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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잎들 - 2006 여름,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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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태식
댓글 3건 조회 2,676회 작성일 06-09-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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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잎들
- 2006 여름, 포항

그 해 여름 나무 잃고 떠도는 잎들
이른 추위 밀고 섰던가
붉은 수건으로 얼굴 가리고
출퇴근 거리 가로막거나 가로다녔다

가다서다 가다서다 구르는 잎들
여름 내내 흘낏흘낏 굴러갔지만
눈알 좀체 뜨끈뜨끈 달아오르지 않았고
핏줄 조마조마 불끈 솟지 않았다

그늘 포기한 나무
때마다 가지들 뚝 뚝 분질러 치웠고
남은 가지에 듬성듬성 달린 잎들
바람 불기도 전에 일제히 고개 돌렸다
뒷하늘엔 반역동적인 구름 유유히 흘렀다

잎들과 잎들 사이로 말 많은 토끼
내 안에 황금알 낳는 거위 있다
가시 많은 장미 흔들어 무지개 만들며
촐랑촐랑 뒤뚱뒤뚱 거리 휘저었다

그 토끼 구린내만은 확실해서
미처 가을 오기도 전에
황금내 마신 잎들 누렇게 부황 들었다
잊혀질 때면 이따금 멀리서 개 짖었고
입덧만 심한 토끼 자주 개처럼 짖었다

여름 내내 나무 묵묵부답했으나
뿌리 없는 꺾꽂이 가지들 세우고
헤쳐모여 한 노회하게 낡아가는 잎들
귀도 밝아라 나무의 이야기 주워 섬겼다

단출해진 나무에 걸친 무지개 뒷마당에는
미처 겨울 오기도 전에
장미 가시에 찢어진 잎들 널브러졌다

여름 가을 겨울 가고 봄 오도록
입 잠근 나무 처음처럼 그저 꿋꿋했고
오래 깨지 않는 깊은 겨울잠 들어서야
마침내 잎들 다시 한 통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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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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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남시인님, 성한게 아무것도 없군요. 겨울잠 깨면 뭐 달라지는거 있을까요. <br />
묵묵부답, 그저 답답한 마음입니다.<br />
추석 잘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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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댓글

김효선 작성일

  시 제목처럼 글이 따로 노는 잎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람되지만 각기 연들이 따로 놀고 있어 생각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지를 치고 따로 노는 잎들을 모아 산문시로 하나의 나무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정말 멋진 나무 한 그루가 탄생할 것 같은데요...물론 제 생각입니다^^<br />
리토피아 식구들의 한가위는 보름달처럼 하시는 일 모두 둥글둥글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물론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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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합평회에서의 회원님들 의견을 따라 6,7, 8연에서 중복되어 표현된 시어들을 없애거나 바꾸고, 늘려놓았던 8연 1행을 줄이고, 마지막 두 행도 앞 뒤 행을 바꾸었습니다.<br />
합평회가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좋은 말씀 주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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