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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현 첫시집 '태양의 외눈(리토피아포에지38)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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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38
태양의 외눈
인쇄 2015. 11. 15 발행 2015. 11. 20
지은이 강시현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56-9 03810
1. 프로필
강시현 시인은 1965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2015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2. 자서
시인의 말
하루하루는 간절함이 퍼올린
다다르지 못함과 나아가지 못함이다.
벽시계는 가려움을 증폭시킨다.
비틀거린 날들의 몸부림이 낱말마다 뒤척였기를…….
순간의 삶들이 조각조각 거짓의 파편이 아니었기를…….
2015년 가을
강시현
3. 차례
제1부 판타지 없는 세월의 주름
나는 나 15
어떤 배우의 연기 16
판타지 없는 세월의 주름 17
음력 오월 초하루 20
오래된 사랑 22
시간과 시계 24
밥그릇·1 27
손톱 28
범어泛魚네거리 30
상처의 변주 32
동북아 독도법東北亞讀圖法 34
상엿집 36
상추 38
벚나무 꽃잎이 날리는 거리 40
새벽 청소부 42
때때로 구별이 안돼요 44
비 갠 뒤 46
애매曖昧함 47
노동 48
제2부 빈 문자文字
돌 속에 난 길 51
밤낚시 52
유월 선산행善山行 54
환상이 사라지다 56
소리의 가능성을 관觀하여 57
허영을 도와드립니다 58
반복해서 죽는 저녁 60
밥그릇·2 62
불안한 가을 64
비늘 속의 여자 66
빈 문자文字 68
사월 70
사루비아 72
운문산雲門山 74
귀가 75
하얀 나비 76
인연 78
예감 80
음모陰謀 82
제3부 낙동강洛東江
비 85
빨간 밥그릇 86
낙동강洛東江 87
어떤 공화국 88
죄목罪目 90
존엄한 밥그릇 91
감히 한밤의 쓰린 이별을 말하다 92
겨울 홰나무 94
그게 바로 나였어 96
그리움도 부패한다 98
그립다는 말 대신 99
나무의 말 100
너의 고통에 대한 답장 102
너의 친구 103
달맞이 꽃잎이 된 누나 104
네 마음으로의 불안한 여행 105
마른 흙 위에 쓰네 106
무딘 물음 그리고 날 선 대답 108
부음訃音 110
제4부 하나의 생멸
사랑을 잃은 나 113
도시의 못된 하루 114
돌아보는 길 116
마흔 여덟 117
밤의 십자로 118
생몰 연대기 120
시간時間의 왜곡歪曲 121
희디 흰 터럭 122
중풍이 누워 있는 안방 124
질기고도 긴 하루 126
태양의 외눈 128
며칠을 봄바람 불어대더니 129
턱에 괸 잔주름을 만나다 130
하지夏至의 나뭇잎 132
하나의 생멸生滅 134
황소를 살해하는 미트라신神 135
후회 138
아버지의 자기소개서 140
안개 142
제5부 결단
써서 없애기 145
아버지의 푸른 시계바늘 146
아프리카 영양의 뿔 148
세월이 흐르는 방식 150
행복, 그 어두운 숲속으로 151
압구정역 열한 시 152
야적된 가슴 154
어떤 보람 155
웃기는 짜장면 156
역사歷史의 슬픔 157
유월에 사랑을 잃으면 158
이 순간 160
일기 162
이렇게 될 줄을 모르고 164
강가에서 165
결단 166
경계境界 167
낚시 일기, 하루를 건져내기 168
공녀貢女 170
해설/최광임 171
밥과 죽음과 시간 위의 존엄
―강시현의 시세계
4. 해설 중에서
강시현의 시들은 반도시적이며 현 사회에 대하여 다분히 풍자적이다. 유년기의 체험이었을 밥으로부터 촉발된 강시현의 자존의식으로는 이 사회가 긍정적으로 인식될 리 만무한 일이다.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시장경제 사회로 통합되어 무분별한 경쟁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시민을 경제력으로부터 소외시키고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고 문화로부터 소외시키는 사회는 그에게 유년기의 궁핍을 재생하는 것만큼이나 분노할 일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반도시적이란 그에게 있어 도시에 비해 덜 혼탁하고 좀 더 정서적인 공간으로 상정한 시골, 그 반대급부로서 인식은 아니다. 현대사회로 대변되는 공간적 개념이 도시인 때문이다. 이 반도시적 정서는 강시현 시의 전반에 걸쳐 녹아있으며 이는 곧 그의 시의식을 대변하는 오브제라 해도 무방하겠다. 이런 시대일수록 자신 삶의 정신을 곧추세워 정의롭지 못하고 인정 없는 이 시대에 함몰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발로되는 이유이다./최광임(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나는 나
비를 긋고도
태양을 말할 수 없는 것은
어둠에 대한 나의 매달림!
