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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김구용시문학상 김중일 시인 선정<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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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리토피아(주간 장종권)가 주관하는 제3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가 지난 1월 실시된 심사(예심-송종원, 이영주, 장성규, 본심-강우식, 박제천, 장종권)에서 김중일 시인(시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창비 발행)으로 결정되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등단 15년 이내의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차세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김중일 시인은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2002년 결성된 <불편〉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가 있다. 제30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평에서 강우식 시인은 ‘사물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뛰어난 시인이다. 시인이란 무엇보다 남과 다른 창조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게 되고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제1회 수상자는 권정일 시인, 제2회 수상자는 장이지 시인이었다. 시상식은 2월 23일 오후 5시 인천 수림공원웨딩홀에서 진행하는 제3회 김구용문학제 중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제3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김영식)도 함께 시상하게 되며 축하공연으로 창작시노래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다.
<보도자료>
자생적 담론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계간 ≪리토피아≫의 제3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 : 김중일 시인
수상시집 : <아무튼 씨, 미안해요>(창비 발행)
시상식 : 2013년 2월 23일(토) 오후 5시
시상식장 : 수림공원웨딩홀 별관(인천 간석역 앞)
예심 : 송종원(시인), 이영주(시인), 장성규(시인)
본심 : 강우식(시인), 박제천(시인), 장종권(시인)
김구용시문학상운영위원
김동호(시인), 강인섭(시인), 임강빈(시인), 장종권(시인), 임우기(평론가), 구경옥(유족)
2011년 제1회 수상자 권정일 시인 <수상한 비행법>
2012년 제2회 수상자 장이지 시인 <연꽃의 입술>
김중일 시인 프로필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가문비냉장고’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단국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 결성된 〈불편〉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국경꽃집>(창비,2007), <아무튼 씨 미안해요>(창비,2012)가 있다. 제30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평
자신만의 창조적인 시각 돋보여
김구용시문학상이 금년으로 3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서 김구용 시문학상에 거는 꿈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시단을 이끌어 갈 신진시인들의 대표적인 관문이 되었으면 하는 꿈입니다. 지금 문단에는 수많은 상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문단은 문단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문학상을 제정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능한 신인에게 주는 상은 없습니다. 저는 이 상이야말로 우리 시단을 이끌어 갈 미래의 시인들이 어떤 것보다 받고 싶어 하는 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비록 3회이지만 예심위원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이 양심껏 심사하여 왔다고 자부합니다.
최종심에 올라온 시인은 이현승, 하재연, 신용목, 김중일, 진은영 다섯분의 시집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들 시인의 작품을 한두 번 지면을 통해 읽은 적은 있지만 시집을 통해 본 적은 없습니다. 구용문학상 심사야말로 이 땅의 역량 있는 시인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저에게는 되기도 합니다. 하나 같이 훑어본 소감은 잘 쓰는 시인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잘 쓰면 뭐합니까. 잘 쓰면서도 저는 세대 차이가 없는 시를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렵지만 세대차이 없는 시로 저는 이상을 떠올렸습니다. 왜 일까요. 이상 시는 어렵지만 시대를 건너뛰고 아니 세대를 초월하여 읽힌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젊은 시인들이 쓰는 시는 누가 읽을까요. 자신만이 창작자고 독자일까요. 저는 문학청년시절 난해시를 쓰던 때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는 난해시를 써야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 썼던 게 아니었습니다.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많이 쓰니까 유행처럼 따라서 한때 쓴 것이었습니다. 난해시란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과 같은 과정을 밟아야 되는 것은 아닌가. 오늘 날 젊은 시인들의 난해시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룩된 것인가. 그런 면에서 구용의 시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제정된 상이지만 너무 구용의 시세계와 닮은 시들을 고르는 것은 앞으로 고려해 봐야 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좀 폭넓게 특정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시를 잘 쓰는 시인에게 눈길을 주고자 합니다.
