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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 /안심하고 절망하기 /2013 리토피아 겨울호(집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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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절망하기///2013 리토피아 겨울호(집중조명)
해꽃이 우주를 돈다. 달꽃이 지구를 돈다. 별꽃이 땅을 돈다. 칩이 구른다.
룰렛이 구른다. 꽃잎이 구른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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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 퀴퀴한 지하실, 천 길 땅 속 차라리, 열려라
지옥문 몽환이 새끼집을 짓는 사이 쿵, 소리가 난다. 꽃잎이 으깨진다.
뿌연 초승달이 끌끌 혀를 차며 언뜻 가렸다가 보였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전율이 인다. 찢어진 꽃잎 사이로 보이는 흐린 하늘,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틈을 타 달이 손 내밀어 일으키네. 별이 흙을 툭툭 털어주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하네.
이제야 꽃은 안심하고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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