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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하시집 '엄마의 옛날이야기'(리토피아포에지134) 발간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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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482회 작성일 22-09-26 14:2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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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토피아포에지․134
엄마의 옛날이야기

인쇄 2022 9. 5 발행 2022 9. 10
지은이 신은하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68-9 03810

값 10,000원


1. 저자

신은하 시인은 2021년 계간 《리토 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 자서

시인의 말


단발머리 어린 소녀는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즐겼습니다. 엄마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려 흉내도 잘 내고, 당신 스스로 울고 웃으며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 딸의 추억 속에 각인되었습니다. 엄마는 가시고 소녀는 초로의 여인이 되어 그 옛날의 아련한 음성을 떠올립니다. 도란거리던 말소리, 웃음소리, 울컥하며 눈물짓던 모습……. 숱한 사연과 에피소드들이 엄마의 흔적이 사라지듯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워 더듬더듬 써본 글들이 시집이 되었습니다. 세월의 강물에 떠내려가는 많은 이야기들 중 겨우 몇 개만 건져 올렸다는 생각에, 새삼 그리움의 차올라 마음을 적십니다. 엄마가 이 책을 읽으며 기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6월
신은하


3. 목차

차례
제1부
봄    15
올봄에도    16
엄마의 옛날이야기—여순사건·1    17
엄마의 옛날이야기—여순사건·2    18
엄마의 옛날이야기—여순사건·3    20
엄마의 옛날이야기—여순사건·4    22
엄마의 옛날이야기—무얼 씻었니?    23
엄마의 옛날이야기—영자는 셋째딸    24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    25
목청 큰 여자    26
너는 누구인가    27
카네이션 편지    28
나를 편집하다    30
어림잡아 헤아리기    32
가을 산행    33
열한 개의 다리    34
하얀 면장갑    36
빗속을 둘이서    38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40

제2부
일기     43
힐끔거리다    44
바람과 나    45
얼치기 농부    46
위로    47
나는 잡초다    48
수몰지에서 노래하다    49
철없는 중년    50
기다림에 대하여    52
마트에서    54
우리가 사는 법    56
두 개의 별    57
목련꽃을 기다리며    58
번지다    59
새벽의 비망록    60
오늘을 기록하다    62
산을 아십니까    64
그래도 봄은 온다    66
상상으로의 여행    68

제3부
이끼    71
언제나 처음    72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74
선택 장애    76
스러지다    77
순천만습지에서    78
나팔꽃 여인    79
항구의 밤을 듣는다    80
소망    82
꽃소식    84
여름 이별가    85
길    86
나무에게    88
엄마의 방    90
나는 섬이다    92
꽃길    93
산행    94
바람나다    95
뒤태    96

제4부
봉하마을에서    99
꽃무릇   100
할미꽃   102
산에만 가면 늦는다   103
산성을 표절하다   104
고무신   105
기억의 끝에서   106
길 위에서   107
겨울   108
눈이 내리네   109
그해 겨울   110
상봉   111
순천만의 홍학에게   112
불청객   113
상처   114
설레다   116
4월의 꽃   117
짝사랑   118
몽돌해변에서   119
흰눈썹황금새   120

해설❘신병은 나무와 풀과 바람과 꽃들 속에서 제 안부를 묻는 행복한 일탈―신은하의 시세계   121


4. 평가

신은하 시인의 시를 살펴보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그의 시적 방향은 아픈 삶의 편린을 재편집하거나 자연과 더불어 훼손되지 않은 원형의 착한 안부를 물으면서 삶을 다독인다. 시인의 시를 만나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까닭도 시 속에서 꽃과 나무와 풀에게 제 감정을 디밀어보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그 순결한 순리 속에 나를 대입시켜보는 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신은하 시인의 시를 만나면 나무와 풀과 바람과 꽃들 속에서 삶을 다독이는 행복한 일탈로 초대되어 시와 함께 행복해진다.