심사위원인 박제천, 장종권, 그리고 저는 오랜 검토와 숙의 끝에 제3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중일 시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로 선정했습니다. 이 시집에 담긴 내용은 특이한 소재가 아닙니다. 개인사적인 일상성만이 아니라 아니 역사, 기념일, 사건 등을 김중일의 시각에서 보고 또 무슨 소재든지 얘기가 되게 끌고 간 시집입니다. 시집의 첫머리에 실린 작품 <물고기>에서의 상상력으로 이끌어가며 시를 폭넓게 만들어가는 솜씨와 시집의 끝에 실린 <폭설의 반대편 폭우의 건너편>에서 폭설과 폭우를 보는 시인의 일상을 무너뜨린 시각과 “물구나무를 선다면 당장이라도 하늘에 가득한 적설을 밟을 수 있습니다”라는 작위성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서정성도 깃들어 있는 면이 이 시인이 가진 좋은 능력이라 보았습니다. 즉 사물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고 표현하는 면이 뛰어난 시인이라는 말입니다. 시인이란 무엇보다 남과 다른 그런 창조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게 되고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하기 때문입니다. 김종일 시인 앞으로 좋은시 많이 쓰시어 일가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2013년 1월
본심위원 강우식(글) 박제천 장종권
수상소감
내 작은 고양이들에게
연일 한파가 몰아쳤던 새해 벽두에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퇴근해서 집으로 막 들어서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유리로 된 육중한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 제치는 찰나, 벌어진 문 틈새로 검고 묵직한 물체가 제 발목을 걷어차듯 격렬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안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연일 한파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듯 보이는 길고양이 한 마리였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저와 고양이는 대치하듯 침묵 속에서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현관문 밖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문밖으로 내보내려던 생각을 금세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에 저는 저를 압도하는 어떤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는 어느 순간 고양이에게 비밀을 속삭이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내게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춥고 배고픈 한 마리 고양이에게 이번 수상소식을 처음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부쩍 어떤 잡념에 붙잡혀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쓴 시들은 세상 그 어디쯤을 떠돌고 있을까. 나를 떠난 시들은 세상 그 누구의 마음속에도 깃들지 못하고 집 없는 고양이들처럼 한파를 피해 찬바람과 더불어 거리를 전전하며 조금씩 계속해서 궁지로 내몰리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급기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운명을 걷고 있을게 분명하지 않을까. 난삽한 몽상과 두꺼운 몽환의 이불로도 다 덮을 수 없는 지난하고 무거운 현실의 경계에서 던져지는 내 어설픈 물음에 응답해준 대가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을 떠돌고 있을 나의 시편들, 내 작은 고양이들에게 한 끼의 따뜻한 식사와도 같은 이번 상을 전합니다.
“현실의 그림자는 내 외로운 시각 안에서 결정한다.”(「시각視覺의 결정結晶」,1952.)고 쓴 젊은 김구용 선생님의 고독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차가운 2013년의 오늘밤 저는, 1952년 환난의 시대, 서른 즈음의 김구용 선생님께서 혼자 시를 썼던 짙은 밤의 색채와 온도와 외로움의 질감을 상상할 것입니다. 제게 그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구용시문학상운영위와 리토피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3년 1월
수상자 김중일
작품-<아무튼 씨, 미안해요> 중에서
아무튼 씨 미안해요
1.
막사로 기어들어오려는 새끼 표범 한마리를 쐈더니 목구멍에서 가는 신트림이 가르랑 올라온다 하얗게 저물어가는 새벽의 거대한 궁둥이를 향해 할 말이 있다
엽사는 개머리판을 잡고 있던 손바닥에 찬 땀을 바지춤에 닦으려다가 멈춘다 자신의 굵은 손금을 따라 붉은 초원을 횡단하는 새까만 누떼가 보인다 그들은 첨벙첨벙 엽사의 손금에 발 담그고, 목 축이고, 계속 행군한다
엽사는 무리 중 한 마리를 잽싸게 조준한다 암사자에게 공격받아 개껌처럼 짓뭉개진 오른팔 대신 엽총을 어깨에 걸고, 총구에서 기필코 오른손이 불쑥 튀어나와 악수를 청할 때까지 엽총을 단단히 틀어잡고, 숨을 멈추고…… 사실 엽총 따윈 없다
죽는 건 죽이는 것보다 항상 먼저 벌어지는 일 멸종위기종을 죽이고 얻은 밤들은 당연히 조금씩 멸종되고 있다
엽사는 광활한 새벽을 무성한 털처럼 뒤덮고 있는 잿빛 안개에 기대 목마른 기린의 길게 늘어지는 엿가락 같은 목소리로 외친다
모두들 그곳에서는 안녕하시오오?
모두들 그곳에서는 안전하시오오오?
