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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순 시집 '계절을 써내려간다'(리토피아포에지․120)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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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20
계절을 써내려간다
인쇄 2021. 8. 25 발행 2021. 8. 30
지은이 김을순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부평테크노파크M2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149-8 03810
값 9,000원
1. 저자
김을순 시인은 1947년 강화에서 출생하여 2014년 ‘한맥’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5년 첫 시집 ‘혼자 구르는 돌’을 발간하고 2018년 시집 ‘키칠쿰’을 발간했다. 인천문인협회와 한맥문학협회에서 활동 중이다.
2. 자서
계절을 써내려간다.
어디로 가야 하나,
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
이룰 수 없는 갈증,
잡풀 밭을 지나간다.
때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또는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끌고 다니며,
허무 개그를 할 때도 있다.
이 나이 먹도록
손에 쥔 것이 없다.
2021년 여름
김을순
3. 목차
제1부
엉겅퀴·3 15
복사꽃 피고지고 16
환절기 18
허수아비 20
호랑나비 22
가을이 설렁거리고 23
관곡지 연화 24
붓글씨 26
꽃밭의 수다 28
나뭇잎 날고 30
계수나무 31
눈은 마음의 창이다 32
뉴욕에 있는 친구를 그리다 34
대만 여행기 36
대명항 38
도둑새 40
돼지감자 41
두견새 42
담쟁이 44
뜸부기 45
제2부
라일락이 피던 동네 49
마음이 고향에 가다 50
손잡고 가네 52
만추 54
메리 크리스마스 55
목련나무 56
무화과 57
바람이 전하는 말 58
박꽃 피는 밤 59
백두산 60
보문사 62
봄빛, 꽃빛 64
밤에도 시간은 간다 65
봄의 전령사 66
빗소리의 전주곡 67
산수유 68
서구에 부는 바람 70
소래습지 72
소요산 74
칸나 76
제3부
신진말 고택 79
실종된 기억 80
아침을 연다 82
압록강 84
아직도 자리를 못 찾고 86
강변에 피는 설화 87
여수 향일암向日庵 88
여행 중에서 90
오가며 보이는 집 92
올빼미의 일생 93
자연의 친구들 94
용서해라 풀린다 96
해당화 97
이산가족 98
첫사랑 100
인내의 나무 101
인정할 수 없는 사실 102
봉숭아 104
찔레야 달래야 106
도라지 107
제4부
하수오의운명 111
자화상 112
잠깐만요 114
장마 115
지리산 숲에서 117
장끼의 아내 118
찬서리 내리던 날 119
쪽대문 밖 분꽃 120
청라 호숫가 122
칠선녀의 성화체 123
풍경소리 울리는 절간에 124
겨울나기 126
함께 하던 친구들아 128
코로나19 129
고택 여행 130
공동묘지 132
혈구산과 고려산 134
해 뜨는 강변 136
가을이 지나가는 자리 137
까마중 138
해설/김영덕 달빛 부서져 내리는 하얀 밤 141
―김을순의 시세계
4. 평가
김을순 시인의 오로라와 짐의 삶과 그들의 현실적 생애life span는 이미 지나갔다. 그러나 120년간의 동면에서 예정대로 깨어나 ‘홈스테드ㆍ2’에 착륙하여 미래의 삶을 이어갈 5천명의 개척자들의 생애와 먼저 깨어나 ‘서로를 만나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았던 짐과 오로라의 생애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죽어서 고려산 아래 공동묘지에 안식처를 얻은 영혼들을 깨워 같은 질문을 던져 보면, 살아생전 스스로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며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답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김을순 시인의 이 시는 ‘죽어서야 안식처를 얻은 영혼’들에게 정성스레 바치는 헌정이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5. 작품
엉겅퀴·3
자갈밭에 날아온 하나의 씨앗 새싹으로 자라서
엉겅퀴 꽃술을 열고 있다
엉겅퀴꽃이 있는 곳에 나비가 나르고
메마른 둔덕에 무엇을 경계하는 것일까
이파리 바늘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제비나비
애벌레로 생명을 얻어 나비로 환생하고
너울너울 날고 있는 자태
번데기였다는 흔적이 없다
망설임 없이 이 꽃 저 꽃에 앉았다가
날아가고
바람이 휩쓸어대는 대지 위에
하늘은 비 한 보지락쯤 내려줄 아량도 없다
빈 들에서 새로 나온 잎들은 빈혈로 휘청인다
복사꽃 피고지고
초가집 뒤뜰 한 그루 오동나무
너울거리는 잎은
담 넘어 장독대를 지켜보고
어쩌다 장 뜨러 나오는
노인은 흰 수건을 눌러쓰고
하늘을 보려 하지 않는다
아들 며느리 대문 열고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았고
북으로 간 장손도 돌아올 줄 모르는데
장손이 심어놓고 떠난
복사꽃은 해마다 피고 지고
두 뺨에 연지 바른 홍도 복숭아는
주렁주렁 달린다
가을이면 뒷산에서 누런 알밤들이
떨어질 때마다
할머니 눈에서는 슬픔이 떨어진다
젖 먹던 손녀는 문학소녀가 되었다
손녀는 가마니 한 장 들고
뒷동산에 올라
나무 아래 등을 기대고
책 읽는 소리 도란거렸다
옆에서 듣고 있는 할머니 시선
서녘에 붉게 물들어 있는 풀잎들이 마음을 달래준다
환절기
입동이 찾아오는 계절이면
내 영혼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린다
우주를 억만 년을 돌았을까
회오리에 안겨 지구에 돌아와서
아직도 허수아비 놀이에
벗어날 줄 모르고
어떤 사연으로
오늘도 엉겅퀴꽃에 앉았다 가나
이룰 수 없는 갈증에 날개를 접고 물가에 앉아
목을 축이고 지향 없이 가고 있다
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 우두커니 서있던 영혼
기력이 소진되어 갈 곳을 잃었다
영혼이 빠져버린 빈 속은 채워지지 않아
고목은 퉁소만 불고
악령을 벗어버리지 못한 채
얼마나 더 윤회를 해야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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