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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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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기 5
-국도 17호선
서동인
그 길 따라, 중학교에 갔다.
나는 가을 선생, 1학년
국어책이 통통배처럼 떠다니는 교실
닻을 내리자, 봄도 아닌데 햇발을 타고
김영랑 시인이 찾아 왔다.
북을 치면서, 난데 없이 소리하고 싶을 때
갈까~ 보다, 가, 을~까 보다.
어린 왕자 같다고 애들이 웃을 때,
운동장 축구공이 창문을 깼다.
철없는 소나기 복도에 내릴 때,
첫 사랑이 다녀갔다. 굿하는
퇴근 길 거북 호수, 선소 앞바다 나비 울 때
개도 막걸리는 하얀 물거품으로 웃었다.
감히, 이순신 장군과 동석을 했다.
끝내, 김기림 시인은 오지 않았다.
휴직한 국어 선생님 가신 날,
화단에 핀 국화 옆에서 아이들이 울었다.
이른 폭설로 17호선 국도로 이탈한
가을 열차, 차창 속에 숨은 아이들
설익은 뺨을 가로수가 후려치고 있었다.
노을 속으로 박히는 유리창 파편,
빨갛게 고니 떼들이 달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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