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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시집 '봄날에는 만나야지'(리토피아포에지142)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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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42
봄날에는 만나야지
인쇄 2023 3. 25 발행 2023 3. 30
지은이 미선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78-8 03810
값 14,000원
1. 저자
미선 시인은 2022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전남대학교 여수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으며, 리토피아문학회, 순천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 자서
새벽 네 시,
달의 가슴이 오목하다.
깃들기 좋은 시간이다.
수없이 잘려나가 둥글어진 무릎을 감싸고 앉는다.
이제 그 앞에 꽃 한 송이 내려놓는다.
2023년 1월
미선
3. 목차
제1부
자화상 15
여기 꽃, 있다 16
노을로 피는 여자 17
10월 장미 18
다짐·51 19
소풍 20
이런 욕심 21
달팽이의 길 22
참다래 23
화분 24
6월 산책 25
오동도에서, 봄 26
장미는 마음을 어디에 두고 왔을까 27
향기 없는 장미 28
잘린 기억이 향기를 지운다 29
그해, 여름 30
가을이 꼿꼿하게 온다 31
이 가을에는 32
가을, 물들다 33
볼펜이 달린다 34
제2부
소리로, 봄 37
봄날에는 만나야지 38
봄날 39
시詩가 흐르는 자리 40
오늘 잘한 일 41
꽃으로 서다 42
잠깐이었다 43
현악 4중주—듣는다 44
삶은 부드럽게 45
차 훈증 체험 46
뭉게구름 47
비는 내리려는데 48
햇살은 비스듬하고 49
마지막 잎새 50
나무, 가을 이후 51
새벽 기도 52
아버지의 시詩 53
당신의 잠 54
서랍으로 드는 해年 56
낙엽, 되다 58
제3부
패턴을 잃다 61
꾸르 씨의 하루 62
이국異國에서 63
오징어게임 64
초간편 이별 65
층간 소음 66
증명사진 67
서비스 유감 68
둘레길을 돌다 70
초록은 회색빛으로 온다 71
그네 72
얇은 것들을 위한 변명 74
반딧불이 축제 75
새에게도 절벽이 있어 76
지팡이 77
교차로 풍경 78
이번 역은 79
한눈판 사이—일출 80
가을이 다녀간 자리 81
12월 31일 82
제4부
벚꽃 연서 85
장미와 벌 86
낯선 독서 87
새벽비 88
상사화 89
섬 90
그리움 91
그 봄, 나는 목련을 보내지 못했네 92
너의 바람이 불어 93
빗소리는 더디게 온다 94
낙엽 95
별빛 96
너는 별로 뜨거라 97
차가운 밤에도 별이 있어 98
무스카리 100
동백·1 101
동백·2 102
안 맞다 103
꽃잎 지는 밤에는 104
그런데, 당신이 시詩야 105
해설❘신병은 경계를 지운 통섭統攝의 공감화법 107
—미선의 시세계
4. 평가
한 편의 시에는 시인의 생각이 담겨 있지만, 읽는 독자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기 때문에 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차피 시는 시인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 의해 완성된다고 본다면 필자 역시 한 사람의 독자의 입장에서 시를 완성시켜보자는 생각이다.
이번에 미선 시인의 시를 겪으면서, 굳이 ‘읽는다’ 혹은 ‘감상한다’라고 하지 않고 ‘겪는다’라고 표현한 것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처럼 시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그 속에 고스란히 안겨 있기 때문이다.
미선 시인의 시를 겪은 첫 인상은 ‘시는 이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만나는 일상적인 삶의 풍경에 안겨있는 풍경 속 풍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 모두가 아는 것들을 새롭게 보여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자기 말을 하되 뻔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도 시인의 시를 완성시키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 믿는다.
5. 작품
자화상
한 겹만 벗겨서는 모른다.
반백년도 더 덧씌운 것들이다.
여기 꽃, 있다
눈에 안 띌까
팔 벌려 흔든다.
그늘진 낙엽 더미 속
소리 없는 탄생
쭈그리고 앉아 바람을 읽는다.
가진 거 없어 멀미 나게 흔든다.
별은 그대 발아래 있다고
작아서 더 서럽게 흔든다.
노을로 피는 여자
언젠가 내게 조팝꽃을 닮았다고 했을 때,
노을 속으로 걸어간 여자 있었지.
불덩이 같은 활의 울음에
한 번도 데인 적 없는 얼굴로 속을 비워내며,
바람마다 살랑거리는 마음 말라가도
꽃잎처럼 낯빛을 지킨 여자 있었지.
세상이 온통 빨갛게 속살을 드러내고
잎들조차 농염하게 짙어가도
살아본 적 없는 불꽃 알갱이
또르르 눈물로 내리는 해거름이면
노을 꽃잎으로 피어나는 여자 있었지.
10월 장미
나의 늦음은
오랜 눈물의 지층이다.
너의 찬란을 흠모하며
조바심으로 뒤척이던 낮밤이다.
무성한 바람으로
숭숭 비어가는 일이다.
널 향한 그리움으로
추억을 채워가는 일이다.
잘려 나간 가지 끝에 홀로 매달린
나의 사랑이다.
다짐·51
빛나는 햇살은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야.
문장 하나, 두 눈에 반짝 닿는다.
“좋아할지 말지는 네가 정하는 거야.”
마디 굵은 손가락을 집어넣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조마조마 묶고 있던 매듭을 풀어준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스멀스멀 피어나는 먼지를 털어낸다.
내가 좋아하는 건 내가 정하기로 한다.
소풍
아기별의 수정 구슬 연잎 위로 데구르르,
거미 한 마리 슬그머니 긴 다리 거두자
강물 소리 밀려온다.
불시착한 수만 년의 신호에 온밤이 흔들렸다.
비구름이 쉬어간 자리 반짝 빛이 든다.
진창 위에 뿌리를 둔 연분홍
아이들 웃음소리에 화들짝 깨어난다.
앞산에 안기는 새소리 푸른 안부를 전한다.
프사만으로도 휘둘리는 마음
너처럼 맑아질 수 있을까,
연잎 위 우주 하나 고요히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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