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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아라작품상 수상자 박달하 시인 선정, 시상은 4월 29일 오후 5시 부평문화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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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아라작품상 박달하 시인
수상시집 ‘붉은 사막의 노래’(리토피아 발행)
박달하 시인은 2018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사립문을 열다’와 ‘붉은 사막의 노래’가 있다. 리토피아문학회 회원이며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사평
꽃과 꽃 사이를 듣는
제6회까지 ‘아라작품상’은 지난해 계간 리토피아와 계간 아라문학에 발표한 작품 중 우수작을 선정하여 시상했다. 그러나 제7회 수상자는 리토피아와 아라문학에 좋은 작품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전년도 그가 발간한 시집 중에서 앞으로 계속 좋은 시를 쓸 수 있느냐에 무게를 두었다. 박달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붉은 사막의 노래’는 황량한 세상에서 뜨겁게 건져낸 우정과 사랑과 세월을 맛있게 먹으면서 부르는 노래다. 그는 과장도 없고, 특별한 기교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어려운 세상을 어렵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세상을 연둣빛으로 온통 채색해 버리거나 붉은 단풍잎으로 일시에 덮어버리는 단순한 방식으로 시를 이끌어간다. 때론 붓질 한 번으로 “하늘 속에서 바다를 건져올”(‘하늘에서 봄이 핀다’)리며, 아직 피지 않는 꽃이 “피었다가 금방 지고 말 슬픔을/늦추고 싶은 것”(‘아직도 봄은 오지 않는다’)이라는 철학적인 답을 도출하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뒤통수에도 안경을”(‘백일홍’) 쓰는 자가 시인이다. 꽃을 보는 자가 아니라 “꽃과 꽃 사이를 듣”고 “이파리와 이파리 사이를 읽”(‘목백일홍’)는 자가 시인이다. 서정이 시집 전반에 짙게 흐른다. 어려운 것을 쉽게 쓴 이번 시집 ‘붉은 사막의 노래’는 시에 대한 나름의 경지를 이룬 듯하다. 상은 풋풋한 보상이지만 동시에 따듯하고 진지한 격려가 되기도 한다. 이 상이 원대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남태식, 안성덕, 정미소
수상소감
아라작품상 수상소식을 듣고 한참을 하늘로 떴다. 떠다니는 마음을 다잡으니 금방 부끄러움이 마음속을 채웠다. 열정만 앞서갔을 뿐 부족하고 철없는 세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주부의 눈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학창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평범하게 살면서도 시에로의 끈을 놓지 않았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속내의 실타래를 풀어 낙서처럼 메모하는 과정이 오랜 시간 곰삭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세상으로 나가던 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사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시적 상상이 되고, 길가에 멋대로 자라난 풀 한포기조차도 자연의 질서 안에서 숨 숸다는 걸 써내려가는 성취감에 젖어 있었다. 성숙한 풍요를 누리는 아름다운 눈으로 살고 싶은 바램이 이루어진 것이다. 두 권의 시집이 출간되는 과정을 통해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자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걷는 것 같다. 어설프지만 시작 활동을 통해 자연과 깊이 동화하고, 자연의 질서 안에서의 일상적 기쁨과 내면의 풍요로움이 빛나는 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길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이제 세계에로의 비중을 높여가는 내일을 만들어 시와의 뜨거운 사랑을 위해 사고의 폭을 키워가야겠다. 성장하는 삶이란 나 이외의 어떤 것들을 살피며 마주보고 사랑해 가는 것이 아닐까. 시가 채워주는 멋진 세계가 빠져든다. 더욱 정진하라는 채찍으로 겸손하게 받는다. 시와의 사랑에 빠져 보련다./수상자 박달하
수상작품집 중에서
바람이 머리카락을 푼다
봄꽃에 물든 버선을 신고 길 떠났던 바람이 문살을 흔든다.
문풍지 두드리는 꽃가루가 햇살 담은 보자기 풀어놓으며,
뜨락 가득한 낮달 엿보다 제 색깔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다.
마당 끝에 자리 잡은 자유로운 인생들이 천지를 들쑤시며,
한사코 다가와 눈에 귀에 코에 안기며 속이야기 풀어낸다.
방탄조끼 푼 나무들도 바람의 머리카락에 휘감기고 있다.
손의 오기
물속에 담근 손 문득 바라보니
질서 잃은 등나무 줄기다.
비밀스러운 속살 사라지고
바람과 비와 놀다 온 뒤끝이다.
그래도 혹여 숱한 그림 그리다
부서진 십자가를 찾아본다.
아버지의 바다
마수걸이 천 원짜리 지폐에 침을 바른다.
바다에서 달려온 비릿한 바람이 묻는다.
반짝거리는 갈치 비늘이 따라서 들러붙는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알사탕 물고 웃는다.
서리 내린 들판
어깨를 들쑤시는 바늘의 손놀림이 이곳저곳을 드나든다.
천지를 휘휘 저어다니는 바람이 휩쓸고 가는 맛인가 보다.
허허벌판에 홀로 선 소나무의 살갗을
파내는 바람처럼.
검은 서리 들녘을 누비니 지난여름 열정이 송알송알하다.
들녘 고요가 대지의 낮잠을 깨우니 손마디가 욱신거린다.
한바탕 눈바람 되어 검은서리 뭉개며
사방을 기웃거린다.
붉은 사막의 노래
굴곡진 언어들의 유희가 사막의 모래바람을 탄다.
붉은 노래가 되어 흐르는 너의 노래가
파도 소리보다 더 깊은 절규로 섬이 되었지.
연민과 우정과 사랑의 혼동이 회오리가 되었지.
사막은 무엇이었을까,
파도는 무엇이었을까,
너를 보면 거친 파도가 밀려오곤 했었지.
사막이 된 가슴으로 모래바람 삼켜도 울지 않았어.
넌 바다를 품은 듯했지만 적막이 흘렀지.
너의 심장으로 흐르는 투사의 창이 슬펐지.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그 길에
나침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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