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권순 첫시집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리토피아포에지46) 출간
페이지 정보

본문
리토피아포에지․46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인쇄 2016. 6. 23 발행 2016. 6. 28
지은이 권순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66-8 03810
1. 저자
권순 시인은 경북 봉화 출생. 2014년 ≪리토피아≫ 신인상 수상. 중앙대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현상>과 <막비> 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2. 자서
봄날이다.
자꾸 먼 곳을 보게 된다.
더딘 걸음으로
먼발치에서만
서성거렸다. 그렇게
에둘러 오는 동안
먼 산이 가까워졌다.
2016년 5월
권 순
3. 목차
제1부 사과 반쪽, 반쪽 사과
다리의 다리를 보았다 15
아직 16
머린호르, 눈먼 18
못 20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22
지금은 먼지인 것 24
바닥을 보이다 26
불금, 불곰 28
오후 29
현기증 30
전야 32
고양이 도너츠 34
포인트를 들키다 36
파동,청수탕 38
자전거를 타고 온 여자 40
누군가 다녀가다 41
사과 반쪽, 반쪽 사과 42
나전역 44
제2부 꽃자리
마른 것들이 운다 47
두브로브니크의 밤 48
산왕거미집 50
옥수수 52
남지장사 가는 길 54
꽃자리 55
등을 보인다는 것 56
바다에서 잠을 자다 58
독백을 배우다 60
적막이 기다리다 61
쌀, 모래 62
소리를 보다 64
산수유 66
마을버스 68
확 70
소금으로 씻는 다리 72
수련 74
제3부 가을볕이 아깝다고
모새달 77
외할아버지 79
감자 80
잠실에서 82
맨스필드의 사진 네 장 84
양말의 기억 86
어떤 가족 88
얼룩 90
송아지가 만 원이래요 92
그들은 안녕한지 93
그것도 좋은 일이여 94
꼬마 바틀비 96
우리는 우리 생애에 98
푸른 안경을 쓰다100
흥수아이102
기억하는 냄새가 있어요104
가을볕이 아깝다고105
꽃상여106
제4부 그 물소리
4월의 눈109
그 물소리110
이안치킨집은112
봄날114
달둔에 가다116
그날 아침118
그림자120
여자 3호122
이방인이124
통점126
당신, 거기128
소한무렵130
주말농장132
실종134
사과136
분순할매138
환승140
눈사람142
해설/이경림:따뜻하고 쓸쓸한 시간의 기록 143
―권순 시인의 시세계
4. 해설
예술의 한 장르인 이 시대의 시에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발견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시대의 고독은 사라진 그 인간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마치 본적도 없는 쥐라기의 공룡을 그리워하듯 자연nature의 본질적인 인간애를 그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권순의 시의 출발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욕망이 훼손시킨 것들을 불러내어 그들이 현대라는 怪時代의 그늘에서 어떻게 소외되고 잊혀져 가는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주체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혹은 아주 잠깐 지나가는 어떤 현상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드라이하기 짝이 없을 것 같은 이 작업에서 독자가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그의 시선에 밑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마음’이라는 소우주 속은 과거나 현재 혹은 미래 같은 이분법적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그저 과거는 현존하는 부재이며 현재 역시 부재하는 현존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불러내는 모든 시간들이 따뜻함이란 질료로 짜여진 인드라의 그물로 연결된 존재현상에 다름아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우리가 무심히 스쳐지나온 혹은 잊고 살아온 시간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이경림(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다리의 다리를 보았다
구절초 하얀 길에
좁다란 다리 하나 있다
발목은 부러질 듯 아슬하고
녹슨 철골 앙상한 종아리는 자꾸 부서져 내린다
거뭇하게 더께 앉은 저 다리 아래
물의 살이 다리의 종아리를 갉아 먹는다
다리에서 떨어져 나간 자갈이
물의 살에 밀려 자그락거린다
누가 입에 물었다 뱉어 놓았는지
아랫도리에 멍이 든 갈대들
다리의 다리를 빠져나온 바람이 쓸고 간다
바람이 물의 살을 삼키려 한다
다리의 다리를 보았다
샛강 낮아진 날 보았다
다리의 다리가 위태로웠다
아직
나의 방에는 8월의 햇살이 남아 있다
먼저 간 당신이 머물고 있다
망막이 상한 왼쪽 눈을 검진한 날의 오후가 있다
입 꼬리를 씰룩이는 햇살이 남아 있다
햇살을 지그시 누르는 고요가 있다
책상 위 검은 자판에 여름의 지문이 남아 있다
너를붙잡을걸그랬어 라고 시작하는 날리지 못한
편지가 남아 있다 여름내 흘린 끈적함이 남아 있다
너를 찌르던 말들이 들어가 박힌 모니터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듯 껌벅이고 있다
아픈 말들이 등을 진 흰 벽에는
오후 다섯 시 반 피카소 미술관 뒤편*이 세로로 걸려 있다
그곳에 바다색 파라솔이 있다
파라솔 그늘 아래 의자는 텅 빈 골목을 닮았다
골목 맞은편 무채색 소파 옆에는
서로 설득 당하지 않던 우리가 함께 들었던 노래들이
고요에 눌려 있다
9월을 살다가 돌아온 나와 8월의 햇살 아래 있는
나의 방이 서로 눌린 기억들을 풀고 있다
그 안에 시간을 닮은 누군가 쉬고 있다
*오영욱의 일러스트 작품 제목.
머린호르, 눈먼
그가 새끼를 낳는다
울부짖는 그의 등에 햇살이 창을 꽂는다
비명으로 태어난 새끼 낙타가 어미 품을 비집으며 젖을 찾는다
핏기 채 가시지 않은 가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어미는 거세게 몸부림칠 뿐 새끼를 내친다
둘러 선 사람들이 등을 토닥이며 어미를 달랜다
그의 솟구친 등에 머린호르가 걸린다
산통을 겪은 젊은 여자가 어미낙타의 등을 쓰다듬으며 노래를 부른다 구성진 노래가 무리지어 가는 낙타들의 등을 넘는다 이윽고 숨을 고른 어미가 고개를 떨군다 머린호르* 연주자는 활을 탄다 어미낙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바람이 묻는다 그대 또 다시 등짐을 지고 모래 언덕을 넘을 것이냐 바람처럼 갈래갈래 찢기며 바람의 발자국 위에서 석양처럼 질 것이냐 눈먼 그대여
*머린호르:마두금이라는 몽골의 민속악기.
- 이전글한지공예가 이닥(이미자) 시인의 개인전 '조선종이는 살아있다' 성료 16.06.26
- 다음글안명옥 시집 '뜨거운 자작나무 숲'(리토피아포에지47) 출간-세종도서 우수도서 선정 16.06.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