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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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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陰
시골집 안마당 감나무 하나, 키는 한 길인데 그림자는 열 길. 나는 그런 여자를 알고 있다. 허구한 날 매를 맞는, 밤새 술주정을 받아주어야 하는, 바람은 저 혼자 다 펴놓고 의처증인 남편을 둔, 하루 종일 나가지도 못하는 여자. 참아도 참아도 삐져나오는 한숨, 덕지덕지 낀 기미 파운데이션으로 눌러놓은, 창 너머 어둡고 긴 귀퉁이 닳은 그림자 같은 여자. 그녀가 지워질듯, 아니 지워지지 않으려는 듯 희미하게 웃을 때, 그녀의 작은 뿌리가 뚝, 소리를 낸다.
길·4 ―
청량리서 영주까지 기관사여, 함부로 경적을 울리지 마라
지금 나는 절정! 얼어 있는 양수리 풍경, 나무 위 빈 까치집 하나, 뜻 모르게 애처로운 저녁 새들, 평범한 지붕들까지. 이 순간 결코, 경박함을 주문하지 않았다
청량리서 헤어지던 친구는 영주까지 세 시간 반을 어떻게 견디냐 했다
길이란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진행형이고, 먹고 싶은 곳만 베어 먹을 수 있는 빨간 사과가 아니다
친구여, 너는 어디를 베어 먹으려고 견딘다고 한 거냐?
< 현대시학 9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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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過陰 <br />
어제 처음 읽고 술 주정부리는 건 남편인데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의아해하면서, 제목을 달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다시 보았더니, 어쿠쿠 완전 오독했네요.<br />
영 죽어지내는데 음기가 승했다고 할 수는 없고, 과거사로 돌리기에는 열 길 그림자가 너무 깊고 넓으니,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br />
넘치는 그늘? 지나친 그늘?<br />
이왕 한 오독이면 계속 오독으로 밀고 나가 먹고 싶은 것만 베어묵는 사과 만들어 버리나 어쩌나...<br />
시 잘 읽었습니다. 건필을.<br />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뭐, 오독이 어디 있겠어요. <br />
모든 읽기는 이독(異讀)일 뿐이며, 좋은 시는 다양한 이독을 허락하는 시일 것 <br />
읽는 이마다 저의 경험과 살아낸 흔적을 비추어 새로운 뜻을 생산하는 시일 것.<br />
그러니 새벽 네 시에 집에 들어가, <br />
남편도 없는데 쿨쿨 잘 자는 마누라에게, 잘 잔다고 술투정이며<br />
잘 익은 사과의 부분만 베어 먹은 <br />
나 또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거겠지요 <br />
.......................에구... 들켰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