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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공연 작품-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이향지 시)/나유성 작곡 최상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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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바람에 허리 휘어 바람 끝에 섰을지라도
제 의지로 서 있는 것들은 저리도 아름답다.
갈대는 바람을 꺾지 않는다.
누군가의 옷자락에 쓸리며 꺾인
변두리의 슬픔에 내 길이 닿았을 때
겨울 갈대는 꽃으로 서 있는 게 아니었다.
먼지 속에서도 빛을 만나면 제 빛을 녹여
겨울 갈대의 뿌리에
연둣빛 반란의 무리를 전하곤하는,
차디찬 눈 구렁에 섰을지라도,
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행복
보리밥 지어 먹고
보리밭으로 가면 네가 있을까
보리 그루터기들만 줄을 지어 밭둑을 넘고 있을까
낫날 자국 낭자한 텅 빈 그곳에
목 떨어진, 목 떨어진, 보리이삭을 밟으며
술 취한 태양이 구워 먹을 듯이 이글거리고 있을까
사지를 버둥거리면서, 숨이 넘어가면서, 달아난 바람을
살에 박힌 보리가시처럼 뜯어내고 있을까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서
텅 빈 보리밭으로 가면?
지리산
― 배낭을 꾸리며
내가 당신을 향해
“기러기!”
하고 부르면
그 작고 가벼운 것 되어
날아와 주겠습니까
내가 먼 당신을 행해
“강물!”
하고 부르면
그 길고 맑은 것 되어
달려와 주겠습니까
당신은 무거우니 내가 찾아가려고
내게로 온 계절을 잊고
딱딱한 뼈를 버리고
당신은 그리움 모르니 내가
달려가려고
그리우면 그리운 쪽에서
그 작고 가벼운 것 되어
그 길고 맑은 것 되어
바람에 허리 휘어 바람 끝에 섰을지라도
제 의지로 서 있는 것들은 저리도 아름답다.
갈대는 바람을 꺾지 않는다.
누군가의 옷자락에 쓸리며 꺾인
변두리의 슬픔에 내 길이 닿았을 때
겨울 갈대는 꽃으로 서 있는 게 아니었다.
먼지 속에서도 빛을 만나면 제 빛을 녹여
겨울 갈대의 뿌리에
연둣빛 반란의 무리를 전하곤하는,
차디찬 눈 구렁에 섰을지라도,
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행복
보리밥 지어 먹고
보리밭으로 가면 네가 있을까
보리 그루터기들만 줄을 지어 밭둑을 넘고 있을까
낫날 자국 낭자한 텅 빈 그곳에
목 떨어진, 목 떨어진, 보리이삭을 밟으며
술 취한 태양이 구워 먹을 듯이 이글거리고 있을까
사지를 버둥거리면서, 숨이 넘어가면서, 달아난 바람을
살에 박힌 보리가시처럼 뜯어내고 있을까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서
텅 빈 보리밭으로 가면?
지리산
― 배낭을 꾸리며
내가 당신을 향해
“기러기!”
하고 부르면
그 작고 가벼운 것 되어
날아와 주겠습니까
내가 먼 당신을 행해
“강물!”
하고 부르면
그 길고 맑은 것 되어
달려와 주겠습니까
당신은 무거우니 내가 찾아가려고
내게로 온 계절을 잊고
딱딱한 뼈를 버리고
당신은 그리움 모르니 내가
달려가려고
그리우면 그리운 쪽에서
그 작고 가벼운 것 되어
그 길고 맑은 것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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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유성님의 댓글
나유성 작성일
갈대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에 곡을 붙이겠습니다.<br />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