은 풍경도, 그렇게 다르죠 ? <br />
그러고 보면 이제 회장님도 감빛으로 익어가는 40호 화폭처럼<br />
익어가는 중인 가봐요.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최근에 우연이 본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라는 영화에서 73살 먹은 주인공에게 젊은 사람이 늙어서 가장 나쁜게 뭐냐고 물으니까 젊은 날이 생각나는거라 말하더군요. 이해가 갈듯도 하고 공연히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회장님 시 읽으면서도 딱 그런기분 드는거 웨죠?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그림이 참 좋습니다. 풍경 하나가 자연스레 눈에 잡힙니다. <br />
1연에서 이미지를 서술하면서 군말이 좀 붙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났었다의 '었', '왜 그리' '무엇에' '던 것 같다'를 빼고 읽으니 더 깔끔하게 읽힙니다.(독자의 횡포?) <br />
독자에게 너무 친절을 베푸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