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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출간(리토피아포에지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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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37
망상가들의 마을
인쇄 2015. 9. 10 발행 2015. 9. 15
지은이 남태식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55-2 03810
값 10,000원
1. 저자 약력
남태식 시인은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이 있다. 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리토피아문학회 화장직을 맡고 있다.
2. 자서
시인의 말
아프다,
온통,
몸마저.
2015년 가을
남태식
3. 차례
제1부 무덤에서
집중 15
언제나없이 16
가위바위보 18
무너져라, 벽! 20
피는 꽃 22
정물화로 앉은 사내 24
벗다 27
다시, 촛불 28
무덤과 새와 꽃이 있는 상투적 풍경 30
한통속 32
무덤꽃 34
첫 키스의 추억 36
첫눈, 당신, 당신의 당신 38
다시 불리어진 노래 40
잠 42
악! 43
이별노래 46
제2부 아프다
앓는 강 51
아니오 52
착각 54
누군가 보시기에는 55
신문에서 코 떼고 56
보든지 댐이든지 58
뒷배 59
농담처럼 60
복제 62
이른 밤 64
미로 66
망상가들의 마을 68
춘추를 묻다 70
중독자들 72
벽 속에 갇힌 새 74
대롱대롱 77
조마조마 78
어떤 셈법 79
제3부 오늘은
오월, 초록 83
오늘은 84
담쟁이 86
양치기 88
하늘 90
꽃과 새가 있는 집 92
놀며 피는 꽃 95
물망초勿忘草 98
이미 꽃 100
꽃들에게 평화를 102
밥 104
공존共存 108
덫 110
협동이라는 말 112
쓰나미가 오는 밤 114
30Km 116
모든 이에게 기본소득을 허許하셨으니 120
제4부 숨은 꽃
숨은 꽃 125
화촉華燭 126
비공식적인 시간 128
그 꽃등이 어떤 꽃등을 130
깊 132
사랑의 방편 134
예정된 이별 136
죽음의 순간 137
죽음의 씨앗 138
죽음의 속도 139
죽음의 분량 140
빈 몸 142
어머! 144
늦잠 146
함께 동시에 나란히 일구는 부부의 집 148
관계 150
2행시편 151
해설/황정산 153
다시 힘을 얻은 맨 언어의 새로움
―남태식의 시세계
4. 평
부정은 한 존재의 가장 주체적인 표현이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타인과 외부 세계에 대한 명백한 자기표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이 아니오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세상의 가치에 사람들이 모두 승복하여 그것을 추수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삶의 요령이 되고 세상을 사는 지혜가 된다. 많은 자기개발서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긍정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이 아니오를 말하지 못하면서 우리 모두는 주체를 상실해 가고 있다. 내 생각이 사라지고 그것을 표현할 내 말도 사라지고 누군가 만든 말 누군가 재구성한 용례 다른 누군가가 규정한 의미로만 말을 반복해서 사용할 뿐이다. 시인이 이러한 현실을 모두 무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주체가 다 죽었기 때문이다. 남태식 시인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주체적 언어의 부활을 꿈꾼다./황정산(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5. 작품
집중
안개가 짙다. 안개가 짙으면 안개에 집중해야만 한다.
안개의 몸피를 더듬어 가늠하고 손가락 발가락의 수를 세어보아야 한다. 안개의 표정은 맑은가 어두운가, 입술은 여태껏 앙다문 체인가 배시시 열리는 중인가, 안개의 속살은 두꺼운가 부드러운가 또 얼마나 깊은가 음습한가 헤아려보아야 한다. 안개의 속살 사이에 들어앉은 나무와 풀과 집과 그 안의 숨결들, 웃음들, 빈 들판의 눈물들, 쉼 없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한숨들을 코로 귀로 숨으로 느껴야 한다. 감전된 듯 감전된 듯 온몸을 떨어야 한다. 언젠가는 걷힐 안개에 뒤따르는 햇살, 뒤따라 날아오르는 새 떼들의 날갯짓 따위는 잠시, 어쩌면 오래도록 잊어야 한다.
바야흐로 때는 안개가 짙을 때, 어김없이 안개가 짙고, 지금 우리는 오직 이 안개에만 집중해야 한다.
언제나없이
언제나없이 꿈은
무덤에서 이루어진다.
무덤이 열리고
아이들이 쏟아진다.
우리가 남이가 얼굴이 없는
짝퉁 우리가 손을 내민다.
살짝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저 주먹 속에는 무엇이 들었나.
저 주먹을 본 적이 있다.
저 주먹과 거래를 한 적이 있다.
그 거래는 무엇이었나.
뒷짐을 지고
한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또 한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또또 한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덤 앞에는 아직은
고개를 가로저은 아이들과
고개를 가로젓는 아이들뿐이다.
모두 걷고 있다.
제자리걸음이다.
언제나없이 꿈이
산허리 높이 올라앉아서도 낮은
무덤에서 틘다.
가위바위보
지나면 큰 집 대문 보이는 무덤가에
오래된 아이들이 왁자하다.
뒷짐을 풀고
한 아이가 손을 펼치면
또 한 아이가 손을 펼치고
또또 한 아이가 손을 펼친다.
머뭇머뭇 뒷짐을 풀고
머뭇머뭇 손을 펼친다.
왁자한 소리 마당은 꽃들 흐드러지게 핀 봄날인데
풍경은 아직 움 안 돋고 망울 안 맺은 겨울 산천이다.
한 아이가 손을 내밀면
또 한 아이가 손을 내밀고
또또 한 아이가 손을 내민다.
펼친 손은 언제 말아 쥐었을까.
내미는 손도 느닷없고
말아 쥔 손도 느닷없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
바위……?
왜?!……
내민 손들은 모두 허공을 향하고
손들이 갸웃하니 허공이 갸웃갸웃한다.
지나면 큰 집 대문 환하게 보여도
오래된 아이들 아무도 아직 무덤가를 못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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