5. 작품

엄마의 옛날이야기
—여순사건·1



헛간에 숨었다가 잡힌 젊은이를 즉결처형한다고 했단다. 운동장 한쪽에 세워두고 총을 겨누자, 울며 매달리던 어머니가 두 손을 겹쳐 총구를 막고 가슴으로 버텼다는데, 아버지까지 엉겨서 반란군과 실랑이하는 꼴에, 창백한 낯빛의 아들이 힘없이 피식 웃고 말았단다.


그 뒤로 어찌 되었는지 몰라. 할머니도 기다리던 차례가 되어 불려들어갔거든.


“살았을까요?”
“어디 다른 데 끌고 가서라도 죽였겄지, 노인네들이 사생결단하고 막는다고 봐주던 시절도 아니었은께. 어쩌면 같이 죽었을지도 모르제.”


부모의 자랑이었을 경찰관이라는 이름이 죽음으로 이끄는 액운이 되는, 역사의 격랑 속이었습니다




엄마의 옛날이야기
—여순사건·2



학교에 반란군 선전대가 들어와, 미술시간에 크레용과 백로지를 나눠주어 인공기를 그렸습니다. 완성된 것은 제출하고 몇 장씩 숙제로 받아와 집에서 자매가 함께 그려 벽에 붙였더니, 어머니는 기겁하며 당장 버리라 하셨지요.


반란군이 진압되자 집집마다 군경의 수색이 시작되었는데요, 어머니는 우연히 방구석에 뒹구는 인공기 그림 뭉치를 보고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재봉틀을 밟고 서서 천장 위 작은 구멍 속으로 밀어 넣은 후 재봉틀을 치웠습니다.


그들은 군화를 신은 채 방으로 들어왔어요. 한 군인이 다듬이돌을 끌어와 밟고 서서 천장 구멍에 손을 넣어 휘저을 때, 우리들 마음도 마구 헝클어졌지만 고맙게도 빈 손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새 중절모와 구두를 빌려 달라며 뺏어 갔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어머니는 부랴부랴 천장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불태웠답니다. 삶과 죽음의 순간이 번갯불처럼 번쩍이며 엇갈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엄마의 옛날이야기
—여순사건·3



사고무친한 또복이형제의 오두막은 옆집이었습니다. 열댓살쯤 부모를 여의고 이 집 저 집 날품을 팔거나 허드렛일을 했지만, 건너다보면 중의 절터라 짠하다며 어머니는 담 너머 이런저런 온정을 건넬 때가 많았습니다.


반란이 나자 또복이형제는 열렬한 가담자가 되어 신바람을 냈지요. 은혜 갚음을 하겠다고 어머니께 여맹위원장 자리를 추천한 형제에게, 무식해서 다른 일 귀찮다고 애걸복걸해서 이름을 지웠습니다.


반란이 진압되고 또복이형제는 고문 끝에 처참하게 죽었다 했습니다. 기찻길 옆쯤에 가담자들이 묻혔다고 어두워지면 인적이 끊기는 철둑길을 출타하셨던 아버지가 밤중에 넘게 되었는데요, 기차도 오지 않는데 갑자기 침목이 뜨르르르 떨렸습니다.


“숙경이 아부지!”

“……?”
“숙경이 아부지!”
“어이, 누군가?”
또 침목이 뜨르르르 떨렸습니다.
“숙경이 아부지!”
“어이~ 또복이 자넨가?”
“…….”
“숙경이 아부지!”
“어이~ 이 사람아 할 말 있으면 해보소.”

침목 떠는 소리 사이사이 부르고 답하면 침묵만 띄엄띄엄 받으며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사립문 앞에서 주저앉은 아버지를 부축해서 안으로 모셨지요.


자고나면 살얼음이 깔리던 초겨울 밤, 아버지는 땀으로 흠뻑 젖으셨더랍니다. 식구들은 또복이형제가 불쌍하다 했지만,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 길로 다니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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