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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화 시집 '반과 반 사이의 여자'(리토피아포에지122)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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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22
반과 반 사이의 여자
인쇄 2021 11. 20 발행 2021 11. 25
지은이 우중화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255번길 13,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152-8 03810
값 10,000원
1. 저자
우중화 시인은 2019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시집 '주문을 푸는 여자'를 냈다. 리토피아문학회와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2. 자서
지나간 모든 기억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화해의 몸짓이 충돌한다.
그래도
여전히 흐르는 것들,
사랑하기로 한다.
2021년 늦가을에
우 중 화
3. 목차
제1부
독설로 피는 꽃 15
우리 오늘도 안녕한가요 16
독배로 82번길 18
만리벚꽃길 19
카더라 바리게이트 20
골목의 여자 21
K대리의 저녁 풍경 22
꽃은 다시 필라나요 23
검정의 연애 24
환절기증후군 25
매듭 26
거짓말 게임 27
밀당 28
첫 29
달뜬 30
쉬쉬 31
하루마다의 진화 32
당신을 읽어요 33
이력서 34
제2부
쇠똥구리 37
어떤 유언은 오래도록 자란다 38
어느 수문장의 이야기 40
당신의 시집詩集 41
낯선 언어 42
애벌레의 무한질주 43
가시도마뱀의 여행 44
어쩌다가 위성 45
그녀 46
봄밤 47
아메리카노 48
반과 반 사이의 여자 49
낭만을 파는 술집 50
똥개 51
버스정류장 52
이별을 연습하다 이별을 이별하기도 53
멈추지 말아요 54
다 같이 어려요 55
수상한 문 56
제3부
한밤의 낯선 번호 59
펜의 번아웃 60
봄아, 연애하자 61
모란이 피던 날 62
꽃에게로 눕다 63
한쪽 구두를 찾아 64
김칫국 65
들개의 해빙기 66
지*하고 싶은 꽃 67
데드라인 68
엄마의 전화 69
시詩 같은 욕 70
밤새 문장 한 줄 71
별자리 찾기 72
그 여자가 우는 법 73
가면놀이 74
돌탑 75
달과 개 76
어머니의 칼 77
쓸쓸의 노래 78
제4부
들판의 새 81
스스로 죽어가기 82
낮술문자 83
동백 문신을 한 여자 84
얼마나 다행인가 85
헛소리 86
12월의 기도 87
엄마가 웃는다 88
코스모스의 꿈 89
사라진 계절 90
반쪽의 알고리즘 91
가을나무 92
사월의 비 93
꿈 94
조문하는 저녁 95
신선한 죽음 96
할머니와 지팡이 97
이별 후 98
몽산포의 밤 99
해설/박완호 시의 꽃을 피우려는 욕망, 치열한 자의식이 빚어내는 언어의 무늬―우중화의 시세계 101
4. 평가
우중화 시의 바탕에는 매 순간 늘 무언가를 쓰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화자의 강한 자의식이 깊이 스며 있다. “오래도록 두터워지고 습관화된 말들에 대한 저항”(「검정의 연애」)의 성격을 띤 그의 언어는 “참말을 거짓말스럽게 거짓말을 참말스럽게” 담아내려는 태도를 지니고 “검정스런 몸짓에 남겨진 폐허” 속에서 ‘혼돈의 어둠처럼 빛나는’ ‘태초의 묵음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하려 한다. “화려한 이모티콘들이 아무 데서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디지털시대”(「당신을 읽어요」)에 ‘퇴근 후의 무거운 어깨를 야무지게 받쳐주는’ 한 권의 시집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깨어나는(「어떤 유언은 오래도록 자란다」) ‘나’의 내면세계는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과 뿌리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기억 속에서 순간순간 튀어나오며 ‘꽃처럼 피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남은 생을 간섭’하는 어떤 유언은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아들들만 공부시킨다고 아들에게 줄 땅만 사셨던 그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며, 그런 가운데도 무언가를 원고지에 밤낮없이 써 내려가던 ‘울지 않는 아이’는 지금은 ‘자연이 주는 모국어로 시를 뿌리고 시를 키우는’ 시인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기억 또는 현실을 고스란히 재현하거나 독특하게 비틀어가며 자기만의 시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는 화자가 그때그때 마주치는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5. 작품
독설로 피는 꽃
그녀의 목구멍에서 뱀 한 마리 기어 나와 독을 뱉는다. 내 말을 믿지 못하는데 그는 나를 더 믿어 내가 더 잘 쓴대. 언니가 글을 잘 쓰려면 결국에는 나를 죽여야 할 거야.
