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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슬플 예정이다/2013 미네르바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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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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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아마도 슬플걸.
모레도 별 수 없이 슬프겠지
글피는 당연히 슬플 거야
내일은 답이 없는 내 일 때문에 슬플 걸.
모레도 별 수 없이 성난 파도를 맞고 슬프겠지.
글피는 당연히 시가 써지지 않아 슬플 거야.
눈이 오면 그대는 똥 대신 눈을 굴려
내일은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들겠지.
모레는 눈사람에게 똥을 바를 걸
글피는 눈사람은 녹고 똥만 남겠지
내일, 모레, 글피가 눈덩이처럼 구른다.
구르고 굴러 한 해가 눈사람처럼 녹는다.
쇠똥구리의 일 년 후, 여전히 쇠똥을 굴려
말똥구리의 십 년 후, 여전히 말똥을 굴려
개똥구리의 백 년 후, 여전히 개똥을 굴려
슬플 예정임으로
축배를 들자.
넝쿨째 굴러올 슬픔을 위하여
입안에서 탱글탱글 닭똥집을 굴려 봐
다 함께 슬프게
쇠똥구리, 말똥구리, 개똥구리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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