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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영 첫시집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리토피아포에지40)'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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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40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인쇄 2015. 11. 20 발행 2015. 11. 25
지은이 권지영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58-3 03810
값 9,000원
1.프로필
권지영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성장했다. 2015년 수원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동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수원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스토리예술협회 연구위원이며, 독서문화예술, 독서논술 강사이고, 학교폭력 예방교육 놀이학교 단원이다. 저서로 꿈꾸는 독서논술이 있다.
2. 자서
시인의 말
불편한 진실이 거리를 걸어가고
이상한 말들이 안개를 먹는다
‘연기가 아니라 수증기입니다’
서서히 흔들리는 풀잎
바람은 잠을 자고
달은 깨어난다
서늘한 볕에 널어둔 가슴을
거둬본다
막 기지개를 켜는
머리카락 한 올
쓰다듬고 가는 기억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겨울 겨울
이어진다
스르르 몸이 풀릴 때까지
‘굴뚝을 두려워마세요’
2015년 가을
권지영
3. 차례
제1부 내면의 힘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15
닿소리의 대화 16
눈물이 말을 해 17
내면의 힘 18
꿈의 궤도에서 20
그믐달의 공존 21
비행 계획 22
하늘의 터널 23
귓속말 24
간월암, 목어의 꿈 26
눈물 없는 보금자리 27
대학로 이음책방 28
되돌이표 30
얼음먼지 31
나팔꽃 32
기다림 33
손톱을 깎다가 34
선인장 36
열대우림의 영장류 38
소나기, 맑고 경쾌하게 40
어느 화가의 눈물 42
동지 44
제2부 흐느끼는 달
귀가 47
고등어 마을 48
앵두가 익으면 50
음운론을 보다 51
강가의 수양버들 52
광부 53
구름에게 말 걸기 54
구멍 55
여문 가을 56
어머니의 쪽지 58
흐느끼는 달 60
야간 퍼즐판 61
신발의 그림자 62
봄날 63
몸의 시작 64
눈, 물 66
꽃을 피워내는 등빛 67
한 잔 술 68
면밀히 쓰다듬고 69
빗속에서 70
바람에 쓰는 편지 71
제한구역 72
제3부 발효를 위하여
손금 글자 75
자유의 여신상 76
SNS 세상읽기 77
문학이란 무엇인가 78
식혜 79
억새축제 80
플랫폼의 고요 82
희망의 노래 부르는 사람들 83
명품가방 안의 시간 84
꽃은 시든다 85
발효를 위하여 86
가을 하늘 88
별의 기도 90
끝과 시작 92
나무와 실 93
자작나무 아래에서 94
읽다가 만 책 95
무심히 자라난 것조차 예쁘다 96
첫눈 오는 날 97
집으로 가는 길 98
파란 맑은 하늘 100
물빛 그리움 102
제4부 발아되는 목소리
추억은 또 한 번 꿈을 꾼다 105
태풍과 농부 106
하얀 달 107
발자국 108
하루 109
쿠폰 110
물방울 111
디지털로그 아침 112
물수리 113
주머니 속의 말 114
발아되는 목소리 115
밤이 환하다 116
벽 117
연적 118
백조의 호수, 강으로 120
빛바랜 거리에서 122
삶은 계란 124
서서한 여백 125
소문 126
해설/김영덕 129
감각과 지각, 그리고 의식의 리드미컬한 융합
― 권지영의 시세계
4. 해설 중에서j
권지영 시인이 추구하는 시 세계는 사실 시인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창window인 감각과 지각, 그리고 의식의 실제적 작용과의 관계를 매우 능란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서서히 흔들리는 풀잎/바람은 잠을 자고/달은 깨어난다라는 비의적 서술에서 보여주는 매우 섬세한 감각과 예리한 지각은 곧 서늘한 볕에 널어둔 가슴을/거둬본다는 고도의 의식적 행위와 리드미컬하게 융합한다.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은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하며 사용하기 시작하여 이후 널리 인구에 회자된 어휘다. 