예술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야 순수로 꽃을 피워야 해. 꽃잎을 몽땅 뜯겨버린 벌거벗은 몸에 멍 자국이 가득하다. 독설이 그 남자에게로 세상에게로 나에게까지 쏟아진다.
말랑말랑한 심장이 쿵쿵거리며 그녀의 귓속말을 듣는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입술을 떼어 바람 속에 던진다. 함부로 핀 그녀의 말이 독사가 되어 달 속으로 숨는다.
우리 오늘도 안녕한가요
어느 기억은 깊어서 마음도 벼랑에 빠지게 된다. 낮은 기억 사이로 깊은 기억들이 불쑥 솟아난다.
기억들 서로 부딪치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아이 얼굴이 어른 되고 어른 얼굴이 남자가 된다.
창호지 문틈으로 어머니의 비밀은 새어나가고, 작은 발바닥들은 옹기종기 웅크려 잠이 든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기억의 끈 따라 어머니의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아버지의 손을 피해 달아났던 어머니의 비밀은 처마 밑에서 바들바들 떨며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 비 피할 수 있었다면 날개 한쪽 더 달았을까.
서로 찢긴 기억의 날개 하나 더 붙일 수 있을까.
숨을 쉬어야 해 조금 들이마시고 많이 뱉으세요. 비를 바라보시는 어머니 오늘도 우리 안녕한가요.
독배로 82번길
미추홀구 독배로 82번길에 소크라테스가 살고 있다. 겨드랑이에 책 한 권 끼고 다니다가 시를 읽어준다. 음유시인처럼 매콤한 연기 가득한 날도 시를 읽는다.
지휘봉에 맞고 넘어지던 날도 독배를 마시지 않았다. 그의 꿈은 독배로 골목에서는 오래된 가요로 바뀐다. 친구도 없는 홀로 백내장 낀 눈으로 뿌옇게 들려준다.
나는 그가 읽어주는 문장마다 밑줄을 죽죽 긋는다. 내 몸의 3번과 4번 뼈 사이에는 그놈의 방이 있다. 독하게 뱉어낸 말을 독주로 무장하고 새겨 넣는다.
어느날 문득 꽃을 들고 독배로 82번길을 서성인다. 독배로 독배 들이키며 쓰러져가는 낭만을 노래하던, 미추홀구 독배로 82번길의 소크라테스가 사라졌다.
만리벚꽃길
벚꽃 아래서 보고 있니? 벚꽃노래 듣고 있니?
벚꽃길에서 만나는 울울한 옛사랑의 안부이다.
이 벚꽃은 이 벚꽃이고 저 벚꽃은 저 벚꽃이다.
이 벚꽃은 오늘 피고 저 벚꽃은 어제 피었다.
이 벚꽃은 하얀색이고 저 벚꽃은 분홍색이다.
이 벚꽃은 하늘이고 저 벚꽃은 바다이다.
이 벚꽃은 바람이고 저 벚꽃은 향기다.
이 벚꽃은 졸고 있고 저 벚꽃은 노래하고 있다.
이 벚꽃은 멈춰서 있고 저 벚꽃은 뛰어서 온다.
이 벚꽃과 저 벚꽃은 서로 엉키기도 하고
이 벚꽃과 저 벚꽃은 서로 숨겨주기도 한다.
벚꽃 아래서 보고 있니? 벚꽃노래 듣고 있니?
만리벚꽃길에 날리는 벚꽃향, 벚꽃들의 입맞춤.
카더라 바리게이트
연예인이 죽었다 늘상 지켜보던 화려한 모습이 사라졌다. 악성댓글 탓이었다고도 하고 연애가 끝났다고도 한다. 막다른 벽에 부딪친 말이 혼자 떠돌다가 길을 잃고 헤맨다. 열 사람의 말로 조각이 나고 백 사람의 말로 부풀어진다. 이렇게 저렇게 한껏 자란 말들이 소란하여 멀미가 난다.
우는 날들이 많아질 때마다 서로가 나눈 말들을 떠올린다. 오래도록 붙어 있지 않아도 너의 말은 가까이서 숨을 쉰다. 텅 빈 듯한 내일에 들풀처럼 일어서게 하는 말들이 온다. 네 손끝에서 네 기억 속에서 숱한 말들이 기어 나온다. 사라진 사람이 들려주는 생의 흔적들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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