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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아라작품상 수상자 김학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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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24-02-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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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아라작품상 수상자 김 학 명 시인

잘포리 홍매화

 

 

찬 바람의 그늘 지나고 복닥한 봄 그림자가

수우도와 사량도 곁으로 하나둘씩 모여들면

 

신수도 잘포리 언덕배기 양지바른 그곳에는

홍매화 방울방울 웃고 산 아지랑이 가득하네

 

봄날의 정취는 누구나 가슴속 그리움 파내어

봉오리 하나 가득 피어나게 하려는 것이지요

 

 

 

 

꽃이 좋지요

 

 

신수도 섬 불모의 벼랑끝

한 자락 땅을 불하받아 꽃을 심으려 하니

씰데없는 짓 하지 마라

거가 꽃이 살 데가 절대 못 된다 아이가

거 뭐헌다고 하는 긴데

그 시간에 고메심을 밭이나 메지

군소리 없이 심어놓고 나니

움마야 예삐다 이리 곱을 줄 누가 알았나

참 좋다야 잘 했고마, 이기 무신 꽃이고

튜립이라 안캅미까 내년에 또 핍미다

그래 니 욕봤다 아이가

앞으로 못 씨는 땅에 삥둘러가 심어 봐라 마

꽃이 좋기는 좋은가 봅니다

섬 할마시들 맴도 녹이고

 

 

 

 

삼천포*

 

 

처음 니가 불릴 땐 모두 기뻐하는 이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화석같이 굳어져 간 지층 아래

쌓여가는 것은 오독과 오명이었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입에서 입으로 활자에서 전파로

다시 소문으로 전해진 내 이름 석 자는

기피자의 눈물같이 흐린 하늘가

숨기고 싶은 절망, 다시 되돌리고 싶어도

말 덩어리 속 뭉치고 얽혀 헤어날 수 없었다

모두가 숨기고 싶은 이름 아래

회색빛 도시는 그렇게 빛바래어 가고

돌이킬 수 없는 옛 과오는 쇠멍에 한 틀 지고

걸어 오르는 와룡산 산길에 핀 검붉은 진달래

내 이름 같이 울고 있는 삼천포여, 삼천포여 일어나라

아직은 늦었다고 다 늦은 게 아니다

일어나라 내 혈육의 땅 삼천포여

 

*잘 나가다 빠진다는 유행어가 있다.

 

 

 

 

씨앗섬

 

 

한 알의 씨앗 날아와 살아가기도 어려운

바위투성이 불모의 땅 씨앗섬

 

그 누구의 생각 속 호명 하나였는지는 몰라도

오늘 소중한 씨앗의 삶 하나로 살아가는 너와 나

 

한 그루 나무가 되기 위해 탱탱한 비바람 한 줄

밤 지새운 폭풍우 눈물 한 폭

구부러지고 펼쳐진 하루 또 하루

손바닥 굳은살 박이도록 젓고 저어온 바닷길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그리운 마음속 씨앗으로

은하수 물길 따라 돛단배 띄우고 기다려 가보자

희망의 그 씨앗 하나 움터 올 때까지

 

 

 

 

기억하랴, 신수도

 

 

파도의 흰 포말은 몽돌 구르는 소리와 함께

왕가산 아래 깊은 여운으로 남겨져 가는 오후

대구동 언덕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발짱* 그림자 속으로 지고

잘포리 산비알 묵정밭의 개망초들

바지게, 이고 지고 일구며

흘린 땀방울 기억이나 하려나

고구마 지천으로 심어 한겨울 내 삶아 먹고

쪄먹던, 빼때기의 포실한 단맛은 혓바닥 달달하게 그리운

어머니들 웃음 속으로 피면 신수도 거쳐간 수많은 얼굴들

세월에 묻혀가는 섬의 애환에 딴여 앞 가즉이 붙어오는

거북손들의 얽힘 속으로 하나하나 또 하나

기억이나 되어 올까

 

*죽방렴의 사투리.

 

 

 

 

심사평

고향 말로 그려낸 고향 서정

 

 

적당한 미사여구로 얄팍한 감성이나 자극하는 그렇고 그런 시가 많다. 현학적이거나 개인적인 사설에 그치고 마는 시가 차고 넘친다. 김학명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일렁이는 섬'은 황량한 세상에서 건져낸 짙은 서정抒情이다.

급속한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통과하면서 우리는 물질문명에 집착하고 개인주의 늪에 빠졌다. 설상가상 2019년 말 시작된 3년여 코로나 19 펜데믹은 세상과 인간 삶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물질문명과 개인주의는 더욱 팽배해졌으며 익명성은 더 공고해졌다. 감성의 공감대인 서정을 잃었다. 우리는 서로를 고립시키고 스스로 고립되었다.

김학명의 시집 '일렁이는 섬'은 전반에 서정抒情이 깔려 있다. 그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정서를 환기해 준다. 고향 말로 고향 풍경을 그려낸다. '돌담부랑', '기억하랴, 신수도' 등등 그의 풍경은 감성을 일깨운다. 그는 흘러간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구체화한다. 고향은 단지 장소가 아니다. 그 안에 깃든 시간과 정서까지를 함의한다. 그가 고향 말로 그려낸 고향의 서정은 공감력이 크다.

모든 사물에는 시의 눈이 있다.”는 시인의 말대로, 우주 안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기웃거리는 시인이 보인다. 쉼없이 그의 눈길은 몽넘 바닷가” “바다거북이 한 마리를 따라가고 파도 속에 일렁이는 섬의 물결 무늬를 찾아낼 것이다. 수상을 축하한다./안성덕(), 장종권, 남태식

 

 

 

수상소감

꿈속에서도 시를 썼다

 

 

남해안 삼천포 앞바다 작은 섬 신수도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섬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물고기 잡는 일에 전문으로 종사하는 어부가 될 것이라는 운명적 기다림은, 육지라는 공간에서 사람 낚는 어부인 목회자의 길로 나가게 만들었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많은 시집을 읽으며 시와 가까이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시를 외우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섬을 떠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섬은 항상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거리며 깊은 감성의 파도를 일으키곤 했다.

 

꿈속에서도 시를 쓰는 일이 많았다. 아침이면 꿈속에서 써보았던 시 중에서 한 편의 시구절도 떠오르지 않던 그 난감함을 잊기 위해 더 열심히 사물 속에 감추어진 시의 눈을 찾아 나서곤 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늦깎이 시인에게 과분한 상을 안겨준 계간 리토피아와 계간 아라쇼츠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오늘이 있기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정삼조 시인님, 강희진 작가님, 시집 해설을 맡아주신 이화영 교수님과 늘 곁을 지켜주는 이미정 가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김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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