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고종만 시집 '화려한 오독'(리토피아포에지70) 발간
페이지 정보

본문
리토피아포에지?71
화려한 오독
인쇄 2017. 11. 20 발행 2017. 11. 25
지은이 고종만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92-7 03810
값 10,000
1. 저자
고종만 시인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태어났다. 2017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2. 자서
시인의 말
시의 마을을 기웃거린 지
십여 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나에게 시는 온전한 내 목소리
온전히 발가벗은 내 고백이었으므로
쓰는 아픔과
아픔을 보는 기쁨 속에 묻어 왔었습니다.
영원한 연인인 내 여식이
제 짝을 찾아 떠나면서
이제는 시의 연인들을 만나 덜 외로우라고
슬몃 시의 마을 안으로 등을 떠밉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지만 떠나는 마음을 위하여
이 고백을 내밉니다.
2017년 가을 파도리에서
고종만
3. 목차
차례
제1부
먼 길 15
숲에서 온 편지 16
문턱 18
알받이 닭 19
돌의 노래 20
사금파리 21
유성 22
수박 고르기 23
그늘 24
젓가락 25
간잽이 26
그 해 세밑 27
부자 28
한 손 29
매미 30
토막말 31
연인산 32
할메와 염소 33
눈길 34
제2부
장터 37
흰제비꽃 38
누구며 누구인가 39
붕장어가 사는 법 40
똥파리 41
현정이의 계산법 42
빈손 43
허드렛돌 44
가지치기 45
원죄 46
산도화 47
해송 48
울음 49
침몰하는 밤 50
앵두 51
편지 52
깊어지는 법 53
도랑물에 얼굴을 씻자니 54
오래된 의문 55
제3부
재덕이 59
말복 60
거룩한 의식 61
잃어버린 풍경 62
토막잠 64
화려한 오독 65
그냥 그렇게 66
풀밭 위의 식사 67
할머니 말씀 68
아내의 생일 69
은비녀 70
빚으로 남은 말 71
그 마을 72
환청 73
학 74
슬픈 꿈 75
문 76
버즘나무 77
하얀 집 78
제4부
텃밭 81
풋사과 82
집을 허물며 83
네가 내게 있었구나 84
비슷비슷한 85
목 자를 찾습니다 86
그때 우린 뭘 가지고 그렇게 웃었지 87
주목이 사는 법 88
맹모삼천지교 89
현정이의 일기 90
손가락 91
할메의 시간들 92
꽃단장 93
낙화 94
벽 95
꽃지에 가면 96
유랑견 97
소 98
꿈 99
한 대답 100
발문/김삼주
결코 화려하지 않은, 사람과 세상 읽기 103
―고종만의 시세계
4. 평가
왜 ‘화려한 오독’일까. 무엇을 어떻게 말해서 ‘화려’하고 무엇을 어떻게 읽어서 ‘오독’했다는 것일까. 이 시집 어디에서도 ‘화려한’ 시적 정황이나 ‘화려한’ 수사는 물론 ‘오독한’ 세상사의 의미는 찾을 수 없다. 만나는 시들은 하나같이, 그릇으로 치자면 뚝배기 같다. 그것도 오미를 갖추어 잘 차린 상에 오른 잘생긴 뚝배기가 아니라 시장 골목 목로주점에서 장국을 담아내는?전이 닳아 허옇게 벗겨지고, 밑바닥은 거칠어 밀어도 제자리를 비켜나지 않는, 그러면서도 제 본디 살집은 두터운 그대로여서 구수한 장국을 오랫동안 따듯하게 담고 있는?뚝배기 같다. 뚝배기 같은 질박한 어법, 충청도 해안 지방의 향토어가 뚝배기의 거친 살결처럼 돋아 맛을 돋우고, 느리지만 무거운 어조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 담긴 따듯하고 구수한 그 무엇을 오래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그의 시들은 화려하지도 않고 무엇을 오독한 것도 아닌 듯한데, 그렇다면 ‘화려한 오독’이란 진정한 세상 읽기라는 의미에 대한 반어일까, 아니면 시 쓰기 행위에 대한 자조적 자기풍자일까.
5. 작품
먼 길
누구일까 그는
먼 길 위에서,
헐렁해진 남루
암면 같은 창가에 정오의 시계바늘처럼 서 있는
그는 누구일까
먼 길을 먼눈으로 더듬는
그가 궁금한 삼경
첫눈이 내리는 어둔 모퉁이에서
눈 밝은 세상 한복판까지
긴 발자국을 세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
숲에서 온 편지
뿌리는 뿌리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얼크렁설크렁 뒹구렁물그렁
어깨에 어깨 걸고
가슴에 가슴 잇대고
다 그렇게들 사네요
겉잎에 속잎
묵은 잎에 햇잎
얼크렁설크렁 뒹구렁물그렁
작은 건 작은 대로
너른 건 너른 대로
다 그렇게들 사네요
간간이 아우성도 치지만
얼크렁설크렁 뒹구렁물그렁
굽은 건 굽은 대로
뒤틀린 건 뒤틀린 대로
다 그렇게들 사네요
난 자리에 들면서,
든 자리에 또 나면서,
문턱
사형수 곁에서
밤을 함께 지세우지 않은 자
문턱,
그 높낮이에 대하여 논하지 마라
알받이 닭
단칸 철망에 갇혀
한 줌 모이로 기꺼이 하루를 사는
저 알받이 닭의 삶에 대하여
애써 외면하렵니다
또한 한 줌 모이를 던져 주고
저 알받이 닭의 생을 착취하는
저 사내의 삶에 대하여
또한 애써 외면하렵니다
하지만, 저 알받이 닭에게 씌워진
철망이 풀리는 그날이
저 알받이 닭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저 사내가 위대해 보입니다
돌의 노래
사람들은 내가
씨앗 하나 키우지 못한다
손가락질만 합니다
뜨거워질 수도
차가워질 수도
속내까지 흥건히 젖을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내가
인정머리 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만 합니다
늘 내 가슴은 열려 있어
불상도 키우고
마리아상도 키우고
꽃과 나비도 키우고 있는데
사람들은 내게
똥 묻은 신발이나 비비고 갑니다
- 이전글2017년 송년회 조촐하게 마무리 17.12.27
- 다음글백인덕 시집 '짐작의 우주'(리토피아포에지 70) 발간 17.11.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