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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공연 작품- 어두운 노래를 부르며(백인덕 시)/나유성 작곡 최상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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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노래를 부르며
어두워라
바람 부는 빈 들판에 서면
한 자락 옷깃에도 고운 피 흘려
머리칼 헤쳐 풀고 너울
춤추는 바람의 손을 잡으면
어디로든 사라지고 싶어라
곱게 쓸린 대문 앞
한뼘만한 내 땅에 가지런히 작은
신일랑 벗어두고
맨발로 허공 디디며 사뿐히 걸어가
사라지고 싶어라, 사라지고만
싶어라 삼일 밤낮을
앞뒤로 부는 바람맞으며 올려보는
하늘은 저리도 높은데
어두워라
스물의 자화상
보아라, 언덕을 오르는 바람의 끝에서
내 스물의 마른 모래벌판이 열리고
이 십 년을 쫓아가기만 하던
풀어진 검은 머리칼이 날리고
먼 곳에서 지는 해가
모든 길에서 나무들을 태울 때
더는 내다볼 수 없는 시력이
흐린 창을 닫는다.
배경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보이는 건
흔들리는 자색의 커튼
보다 확고히 잠긴 문들뿐이다.
내 스물이 어지럽게 날아오르는
저녁 핏빛 하늘에 채 지워지지 않은
낮달의 흐린 얼굴뿐이다.
보아라, 눈을 떠도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 오후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손톱으로 온종일 끓었던 상처 하나도
피멍 하나도 안 보인다.
눈을 감으면 그렇게 선명하던 것들이.
벙어리 애인에게
언제나 너는 거기 남는가
동짓달 보름
한지창에 바람이 울고
흐린 저녁내 불 밝혀둔
낮은 추녀 밑
기어이 눈발 흩어져 날릴 때
미끄러지는 재 하나 사이에 두고
영 영 너는 거기에 남는가
내 젊은 날의 대부분은
집도 사랑도, 우짖는 개도 없는
시간을 책상 머리맡에 헝클어놓고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네 눈물로 이룩하는 샛강을 건너갔다
가슴 벅차게 눈이 쌓이면
떠오르는 하얀 세상을 다시 살고 싶지만
아무 말 못 하고 우리가
저무는 땅에서 함께 저물어갈 때
나말고 누가 있어
너말고 누가 남아서
설운 우리들 이름을 불러줄까
어두워라
바람 부는 빈 들판에 서면
한 자락 옷깃에도 고운 피 흘려
머리칼 헤쳐 풀고 너울
춤추는 바람의 손을 잡으면
어디로든 사라지고 싶어라
곱게 쓸린 대문 앞
한뼘만한 내 땅에 가지런히 작은
신일랑 벗어두고
맨발로 허공 디디며 사뿐히 걸어가
사라지고 싶어라, 사라지고만
싶어라 삼일 밤낮을
앞뒤로 부는 바람맞으며 올려보는
하늘은 저리도 높은데
어두워라
스물의 자화상
보아라, 언덕을 오르는 바람의 끝에서
내 스물의 마른 모래벌판이 열리고
이 십 년을 쫓아가기만 하던
풀어진 검은 머리칼이 날리고
먼 곳에서 지는 해가
모든 길에서 나무들을 태울 때
더는 내다볼 수 없는 시력이
흐린 창을 닫는다.
배경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보이는 건
흔들리는 자색의 커튼
보다 확고히 잠긴 문들뿐이다.
내 스물이 어지럽게 날아오르는
저녁 핏빛 하늘에 채 지워지지 않은
낮달의 흐린 얼굴뿐이다.
보아라, 눈을 떠도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 오후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손톱으로 온종일 끓었던 상처 하나도
피멍 하나도 안 보인다.
눈을 감으면 그렇게 선명하던 것들이.
벙어리 애인에게
언제나 너는 거기 남는가
동짓달 보름
한지창에 바람이 울고
흐린 저녁내 불 밝혀둔
낮은 추녀 밑
기어이 눈발 흩어져 날릴 때
미끄러지는 재 하나 사이에 두고
영 영 너는 거기에 남는가
내 젊은 날의 대부분은
집도 사랑도, 우짖는 개도 없는
시간을 책상 머리맡에 헝클어놓고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네 눈물로 이룩하는 샛강을 건너갔다
가슴 벅차게 눈이 쌓이면
떠오르는 하얀 세상을 다시 살고 싶지만
아무 말 못 하고 우리가
저무는 땅에서 함께 저물어갈 때
나말고 누가 있어
너말고 누가 남아서
설운 우리들 이름을 불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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