한번은 하늘을 빼곡히 메운 새들을 모두 명중시킨 적이 있다 떨어진 새들을 헤아려보니 한마리가 사라져 행방이 묘연했다 결국 찾지 못하고 새의 장례마저 포기하자 다음날부터 아내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분만 중 아내는 아이와 함께 죽었다 뒤늦게나마 새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엽사는 낡은 엽총을 분해 소제한다 엽총에 나사처럼 박힌 나선형의 바람과 함께 유체이탈한 짐승들의 영혼이 화약 열기와 뒤섞여 풀려나온다
늙은 사냥개의 건조한 콧등처럼 씩씩대는 쌍발엽총의 총구로, 여전히 사냥감의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새까만 총구로, 대초원의 가장 거대한 짐승 모든 짐승들의 아버지 새벽의 무성한 털 잿빛 안개를 구석구석 헤집는다
총구에서 잃어버린 손이 활짝 피어나 용서의 악수를 청할 때까지 엽총을 놓지 않으며, 숨을 멈추고, 하나 두울 세엣…… 이미 엽총 따윈 없다
외팔이 엽사는 건조하게 웃는다 웃음은 초원의 모래바람과 함께 금세 흩어진다 아무튼 웃는다 아무튼 말한다
2.
나의 총알이 궁둥이에 박히고도 평화롭게 진흙목욕을 즐기는 코끼리가 있었소. 솔직히 말하면 그건 실수였소. 그 두툼한 갑주 같은 궁둥이에 값비싼 은탄을 박아넣은 거 말이오. 아무튼 그 코끼리는 백일 밤낮을 지독한 건기의 대초원에서 마지막 남은 워터홀 주위를 떠나지 않았소. 아무튼 작은 씨앗처럼 은탄이 심어진 궁둥이 부근에서는 급기야 자작나무 밑동으로 추정되는 엉치뼈가 드러나기 시작했소. 아무튼 단속반에게 그것을 건기의 극심한 가뭄 때문이라고 둘러댈 수도 없었는데, 궁둥이에 잎이 나고 지고 나고 지고 잎이 지며 진물이 뚝뚝 떨어졌소. 아무튼 총알을 맞고도 목숨이 붙어 있다면 그때부턴 식물의 시간을 사는 겁니다. 아무튼 덤 같은 거죠. 아무튼 이번 생은 소원하던 대로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자작나무의 우듬지가, 코끼리 코 옆으로 삐죽하게 솟아 있는 걸 맙소사, 엽사 인생 반백년 만에 발견한 것이었소.
아무튼 코끼리는 그저 평화로워 보였소. 고독해 보였지만 고요해 보였소. 그런 합체, 아무튼 나는 이상하고도 엄청난 고독에 압도당하여 나도 모르게 사과를 하고야 말았소. 유감스럽게도, 아무튼 코끼리에게는 아니오. 가물고 가물어 쩍쩍 갈라지고 터진 초원의 한 줌 땅덩어리 같은 코끼리, 아무튼 씨의 궁둥이에 사과했소. 목마름에 대열을 이탈한 어린 누처럼, 한밤에 쏴 죽인 새끼 표범처럼, 그 새처럼, 먼 대륙의 군락지에서 훠이훠이 날아와 한마리 거대한 짐승의 몸속에 깃들고 움트고 잠든 자작나무, 아무튼 씨에게 사과했소.
자작나무의 말로 코끼리의 말로 우물쭈물하다가, 자작나무의 핼쑥한 얼굴을 하고 코끼리의 잿빛 장화를 신은 채 아무튼의 갈라진 입술로 아무튼 씨에게
아무튼 씨 미안해요
제가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말입니다.
제3회 김구용문학제
1. 일시 : 2013년 2월 23일(토) 오후 5시
2. 장소 : 인천 수림공원웨딩홀 별관(인천 간석역 부근)
3. 주관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계간 리토피아
4. 후원 : 인천뉴스, 독서신문사, 솔출판사, 성균문학회, 행소.
진행
오프닝-공연(신초아/사회 한혜선)
제1부-김구용시문학상 시상/사회 고명철(문학평론가)
인사말/김동호 시인, 구경옥 여사(유족 대표).
축사/허영자 시인, 강인섭 시인
특강/김구용의 문학, 임우기(문학평론가)
심사총평/강우식 시인
시상 및 답사
제2부-리토피아문학상 시상/사회 박예송(편집장)
심사평-고명철 문학평론가
시상 및 답사
리토피아 신인상 시상, 저서발간 기념패 증정
제3부-공연(시노래, 사회 한혜선)
김보경, 조현숙, 최혜진, 장태산, 최미례
제4부-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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