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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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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기2
-중동역 가는 길
또, 만났습니다. 다리미 사오신 삼촌,
굿판의 나라에서 무궁화 피도록
모나미 연필로 편지 보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모래 씹은 삼촌은
이제 제 나이를 닮았습니다.
귀국 선물 전자시계는
열 살의 시간 '광주'를 포획하지 못했습니다.
주름 펴지 못하는 다리미 타고
달려온 삼촌, 전남대학 병원
감나무 뿌리로 늙어가는 실핏줄
아버지 닮은 손을 포갰습니다.
장례식장 빗줄기 머나먼 바다를 손질했습니다.
알 수 없어요. 미놀타 카메라가 시간 도용할 때,
형 데리고 바다로 가출한 누나, 앨범 속에 없습니다.
장독대 앞 누렁이만 찍힌 칼라 사진,
중동역 가면서 바라봅니다.
고흐의 '영원의 편지' 별들에게 읽히고
돌아서는 저에게 인상파는 두렵다고
붉은 커피가 저녁을 마십니다.
지구의 어떤 마을, 독한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중동역에 정박한 다리미 떠내려 갑니다.
메이디인, 국적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다리미 사오신 삼촌을 둔, 북십자성 아빠'<br />
시 참 좋습니다. 아릿아릿 꿈들이 몰려오네요.<br />
앞 뒤로 흔들리는 어깨짓과 함께. <br />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중동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겹침,<br />
시적 장치의 효과가 절묘합니다. <br />
국적불명의 다리미는 어디로 떠내려 갈까요<br />
결국 우리는 모두 별이 되어 그렇게...<br />
묵독 후 오래 짜아안했습니다

서동인님의 댓글
서동인 작성일
허청미 선생님, 고맙습니다.<br />
큰 어르신 앞에 큰 절 올립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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