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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성큼성큼 내려온다
삼십년 전 산을 벗 삼은
내 아비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 마흔 일곱
더위도 때 되어
그만 저 온 곳으로 돌아가건만
가야 할 곳 잊은 채
여전 앞만 보며 허둥거리는
슬픈 중년아
백(魄)은 땅으로 가도
혼(魂)은 하늘로 떠났으리
이십년 전 먼저 간
친구의 무덤 찾아 예 갖추자고
말 모으는 친구들아
죽은 이를 위한 새삼스런 예우에
나는 그저 무심이다
아비와 친구는 산을 내려와
오래 전 이미
내게로 다시 왔다
성큼성큼
산이 다가온다
내 가야 할 산이
몇 자나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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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이시 단숨에 쓴건가요? 짜집기 한 흔적은 안보이네요. 내가야 할 산이 몇 자나 가깝다.<br />
마음 찡하네요. 일년을 마무리하는 첫날에 좋은 작품 읽고 갑니다.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남시인 시는 머리가 나빠 못 읽었는데 머리를 내려 놓고 읽어도 술술 읽힙니다 그려. 유 시인님 말 마따나 단숨에 내려쓴 시 같네요.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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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와 친구는 산을 내려와<br />
오래 전 이미<br />
내게로 다시 왔다<br />
<br />
이 귀절은 절창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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