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넌 누구니?
페이지 정보

본문
넌 누구니?
그리움은 분오리 돈대에 선 나를 취하게 했다
언젠가 온 듯한 그리 낯설지 않은 분오리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의 정적은
상상의 부력을 만들고
나는 여전히 취한 모습으로 돈대 위에 서 있다
태초에 샘물처럼 흐르던 소박한 분오리 저수지
부패를 모르던 생물들은 은빛 비늘로 물살을 빗질하며
자양분을 찾아 돌아 다녔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자양분을 찾기 위해
바람을 빗질하며 여기 서 있는가
한 해 한 해 다가오는 삶의 계단처럼
물무늬는 내 앞에 자꾸 나타났다
윤회라고 하기엔 금방 분신 없이 버려지는
그렇다고 탁란(濁亂)은 아닌 것이
일몰은 너무 쉽게 나를 받아 들였다
돈대 주변에 쌓아 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두엄냄새가 난다
어둠이 발등에 내려앉자 누군가 나를 불렀다
저 두엄처럼 오래오래 뒤엉켜 함께 할 넌 누구니
추천0
- 이전글밀린 숙제들...그러나... 07.05.02
- 다음글축제/구회남 07.04.30
댓글목록

손영미님의 댓글
손영미 작성일발등의 떨어진 일몰, 그 숙성된 내면에 힘이 또 한 번의 자양분으로 거듭나 싹을 키웠군요. 돈대의 일몰... 오래도록 여운을 줍니다.

이성률님의 댓글
이성률 작성일다양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행은 누가 보아도 탁월한 표현으로 생각할 것 같고요.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표현과 전개가 많이 활달해졌습니다. <br />
시를 밀고 나가는 힘이 점점 더 강(?)해지는 듯 해서 보기에 좋습니다.<br />
건필을.<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