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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아름다움/2013 애지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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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깨어진 계란에서 얇은 막을 타고 흐르는 노른자의 침
사라진 뽀얀 젖가슴 대신, 짝짝이 젖가슴의 수평 칼금
배설물을 받아 재채기하는 구멍 막힌 좌변기의 동심원
머릿속의 회로를 보여주는 머리칼 없는 투명한 대머리
골목길에서 개의 딱딱해진 대변을 밟은 발바닥의 오지랖
버려진 빵 봉지가 틀어막고 있는 구멍 난 공원의 벤치
얼굴을 노트삼아 레이저로 꼭꼭 눌러 쓴 점자 일기장
하객으로 간 결혼식에서 배가 나온 신부 드레스의 지퍼
주검을 씻겨 저승 갈 노잣돈으로 살아가는 염쟁이의 이승
나는 여기에 살고 있지 않으며,
하릴없이 빙판을 쏘다니는 떠돌이.
가끔 ,백 년 전에 내가 쓴 글을 해동하여 읽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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