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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 김승기 시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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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3건 조회 6,386회 작성일 11-02-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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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에 김승기 시인이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2011년 2월 26일 토요일 김구용문학제 중 시행한다.

김승기 시인은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 출간한 바 있다..

<수상작>
길 위에서 외 9편


처음엔 꽃 무더기 하나 저쯤 있어 들어섰건만 길 끝 아스라하네 

시도 때도 없던 가파름도 잦아들었고 이젠 발자국소리 들으며 가네

이 길 끝은 어떻게 생겼을까? 길 끝으로 자꾸 나를 놓아 보내네 

다시 또 거기, 꽃 무더기 하나 있어 다른 길 내게 손 짓 할런지……




密語


사랑이란 

골백번 사랑한다 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쓸쓸한 시간 속으로 마침내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 곳에 욕심 없는 작은 집을 짓고 

서로를 향해 한 것 크고 겸손한 窓을 다는 것이다 

항시 불이 켜져 너무 환한 그 집 

마침내 그렇게 서로의 밝은 언어가 되는 것이다

그 언어로 꿈을 꾸고 맑은 생각이 되고 

온전히 그렇게 누구의 

미래가 되는 것이다




추정秋情 


도대체 어느 작은 우주의 마음자리 저리 단출해져 
마른 풀숲엔 말간 목청만 남아 
소리 꽃을 피우나 

까만 밤 산재한 꽃들 사이 
우수수, 제 울음에 겨워 지는 사람들 

나는 너무 죄가 많아서 
덩달아 핀다, 덩달아 진다 

온밤 내내 귀만 남아 
나 
피고 
진다 




아산장 


창밖 ‘아산장’ 
붉은 네온사인을 보며 
눈귀코입, 내 몸이 공연히 바쁘다 

어디서부터 지고 왔는지 
등짐들을 부리느라 한바탕 난리다

끈적거림찝질한물맛교성여인숙밤차기적소리곰팡이냄새소주대전역순대태종대청량리…….

유리관 위에 차곡차곡 눕는 
내 業




아이가 운다 


어쩌자고 아이가 또 운다 

무엇을 읽었는지 창밖엔 회초리 같은 바람이 불고 우-우 눈들이 몰려간다 아이는 어둠 너머로 메아리 하나를 만든다 

친구 S가 달려오고 따라주는 술 한 잔의 통속함 그 진저리 

아이는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림자 


追放者, 아직도 좁은 이 나라를 떠나지도 못하고 이승의 빛깔로도 서지 못하는 은밀한 당신은, 진화되지 못한 내 어둠에 묶여 울음 우는 이무기 

당신이 심술을 떨면 이 세상엔 뽀얀 안개가 끼고 눈 큰 아이는 또 길을 잃는데 

언제쯤 이 나라 햇빛 속으로 다시 現身할 것인가? 

창문 하나 열어 놓는다 




사과


망가진 내 심장 대신에 아주 빨갛고 예쁜 사과를 하나 넣었어요 그런데 파랗던 손톱에 피가 도네요 멈추었던 시계바늘이 움직이네요
별일 다 있다 싶은데 전부 괜찮은 것은 아녜요 가슴에 난데없이 치자빛 노을이 뜨네요 아리다기에는 너무 빛깔이 곱고, 빛깔이 곱다기에는 너무 아린 
페시미스트에게 차려준 마지막 성찬이라 생각할래요 
잘 생각해보니 그 사과는 내가 어려서 갖고 싶어 했던 사과인 것 같아요 노을은 그때 눈물 그렁거리며 바라보던 하늘이었던 것 같고요




사리大滿朝


바다는 출렁댄다
바다는 출렁대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도

마침내 立秋 
초하루 어둔 밤 
悔恨의 둑을 넘어서

그 바다는 
밤새워 출렁거렸다
끝없이, 끝없이 
출렁거려야 했다




바코드 


한 줄로 늘어선 굵고 가는 선들 

그렇게, 몇 개의 막대기로 
아주 간단히 읽혀지고

혹 지워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사람들 

스윽 당신을 긁는다
스윽 나를 긁는다

계속 에러다

―나는 도대체 누구지?




幻·2 
―어떤 민박 


그녀 
허물처럼 벗어 놓고 간 방 

그녀가 누웠던 침대에
몸을 눕힌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서
거울을 본다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서
바다를 본다 

지금 이 시간에서 하루만 뺀다면 
하나로 포개어지는 시간

그녀와 나
맨 어깨 닿은채
노을진 수평선
같이 바라보고 있을까?


<심사경위>
첫 번째의 매듭으로 삼으며

매듭은 까닭이 있어 만드는 것이다. 매듭은 풀어야할 의미가 있을 때에는 당연히 풀어야 하는 것이지만, 필요할 때에는 또 마땅히 만들어야 한다. 이때의 매듭은 간이역과 같은 것으로 줄기찬 흐름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 매듭으로 우리는 거리와 시간을 읽고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도 한다. 리토피아문학상의 시작은 일종의 리토피아의 호흡을 고르기 위한 매듭이라고 볼 수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리토피아 가족들은 정말 열심히 글을 써왔다. 작품만 열심히 쓴 것이 아니고 문단에서의 활동도 왕성하게 벌여왔다.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인격자로,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치열한 문학정신으로,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에 섭섭해 하지 않고 자신의 길만 열심히 걸어왔다. 이들에게 우리들의 상이 필요한 이유이다.
본 상은 리토피아의 가족으로서 지난 1년 동안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을 검토하여 그 작품성이 가장 우수한 분을 선정하게 된다. 또한 그것이 리토피아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임은 두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본 상에는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겨지게 된다.
김승기 시인은 지난 1년뿐만이 아니라 그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추구하는 독보적인 작품을 계속 발표해 왔으며, 이로 인해 한국 시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분명하게 확보함과 동시에 리토피아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이 작은 상이 김승기 시인에게는 비록 영광된 상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리토피아는 지난 10년의 피와 땀을 소중하게 여기며 반드시 돌아보아야할 중요한 첫 번째 매듭으로 삼고자 한다./심의위원 고명철, 장종권(글)

<수상소감>
환자를 통해 나의 내면 들여다보아

나의 젊은 날은 참 황량했다. 지칠 줄 모르던 권태와 고독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었고, 내 발길이 끌고 간 것은 죽도시장, 자갈치 시장 등 여러 시장의 시끄러움 속이었다. 쓴 소주를 들이키다 시장 아주머니들의 치열한 모습에서 한껏 창백해진 내 삶의 의지를 수혈 받곤 했다. 그 때 만난 것이 詩다. 나의 내면에 꿈틀대는 것들을 밤새워 써내려 가는 것으로 새벽녘엔 한 편의 시를 받아들 수 있었고 그 때서야 나는 긴 잠에 빠져 들곤 했다. 그 결과물이 첫 시집
추천16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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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작성일

  김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리토피아 모임을 통해 몇번 만나뵌 적이 있었던 김태일입니다. 제1회 <리토피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심을 축하드립니다. 김 시인을 보면서 가끔 마종기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하여 축하드리도록 하겠습니다. (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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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님의 댓글

김영식 작성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황량한 젊은날...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깊숙한 삶의 심연을 걷던, 오늘을 만든, 필요불가결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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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산님의 댓글

정치산 작성일

  축하,축하,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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