어둠의 처연한 속도速度
어둠은 튼튼한 아침에 갇혀 있다
언어를 버리면 말에서 자유다
너를 버리면 그대로부터 자유다
왜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반복해서 울먹이려 하는가
그대는 그대,
나는 나,
내 속에 그대도, 언어도, 나도, 없다
어떤 배우의 연기
납빛 여우털 같은 하늘이 내려앉던 날
파르스름히 머리 깎고
파리한 전全 생生 짊어지고
대사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가 보지만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뱃가죽엔 힘이 없고
무대가 질식시켜버린 달셋방의 사상思想
자본의 논리 앞에 불어터진 라면발 앞에서
나의 연기 주식株式은 연일 하종가
밧줄을 매는 실제연기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먹혔다
이상理想은 그렇게 겨우 정리되었다
판타지 없는 세월의 주름
불 꺼진 판타지의 방문을 삐걱거리는 기다림으로 열어요
길었던 하루는 세금고지서 위로 휙 지나갔어요
불치의 종양보다 깊은 후안무치한 이익의 무게가
박애의 분장을 하고 TV 뉴스 속에서 뛰쳐나와요
앙상한 내 가슴으로 허락도 없이 막 들어와요
오늘도 하얀 막대기 같은 목숨들 많이들 속이고 많이들 죽어요
부족한 사랑은 말랑말랑한 보석으로 완치돼요
그 와중에 허약한 내 시간들은 불안한 임금에 조종돼요
어떤 기준인지 동의할 수 없지만 책장에 몇 권의 위인전기가
어둠 속에서 날 보고 히죽히죽 웃어요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중동中東에서만 전쟁이 나고 사람이 죽는 게 아니었어요
쪼들림과 살면서 돈을 셀 줄 몰라요
차라리 가면을 사서 써야 해요
대들어보니 만만치 않아요, 각자 신神을 불러서 면담이나 해볼까요
그럴 때마다 주름이 생겨요
짐승보다 오래 살다보면 역한 냄새가 나고 추해진대요
원하는 것들은 무엇이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려요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나 단명해요
바늘귀도 어둡고 잔글씨도 미간을 찌푸려야 하는 날이 오지요
아침에 다짐한 말을 숯검댕이처럼 잊었다가
일을 그르치고 난 다음에도 아지랑이같이 가물가물한 날이 오지요
혈육이라도 영영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영원의 신화조차 금이 간 밥주발이었단 걸 알게 되지요
옷을 정갈히 장만해 다림질하고 나서는 날이 다반사일까요
넥타이를 풀어요
가족은 따뜻하기만 하고
친구의 맹세는 믿어도 되는 걸까요
지진이 땅위에 올려놓은 사람의 집들을 흔들어 허물 듯
세월은 삶에 세워놓은 지붕을 예고 없이 날려버려요
이제 떠나요, 즐거운 여행이 아닐지라도,
햇살이 사라지고 꽃잎이 잠깐의 화려함 뒤로 숨듯
당신도 나도 세월의 무한한 병풍 속으로 숨어버려요
세상의 허방다리에 빠지고 빠져도 여기까지 애닯게 걸어왔으니
이제 팔폭 병풍 뒤 서늘한 곳에 누워 껄껄껄 세상웃음 소리나 들어보아요
음력 오월 초하루
콩이파리도 배를 뒤집는다
아침부터 동창東窓에 햇살 따갑더니
버찌는 가문 흙 바닥에 검붉은 피 쏟아내고,
일거리 없는 병약한 사내들 가르마 타고
세상의 혈관으로 흐르려
약속 없이 문밖을 나선다
7자로 꼬부라진 벽촌 노인 오일장 보고
버스 기다리는 사이
두어 대 타기도 전에 지난 세월처럼 휘잉 가버린다
잡지도 못한 버스
애원을 뿌리치는 차가운 손처럼 디젤 연기만 시커멓게 싸질러 놓고
안방 벽 액자에 이태를 소식조차 없는 아들이 걸려서
하얀 이 드러내며 웃고,
일소牛 만한 근심이 쪼그라든 어깨에 출렁인다
술 취한 마른 바람, 가슴팍에 젊은 날 서툰 애인처럼 끈적대고
생담배가 바들거리며 때 낀 안경 속으로 타들어간다
오래된 사랑
달콤한 눈물이 어깨선을 타고 내리는
파리지앵의 음악에 젖어
이국의 푸른 눈동자와 익명이 보장된 거리를 걸으며
사랑에 푹 젖을 너의 그리운 샹송
연분홍 목도리를 따라오며
바람에 암호처럼 눈꽃이 날리는 단단한 거리에
코뮤니스트의 밀서 같은 빠알간 루즈 자국을 번지며
콩코드광장의 조형물로 멈춰선
나비무늬 부츠의 샹송가수를 생각한다
단두대의 검붉은 옷감으로 떠다니는 사랑의 낙엽들
앙시앙 레짐의 파편 위로 혁명의 피로한 냄새가 강물을 적시고,
다만 졸린 눈으로 들른 타관 사람들은 시큰둥하게 역을 떠나고
오래된 사랑은 화려한 문명의 입김 아래 술 취해 잠들고
오래된 노래도 지쳐 잠든다
오래된 사랑은 온갖 불면과 키스와 비정非情의 거리를 남긴 채
자본資本의 교과서를 옆구리에 끼고
순수와 현실의 경사진 어귀에서 원금과 이자의 그네를 탄다
유럽의 흐려진 날은 저물고 식민으로 배를 채운 황금사원에 바람이 불면
이 거리에도 죽은 에디뜨 피아프가 홀연 되살아나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지중해성 애무와 키스가 그리운 겨울의 샹송을 불러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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