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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환 시집 '별빛학개론'(리토피아포에지 55)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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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55
별빛학개론
인쇄 2017. 2. 20 발행 2017. 2. 25
지은이 윤종환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76-7 03810
값 9,000원
1. 프로필
윤종환 시인은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에 재학 중이다. 2015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 대한민국 청소년 미래인재대상, 인천독서교육대상, 인문학 유공으로 여성가족부장관상, 통일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국민안전처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2. 시인의 말
별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에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방법을,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면
비로소 본인이 빛나고 있음을,
한 움큼의 고마움,
또 한 움큼의 설렘으로
글을 끄적이다
소소히 펼쳐봅니다.
2017년 1월
윤종환
3. 목차
제1부 번역하는 남자
우표 15
번역하는 남자 16
멈춘 시계 18
뮤지컬 22
사진가 24
빨래집게 26
감기 28
시린 우산 30
한 시인의 고백 32
벽이 못에게 34
못이 벽에게 36
하루 사랑 38
귀뚜라미 40
체중계 42
은밀한 상륙작전 44
자석 46
제2부 퓨전 한식당
손톱 51
나의 우유 공장장님께 52
사랑니․1 54
사랑니․2 56
점과 선의 밤하늘 58
꽃비 60
불꽃도 꽃이다 62
달팽이가 달팽이인 이유 64
클립 66
귤 68
죽음 앞에서 70
장미의 서른 번째 가시 72
퓨전 한식당 74
사무실의 토끼 76
김밥 단무지 78
고무신 80
제3부 반딧불 사용법
찬물을 줄 수 없는 날 85
마음 비우기 86
비누 88
반딧불 사용법 90
졸음 92
민들레꽃 94
옛날 노래 96
금붕어 98
180100
롤러코스터102
그의 역사 앞에서—일성 이준 열사를 추모하며 104
바람에 올리는 기도106
도라지꽃의 속사정108
화산섬을 품은 바다111
지렁이의 몸부림114
제4부 생명의 탄생
바나나는 하얗다119
벼120
이쑤시개122
먼 바다125
별126
생명의 탄생128
눈사람130
낙타132
항아리의 고백134
두꺼비의 가부좌136
어부138
가을의 잉태140
떡142
해감144
그대라는 바다를 품고146
해설/백인덕:인식의 확장을 지향하는 역설의 맹아萌芽들
―윤종환의 시세계147
4. 평가
윤종환의 작품들, 특히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의 절반 정도는 시적 수법의 수월성보다는 정서적 이해를 바탕으로 마주하게 된 세계와 사물에 대한 감성적 인식의 기초를 튼튼히 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로 가득하다. 주체-객체와 같은 기존의 거대담론에 무작정 의지해서 시세계를 정립하거나 위장僞裝하기보다는 시인만의 방법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맹아萌芽, 즉 기대할만한 새싹의 단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백인덕(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우표
또박또박 네 이름 쓴 편지봉투 위
온몸을 그리움으로 풀칠한 채
웃으며 대大자로 드러누워
잠든 그대 품으로 날아가는 내 모습
그대는 알까
며칠 뒤 우편함에 담길 사연과
손마디 끝에서 묻어나온 떨림
그 흔적이 흥건하게 젖은
부끄러운 한 사람의 끄적거림을
번역하는 남자
그는 오롯했던 밤을 읽었다
침묵에 오고간 심장의 활자를
거침없이 저만의 필체로 써내려 갔고
펜촉처럼 날카로웠던 키스의 끝자락에는
서명처럼 마크가 박혀 있었다
가슴 한 구석
지워지지 않는 침과 잉크의 향은
번역가의 예술처럼 붉었다
혀끝부터 퍼진 활자는 순식간에
온몸의 모세혈관까지 마비시켰다
이성이 책장 덮을 수 없도록,
본능에 충실한 줄거리 해석
시간을 훔쳐간 탐닉의 언어
그는 자정 12시 같은 사상을
입술 건너 장미향 터널 속으로
넘겨버렸다 망설일 순간도 없이
목구멍 너머로 퍼지는 새로운 언어
다른 곳에서 태어나
다르게 살아온 두 식물성 객체
번역된 글과 주제 하나로 결합되는 밤
서로를 비틀며 자라나는 줄기
결말로 갈수록 짙어지는 활자 향기
밤은 그에게
몇 번이고 읽히다 끝내 번역됐다
가장 붉은 언어로, 첨예한 향기로
멈춘 시계
시계는 언젠가 시간을 잃어버린다
너무나 가까운 존재지만
예고 없이 멈추고 마는 시계
대처할 수 있는 건 없다
건전지를 새로 바꿔 낀다 한들,
그것은 인공적인 상황 대처일지 모른다
1.
벽에 걸린 시계가 생을 마감했다
줄에 목을 매달고 죽은 것처럼
발버둥 칠 힘도 없이 조용히
무안하게도 한 곳만을 향해 매달려 있다
시간의 죽음을 보는 순간
누구든 한 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째깍 소리를 내보라고
시체로 다가가 뺨따귀를 때리지만
멈춘 바늘은 심장이 굳은 상태
애도할 겨를도 없이 처량한 죽음
2.
내 손을 감싸던
내 맥박 소리를 가장 가까이 듣던 이가 오늘 떠났다
나와 이리저리 부대끼며 체온을 나누고
심지어 손목의 때마저도 공유하던 이
삶에 익숙해져 갈 즈음
길을 걷다 무심코 손목을 보니
더는 숨 쉬지 않는 모습에 놀라
근처 시계방으로 뛰어갔다
응급구조사, 의사 선생님
제발 이 생명을 되돌려 주세요
이렇게 예고도 없이 떠나갈 수 있나요
다시 태어나 나를 감싸주세요
그대의 흔적이 자국처럼 손목에 선명한데
미온한 작별 인사 준비
곁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볼 걸
3.
눈 떠라 일어나라 밥 먹어라 씻어라 학교 가라
게으르지 마라 기지개를 켜라
잔소리만 울어대던 알람시계가
목소리를 잃었다
아침 밤낮 할 것 없이 짜증만 냈는데
물티슈로 단 한 번 얼굴 닦아준 적 없는데
알람이 울릴 때 세게 내리치기만 했는데
가까운 듯 멀리하고 싶었던 시계
유난히 알람이 귓가에 울리는 순간이다
녹음이라도 해놓을 걸
어떤 이가 알람시계를 녹음해 놓을까
당연히 나를 위해 목청 높이길 바랐던 것
그 이기심을 경고하던 물건
다시 살아난다면 잘 일어날 텐데, 그 목소리에
가장 가깝지만
가장 놓치기 쉬운 시계, 언젠가는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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