엘 고어가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면서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유사 이래 끊임없이 자신의 이익과 편의만을 추구해 온 인간의 본성 때문에 우리 삶에 있어서 진실은 대체로 불편하기 마련이다. 시인은 인간 본성과 불화하는 불편한 진실이 거리를 걸어가고/이상한 말들이 안개를 먹는다고 했다. 여기서 말은 말씀 언言일 수도 있고, 말 마馬일 수도 있다. 모두 열린 의식의 소산인데, 의식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권지영은 이 땅의 고정관념도 질타한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한 해의 사계절을 삼 개월씩 고루 나누는데 익숙해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앵커리지에서는 짧은 봄과 무더운 여름, 그리고 더 짧은 가을이 지나고 9월 중순부터는 겨울 겨울 겨울/이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페치카 앞에서 보드카와 함께 그 긴 겨울을 스르르 몸이 풀릴 때까지 견딘다. 그러니 스스로 난방장치인 굴뚝chimney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겨울은 상징일 뿐이다. 시인은 감각과 지각, 관념, 표상, 상상,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김영덕(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5. 작품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붉은 노을이 퍼지기 시작하면 등대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오지. 인정사정없이 돌아가는 하루의 고단함을 씻기 위해 시계를 멈출 필요는 없어.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 속에서 냉정해지고 안개 낀 바다에 1분도 안 되는 찰나로 신호는 작동하지. 수 백 년 전부터 흘러 들어온 모래알갱이들이 서로 응집되어 해안의 조개껍데기와 유리파편을 숨바꼭질시키고 갯바위 낚시꾼이 서성일 바위섬을 파도가 찰싹이며 해령에서 신발 한 짝을 건져 올리네. 기다릴 줄 아는 어부만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오는 동안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망둥어가 얕은 바다에서 슬픈 헤엄을 치고 있어. 일상의 새로움을 찾아 나선 여행자의 눈에 띄지 않게 투명한 물 위로 뛰지 말고 모래바닥으로 기어야 할 때야. 붉게 물든 하늘이니 풍랑은 오지 않을 것이나 너울거리는 바닷바람에 마음을 놓을 만큼 붉은 하늘에 재즈가 울려 퍼지고 있어.
닿소리의 대화
너와 나의 대화는 암울한 닿소리
서로에게 닿을락 말락 내뱉는 말들
가리고 보듬고 돌리는 아껴서 하는 말들
내지르지 못하고 기어가는 더딘 말들
주어도 목적어도 상실된 짧은 말들
기껏 내뱉고도 한참을 머뭇거리는 말들
종이 한 장 위로 달려가는 푸른 말들
패키지로 예약된 일상에 계약위반인 말들
거울 앞에서 가면으로 화장하는 말들
조금씩 시도되는 짧은 외침
눈물이 말을 해
슬픔이 무엇인지 여태 남은 그 찌꺼기로 힘이 들었구나 내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어봐 너를 따스하게 데워줄게 아주 오래 전 한 소녀가 있었어 사람들과 떨어진 숲속 작은 동굴에서 지내는 걸 좋아했지 밖에서 보면 아주 깜깜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서서히 공간이 보여 바깥세상으로 향해 마주보고 앉아 처음엔 바스락 풀잎 스치는 소리나 쪼르르 작은 동물소리나 폴폴 작은 새소리에 눈이 쫓아가고 이내 들리는 모든 숲의 소리가 세상이 되지 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지만 소녀가 앉아있는 동굴 안은 마음만 먹으면 한없이 어두워질 수 있는 곳이었어. 소녀는 혼자 있는 동굴에서 박쥐의 수면에 잠자코 가만히 있어 주었고 다리를 꼬집고 지나는 벌레를 내버려두었고 잘못된 비행으로 날갯짓하며 들어선 작은 새의 화들짝 놀란 깃털을 피해주었지 동굴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야 처음엔 그저 드러나 있는 굴이어서 들어간 것뿐이야 보이지 않는 공포에 질려 섬뜩해진 순간 아래로 내려앉았지 용기는 언제든 낼 수 있는 거야 어떤 두려움에 맞닥뜨려도 그 자리에서 한순간 바꿀 수 있는 마음이야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떠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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