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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산악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리토피아포에지139)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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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23-02-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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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산악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

 

인쇄 2022. 12. 26 발행 2022.12. 29

지은이 최영규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2006-12

주소 21315 인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903(부평테크노파크M2)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74-0 03810

12,000

 

 

1. 저자

최영규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1996<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시집 아침시집, 나를 오른다, 크레바스. 한국시문학상, 경기문학상, 바움작품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발전위원장, 상임위원장 역임. 국제PEN한국본부 심의위원, 감사 역임.

 

 

2. 시인의 말

최영규, 혼자를 연습하며 신독愼獨하는 사내

 

그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왔다. 이번에는 네팔 어디라던가, 에베레스트 8,848m 산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어느 부근이라던가. 초오유Cho Oyu, 나는 살아서 갈 수 없는 그곳을 그는 벌써 몇 번을 오르고 또 내려왔다.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문자의 내용은 농담처럼 간단했다. 그러나 나는 서쪽이라는 말에 오래도록 목이 탔다. 그러니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한 발 한 발 자기 발자국을 찍으며 오르고 또 오르는 사내다. 사람의 냄새가 사라진 하늘땅에서는 몸서리치게 외로운 시간도 만났을 터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을 뒤돌아서서 확인한다고 했다. 천천히 따라오는 마음을 기다려주듯 걸음을 멈춘 채 오래도록 자신을 돌아다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하늘문을 확인하듯, 그는 다시 높은 곳을 향해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겠다. 그렇게 사람과 죽음이 정확하게 겹치는 설산의 정상에서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들은 모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의 여행자들. 그는 이 끝을 알 수 없는 여행길에서 산이라는 질문을 동반자로 삼은 것은 아닐까.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가 겪지 않은 일은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라는데. 그렇게 그는 매 순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첨예한 자기 발자국을 흰 종이 위에 또박또박 기록한다. 혼자를 예감하며 맹렬하게 죽음을 연습하는 시인. 밝고, 환하고, 단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문체는 그러니까, 그가 매번 죽음을 담보하면서 받아쓴 정직한 몸의 기록이다.

리토피아 2020년 봄호- Art.Artist

 

3. 목차

1부 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빙하 15 설산아래에 서서 16 정상엔 아무도 살지 않았다 18 전생前生 19 크레바스 22 바람이 되어, 바람의 소리가 되어 24 야크 28 심정心旌 30 높이의 힘 34 눈사태 37 고향故鄕 38 노란부리까마귀 39 너도 나비 40

 

2부 누구나 죽어야 다시 살아나는

초오유 45 46 살아서는 건널 수 없는 47 동행 50 우리의 아침이 거기에 있었다 51 해빙판대빙폭 54 그때, 자국 56 이제 겨우 이틀째 60 태초의 적막 62 귀때기청봉 애기단풍 66 산이 나를 부른다 68 비박 69 잠적潛跡 72 카라반Caravan 73 귀환歸還 75

 

3부 나도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며

나를 오른다 78 바다 79 길게, 길게 82 환생還生 84 실종失踪 85 하늘을 걷다 88 하산下山 89 카주라호 역에서 눈동자없는 사내를 만났다 92 재회再會 94 동계 지리산 야간산행 98 사고事故 100 덕항산 동무들 101 봉화산 단풍나무숲 104 장성봉 야간산행 106 문안산 물감빛 110 마유산 도깨비바늘풀 111 조항산 햇덩이 112 울엄니, 가을-삼공리 민박집 할머님께 106 이별 106

 

4부 산문

나의 묵주 이야기 111 아버지 112

 

 

4. 평가

최영규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한 발 한 발 자기 발자국을 찍으며 오르고 또 오르는 사내다. 사람의 냄새가 사라진 하늘땅에서는 몸서리치게 외로운 시간도 만났을 터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을 뒤돌아서서 확인한다고 했다. 천천히 따라오는 마음을 기다려주듯 걸음을 멈춘 채 오래도록 자신을 돌아다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하늘문을 확인하듯, 그는 다시 높은 곳을 향해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겠다. 그렇게 사람과 죽음이 정확하게 겹치는 설산의 정상에서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들은 모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의 여행자들. 그는 이 끝을 알 수 없는 여행길에서 산이라는 질문을 동반자로 삼은 것은 아닐까.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가 겪지 않은 일은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라는데. 그렇게 그는 매 순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첨예한 자기 발자국을 흰 종이 위에 또박또박 기록한다. 혼자를 예감하며 맹렬하게 죽음을 연습하는 시인. 밝고, 환하고, 단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문체는 그러니까, 그가 매번 죽음을 담보하면서 받아쓴 정직한 몸의 기록이다.리토피아 2020년 봄호- Art.Artist

