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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시동인지 제3집 '민달팽이 한 마리가'(리토피아포에지72)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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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72
민달팽이 한 마리가
인쇄 2018. 3. 5 발행 2018. 3. 10
지은이 김유석 외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94-1 03810
값 9,000원
1. 저자
지평선시동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시인들을 주축으로 하여 2010년 결성되었다. 현재 고향 유흥에서 농사를 짓는 회장 김유석 시인과 김인숙, 나왕수, 문상봉, 박윤근, 배귀선, 안성덕, 이강길, 이승훈, 이영종, 이인순, 임백령, 장경기, 장종권, 전창옥, 지연 시인이 참여하고 있다.
2. 서문
시인의 말
3집을 묶으면서
황금 들판을 돌돌 말다 보면,
지평선이다.
지평선을 쭈욱 펼치다 보면,
황금 들판이다.
지평선시동인 일동
3. 목차
차례
김유석
아악惡, 몽夢! 11
도둑맞는 죽음 13
민달팽이 한 마리가 15
복음福音 16
김인숙
그믐달 18
배설의 기억 20
예의 22
엔딩 크레딧 24
갈대비, 쓸다 26
나왕수
밥 흥정 28
문득 29
소통 30
어머니의 가을 31
고수 33
문상봉
월인천강月印千江 36
만가輓歌 39
마하반야바라밀다 41
오월 위봉사에서 43
망해사望海寺 2 47
박윤근
달빛 감는 고양이 50
허방의 기법 52
삐비꽃 54
쇄빙선 56
새 발의 문장 58
배귀선
환청 60
수목장 61
맨발 62
약장수 63
거울의 배후 65
안성덕
젖 67
비목동행比目同行 68
풀농사 69
적막 70
장대비를 가르는 법 71
이강길
열반涅槃 74
칠갑산 여인상 75
노랑머리 부랑자 77
어떤 골목 78
천변갈대 80
이승훈
난 좋다 82
가을에 83
삶의 터전 84
영산암의 달 85
어느 절에서 86
이영종
그림자 이식 88
햇발에 대해 궁금함 90
얼굴이 쓸쓸에 스치면 91
야구공 93
정읍역 95
이인순
욕지도 98
사랑 -꿈 100
가을비 101
임백령
오월五月 103
금구金溝 104
색을 바꾸기로 했단다 106
리니지 108
광화문光化門 110
장경기
原爆祭 112
미사일 한국 (Missile Korea) - Age of broken faces 115
로봇성자 2-나는 당신의 미래예요 - 당신은 나를 만들었습니다 118
장종권
시골길 121
별타령 122
호토전·15 123
혀, 마음대로 안된다 124
전창옥
포살 126
개벽 131
불일폭포 132
지연
항아리 속에 떠다니는 밥알처럼 134
압화 136
무인택배함 138
수풍 마을로 가는 길 139
꽃관 141
해설│안성덕
길을 위한 한 편의 서사 144
―이영종 「꽃의 고요를 핥아라」외, (『지평선 시동인지』2017 제2집)
4. 작품
●김유석
아악惡, 몽夢!
어릴 적 잃어버린 고무신 한 짝
잃어버린 신발 대신
울먹울먹 끌고 오던 초승달 생고무신
발자국이 닮아
헐거운 짝발 벗겨지지 않았다.
신은 채 잠들면
발바닥이 빨리 자라
점점 꼭 끼었다.
걸음이 커져도 항상 오종종한 게
밥풀떼기처럼 따랐다.
맨발의 기분
뒤로 걷는 듯한 느낌,
초승달만큼 눈을 뜨고
초승달빛 만큼만 침침하게 걸었다.
소나기 떼 몰리던 둥근 밤이었다.
소나기 떼가 쏟아 놓은
진창에 한 발 빠졌다, 휘영청
한 발은 공중에 들고
세상을 기울이듯
절룩거리기 시작했다.
초승달을 신었는데 구두징 소리가 났다.
달이 부풀며
발자국이 사라졌다.
신발을 벗고 살펴보니
아악, 발바닥이 둥글다.
도둑맞는 죽음
만기보험금을 탔다.
왠지 공것 같아 한 잔 마신다.
무심코 집는 마른안주처럼
계약서의 약관을 훑으며
뒤늦은 계산을 당겨본다.
이런, 멀쩡히 살아있다는 게 엄청 손해다.
질병 한 번 앓지 않고
꼬박꼬박 지불해 온 육신
종종 아파야 밑지지 않는 생보다는
죽고 싶을 때 죽지 못한 생의 순간들에
공연히 울화가 치민다.
꼭 그렇지만은 않기를 바라며 들었으나
막상 지나고 보니
이런 억울한 갑질이 또 있나
죽음을 담보한 육신보다
건강을 담보한 죽음의 몫이
훨 높게 책정된 수치들
죽음의 방식에도 차이가 있구나
아쌀하게 죽는 것보다
시름시름 시들어야 가장 값진 죽음
그러나 나는 살아 있다.
병들고 죽은 것들이 판치는 이승에서
부의금 대신 축의금을 받아 한 잔 한다.
죽은 자의 몫을 훔쳐 먹는 삶도 있을 것이니, 필경
빈 술병 같은 생에 취할 수밖에는
·
민달팽이 한 마리가
집 나온 지 오랜 몸이 끈적임과 더듬이만 남아
맨살로 타일 벽을 밀어 간다. 제자리인 듯 두리번두리번
벼랑을 바닥처럼 타는 집도 절도 없는 먼 노숙露宿
껍데기를 버리고 터득했을 느린 보법이 편안해 보이기도하다.
어렵게 살면 어렵고 쉽게 살면 쉬운 연체軟體의 세상이
완생完生에서 미생未生으로 시간을 데려가는 것 같다.
달팽이로부터 멀어지는 지루한 행보가 죽음을 닮았으나
벽에 붙어 있는 한 용하게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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