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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어디가신다요/2013 리토피아 가을호,경기신문 아침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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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신다요
비 저리 내리는데 이른 새벽부터 어디 가신다요.
파도가 뒤집은 놀음판 화투장같은 비 들이치는데,
조반도 안 자시고 어딜 급히 가신다요.
술 마시면 개 되는 아랫방 주씨 밤새 고래 고래잡고,
지 마누라 패는 매 타작 소리, 정적을 찢는 신 새벽,
빗금으로 치는 회초리, 꽃잎 덩달아 하릴없이 지고,
퉁퉁 불은 개울물, 두리둥실 꽃배 타고 떠내려가는데,
근데, 아부지는 어딜 그리 말도 없이 간다요.
아부지 가신 길에 밥알 같은 꽃잎들 떨어져,
지게 지고 다시 오실 길을 환히 밝혀주는데.
집 나가신 울 아부지,
장맛비에 꽃잎 씻겨나가 길을 잃었나.
같이 갔던 꽃비만 되돌아와
팔랑팔랑 저리도 환하게 내리누나.
-계간 리토피아 가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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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비하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좀 덜한 편이다. 태어나기 전 아버지의 뱃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또한 아버지의 손보다 어머니의 품에서 유년을 보냈기 때문이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머니라는 존재보다 그 의미가 가벼운 것도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어쩌면 지난 시절 희생적인 어머니상에 대한 보상적 의미도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말없이 집을 나가시어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시들어 떨어지는 꽃비와 대비되어 짠하게 배어난다./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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