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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시집 '연기'(리토피아포에지 44)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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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44
연기煙氣
인쇄 2016. 5. 23 발행 2016. 5. 28
지은이 정승열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64-4 03810
값 9,000원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제어번호 : CIP2016011449)
이 시집은 인천문화재단, 인천광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1. 저자
정승열 시인은 1947년 인천에서 출생했다.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단풍, 단풍 2집이 있다. 인천시 문화상과 인천예총 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삼산중학교 교장을 지냈으며, 인천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내항문학회, 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 자서
새롭게 피는 꽃 하나
화창한 봄날 뜰에 핀 꽃나무 한 그루에서
작년과는 또 다른 표정을 읽는다.
꽃을 매단 가지가 달라져 있고
매달린 꽃의 모양새도 새롭다
나무 자체도 훌쩍 자랐고
나무를 지나는 바람도 가지를 흔들어
모양새를 흩뜨린다.
나의 시詩도 이들처럼 날로 새로워졌으면,
하루하루 변화하는 자연과 세상과 삶에서
정말 새롭게 꽃 하나 피워 보았으면,
그게 바로 나의 서정시를 업그레이드 하는 비결인데
미음만 부산하고 바쁠 뿐이네.
2016년 봄
정승열
3. 목차
제1부 연기
달맞이꽃 15
연기 16
나비 18
매미 20
바람꽃 22
등불 센서 25
소견서 26
저 불은 내가 질렀다 27
별똥별 28
나문재 30
걱정 32
민들레 홀씨 33
걸레 36
고드름 37
굴업도 소나무 38
제2부 흔적
잠복 41
흔적 42
꿈의 정거장 44
산 위에 오르며 46
옛집 48
선물가게 49
바보 아저씨 50
환상곡 51
석쇠 52
청개구리의 노래 54
초야 56
물의 사랑 58
바람이 되려면‧2 60
히히 61
봄맞이 하는 법 62
제3부 빙하기
내장사 65
빙하기 66
벽지 68
달 70
정서진 72
찻잔 74
담쟁이 75
돌 쌓기 76
사랑 77
동체同體 되기 78
월미도의 바람 79
선인장 80
철새들의 군무 81
물이 되려면 82
해무 84
제4부 단풍
얼굴-단풍‧19 87
단풍제-단풍‧49 88
만월-단풍‧14 90
길-단풍‧2 92
호수-단풍‧17 94
이별-단풍‧36 96
산문-단풍‧21 98
시詩의 무덤-단풍‧35100
길 끝-단풍‧37102
어린 보살-단풍‧42104
기다림-단풍‧52 107
노을이었어요-단풍‧59108
도량-단풍‧31109
못난이-단풍‧26111
제5부 숲
꿈자리115
숲116
사도세자118
숭어 이야기119
사과의 인상印象120
약수터를 만들며122
난蘭과 겨울124
당신 소문125
침몰126
역에서 129
해설/박서영131
기체들의 춤과 음악
―정승열의 시세계
4. 해설
정승열 시인은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다. 그의 무수히 많은 시편들은 꽃을 비롯한 자연적 이미지에 기대어 있다. 그러나 자연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인의 사유는 꽃과 나비, 나무와 동물, 우주의 현상을 활강하듯 돌아다닌다. 많은 시편들에서 이미지 속을 춤과 음악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연기煙氣란 무엇인가. 사전에 의하면, 어떤 것이 불에 탈 때 생겨나는 흐릿한 기체나 기운을 연기라고 한다. 생을 운반해 가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소멸에 닿게 된다. 우리가 소멸에 직면했을 때 흐릿하게 피어오를 기체나 기운은 강렬한 후광을 남기게 되는데, 우리는 그걸 고통이나 슬픔이라고 부른다. 고통이나 슬픔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같은 것이다. 그런 감정은 밖으로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스스로를 공격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것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므로 더 깊고 아릿하다. 우리가 하나의 꽃과 마주했을 때도 연기는 피어오른다. 특별히 감각이 열려있는 시인은 그 어떤 사물이나 자연 앞에서도 이후의 생을 보고 소멸을 느낀다. 신神적인 어느 화가처럼 세상의 색을 섞거나 흐릿하게 할 줄 알고, 색을 지울 수도 있다. 정승열 시인이 보여주는 세상의 이미지들은 춤이나 음악처럼 무한하고 자유롭지만 그래서 그것들은 기체처럼 기화해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박서영(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달맞이꽃
달빛 아래 허리춤을 내리고
희멀건 허벅지로 춤 한번 추고나면
이리들 야단이다 시인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가엽단다 뽀얀 얼굴이
어둠에서 익은 달뜬 유혹의 목소리가
너무 앳되어 안스럽단다
꿈길에 들어서는 달밤이란 무대에 알몸으로
우유빛 안개를 휘감고 서면
나는 낮에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별이다
연기煙氣
나는 색을 지우는 화가
싱크대 설거지물에다 변기 물을 섞고
라디오 음악 소리에 전화소리를 뒤섞어
버스 뒷좌석 바퀴가 돌고 있는 즈음에 배설을 하면
하루라는 그림이
뭉개진 조간신문 활자들처럼 한없이 시커멓다.
그래서 나는 까매진 생명들의 흔적에서
색을 건져내어 하나씩 하늘에 흩뜨린다.
누구도 나를 제대로 목격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투명하다.
바다에 빠진 아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아
허공에 파란색으로 흩뜨릴 때에도
사람들은 정작 내 죄를 보지 못했다
내가 노랑, 빨강, 연두, 주황색을 거두어
하나씩 하늘에 그림으로 그려낼 때에도
누구도 그 감동을 목격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그림을 그린다
모든 주검으로부터 색을 걷어내어
하나씩 허공에 흩뜨리는 나는
투명의 화가다.
나비
무대 뒤에서
어둡고 지친 시간들을 깡통에 담아
마구 휘저으면서 비명을 지르며 튀어 오르는 색깔들을
먼저 몸에 두른다.
정교한 스텝 뒤로 남는 춤의 그림자에
어제 물가에서 터뜨린 폭죽의 색을 입히고
동대문 길가 패션쑈에서 흘겨 보았던 춤사위에
젖은 무지개를 바른다.
무대 뒤에서
간혹 기다림의 긴 시간을 조금씩 잘라서
햇빛이 내려앉은 잎사귀를 잘근잘근 씹는 연습을 한다.
해서 뽑아낸 색실로 노란 날개깃을 만들고
그도 모자라면 목욕탕에 갇혀 있던 아이의 신음에서
퍼런 색실을 자아내어 연약하고 애처러운 춤사위 하나 만든다
설혹 막이 열리고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로
찬란한 내 춤이 펼쳐진다면
너울너울 내 춤사위만 보지 말고
날갯짓 사이로 흐르는 어리고 여린 색깔들의
숨죽인 노래를 들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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