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이경림 시인의 시노래 원고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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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성 시인,
이 중 하나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맨 아래 작품은 랩으로도 가능할 듯함.
노래
나 세상에 안 가본 길 많아 몸이 아픕니다.
그 길들 자꾸 내 몸에 휘감기어 숨이 막힙니다.
문득 눈떠 보면 낯선 길 만발하고 어질머리처럼 세상 도는데
나 아직 안 해본 짓거리 너무 많아 눈이 어둡습니다.
해지면 남몰래 이야기를 만드는 불빛 빤한 집들
메밀꽃 처럼 피어나는 도시의 불빛들
아우트라인만 너무 환한 저 유곽들
나 그것들에 눈멀어 자꾸 몸이 상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우우 관절이 일어납니다.
나 아직 안 울어본 울음 많아 목젖이 붓습니다.
꺼이꺼이 울 일 아직도 많아 미리 목젖이 붓습니다.
아 그런 날은 내 몸이 화로입니다
나무, 사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질기게 견디면
나무 둥지 속에 염통이 생기고
쓸개가 생기고
고요히 흐르던 연둣빛 수액이
뛰노는 붉은 핏톨이 되는 걸까
얼마나 멍하니
얼마나 머엉하니, 기다리면
수십년 붙박혔던 뿌리가
저리 겅중거리는 발이 되는 것일까
아직 나무였던 시간들이 온 몸에 무늬로 남아있는데
제 몸이 짐승이 된 줄도 모르고
자꾸 허공으오 가지를 뻗는
철없는 우듬지를 그대로 인 채
저 순한 눈매의
나무가
한 그루 사슴이 되기까지는
통화
시는 시시허구
삶은 시시껄렁인 날
혈압 뚝
떨어졌다 올라갔다 난리구
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두 아닌 그런 날····
우두커니··· 벽에 등짝을 대구··· 맞은 편 벽을 바라본다
수십 년, 저 꾀죄죄한 벽에 붙어 서서 일렬루 꼼짝 못 하는 한심한 책 같은···
그 위 맨날 아래만 내려다 보는 천장 같은.
히멀건 형광등같은.....
이게 무슨····
피식 웃음이 나다가
김이 새다가
눈물 핑 도는···
생쑈냐?
떡같은···· 판토마임이냐?
그래, 이건 아니지,아니지
툭툭 털구 일어나
아래층 우편함까지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길게 외출하니 글쎄
놈의 입에
‘너무 많은 입’, ‘춤’, ‘시에 전화하기’, ‘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
‘애지’ ‘창비’ ‘현대시학’ ‘현대시’ ‘현대문학’ ‘문학사상’ ‘리토피아’
‘비씨카드청구서’ ‘관리비 고지서’ ‘국민건강검진공단’ ··· 이
찢어져라 물려 있는 거라
그 알량한 입으로
‘너무 많은 입’을 물고 쩔쩔 매고 있는 그 놈!
그렇게 주둥이가 미어져라 뭔가 물고 꺽꺽거리는 게
생이냐? 춤이냐? 중얼거리다
놈이 물고 놓으려 하지 않는 그것들을 간신히 빼들고 올라와
방바닥에 던져놓고 다시,
앉았던 자리에 앉는다···
하릴 없어라
밖은 낮도 밤도 아닌 희멀건 것이 또 와 있구나···
하늘에는 여전히 아무 것두 없구나···
저- 아래
‘지옥 스텐드 바’, ‘용궁 캬바레’, ‘첼로 까페’의 별들만 찬연하구나
그것들 휘번득이며 지붕 위에서 날뛰다 가는
짐승의 밤이 또 왔구나
아아,근데
근데····
이봐, 당신 지금 뭐해?
추천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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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유성님의 댓글
나유성 작성일좋은 글 감사합니다.

장종권님의 댓글
장종권 작성일
이경림 시인의 시입니다.<br />
<br />
노래<br />
<br />
<br />
나 세상에 안 가본 길 많아 몸이 아프네. <br />
그 길들 자꾸 몸에 휘감기어 숨이 막히네. <br />
눈떠 보면 낯선 길 만발하고 어질머리 세상 도는데 <br />
나 아직 안 해본 짓거리 너무 많아 눈이 어둡네. <br />
해지면 남몰래 이야기를 만드는 불빛 빤한 집들 <br />
메밀꽃 처럼 피어나는 도시의 불빛들 <br />
나 그것들에 눈멀어 자꾸 몸이 상하네. <br />
시도 때도 없이 우우우 관절이 일어나네. <br />
나 아직 울지 않은 울음 많아 목젖이 붓네. <br />
꺼이꺼이 울 일 아직 많아 미리 목젖이 붓네.<br />
아 그런 날은 내 몸은 화로가 된다네.<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