 

 

5. 작품

빙하

 

 

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생각의 흔적마저 지워가는

시간의 눈빛이거나 고뇌라고 하자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아름다움처럼

 

영원을 지금이라고 하자

 

 

 

 

설산 아래에 서서

 

 

발을 헛디뎌 몸이 넘어진다

산도 넘어진다

겨우 추슬러 마음 하나 도로 세우고

이제는 보이지 않는 너를

혼자서 본다

 

설사면에 튀긴 햇살이 칼끝처럼 몸속을 파고든다

냄새로 찾아가는 설산의 내막

바람은 울음으로나 길을 찾아 가는데

여러 번 꺾인 몸은

조각난 얼음 속으로 파묻히고 밟히면서

누구를 찾아 가는가

 

끝도 없는 고집

혼자 앞장 세워 겨우 모퉁이 돌 때

, 저기 설산 아래 까맣게 떠오르는 사람

이름도 지워버린 채

 

울지도 못하면서

무릎만 젖어 흐르는 너는

오래 흔들리면서

무한정 기다리는 나는

 

 

 

 

정상엔 아무도 살지 않았다

 

 

하늘마저 얼어붙은 정상에 풍경 따윈 없었다. 적막을 뒤집어쓴 허공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얼음의 숨결이 내 숨결을 막았다. 찰나의 환호성마저 바람이 잘라먹었다. 하지만 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상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전생(前生)

 

 

오천구백 미터 지점에 캠프를 설치하기 위해 또다시 짐 수송에 들어갔다. 코와 입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어 대지만 다리가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주변은 온통 황량한 잡석의 비탈과 거대한 암봉과 바위들 지치고 질릴 만도 했지만- 처음인 이곳이 낯설지 않다. 스물네 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차로 달리고 '뮬라'라고 불리는 노새와 함께 걷고 걸어 열하루나 걸려 올라온 이곳. 지구 반대편의 오지. 저만치 전위봉 너머로 하얗게 오후 햇살을 받고 서있는 거대한 설벽. 낯설지 않은 기억

 

뮬라(Mulas): 안데스의 고산지대에서 짐을 운반하는데 이용되는 힘이 좋은 일종의 노새.

 

 

 

 

크레바스*

 

 

칼질을 당한 커다란 흉터였다

아니 긴 시간 날을 세운 깊은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목을 뻗어 내려다보는 순간,

보이지 않는 바닥 그 어두운 곳으로부터

빙하의 서늘한 입김 훅 올라왔다

색깔을 분간할 수 없는

기억에서조차도 사라져버렸던 그런 어둠이었다

순간 주춤,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두려움이 힘을 썼다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속박(束縛)의 공간

 

입구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들이

섬광처럼 잠깐씩 반짝거리곤

깊은 얼음벽을 따라

나의 시선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함부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함정

 

*크레바스(crevasse):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 크레바스는 좁은 곡지를 흐르던 빙하가 넓은 장소로 나가는 곳이나, 곡류하는 지점을 만나게 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생성된다.

 

 

 

 

바람이 되어, 바람의 소리가 되어

 

 

새벽까지도 바람은 텐트를 잡아 흔든다

정신에 섬뜩 불이 켜지고

밤새 어둠을 밟고 온 새벽은 칼날처럼 선연하다

 

고요한 함성,

명치 끝 어디쯤에 뭉쳐 있던 불꽃인가

 

라마제* 때 건 불경(佛經) 빼곡히 적은 깃발들이

바람 앞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온몸을 뒤척이던 바람은 나를 흔들어 세우고

낭파라를, 갸브락 빙하를, 끝없는 티베트 설원을 간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여기, 이 땅의 끝

초오유 정상 너머로까지 뜨거운 갈기를 세운다

 

, 거대한 빙하와 속을 알 수 없는 높고 거친 설산들

그들 앞에 내팽개쳐진 듯

나는 혼자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러나 가고 싶은 그곳으로

바람이 되어,

그 바람의 소리가 되어

 

*라마제(lama): 일반적으로 원정대들이 등반의 성공과 무사귀환을 산신에게 기원하는 전통적인 티베트의 불교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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