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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무성서원백일장 입상작품집 '홍진에 뭇친 분네 '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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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정읍 무성서원 백일장 수상 작품집
홍진에 뭇친 분네
인쇄 2021. 12. 5 발행 2021. 12. 10
지은이 정읍 무성서원 문화재 활용사업단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156-6 03810
값 10,000원
1. 목차
책머리에_이치백 정읍 무성서원 원장
정읍 무성서원 백일장에 시행에 부쳐 20
대상
이석재
수상작 봄―백일홍 26
근작시 봄―그 섬엔 그리움이 산다 28
갈대 30
그늘 31
굽은 강 303
그림일기 36
심사 총평 40
당선 소감 42
운문부
최우수상 김경애 언니의 봄 46
우수상 박찬희 이른 봄의 메모 47
전해인 봄을 열어주는 열쇠! 봄비 49
장려상
김완수 붉은 공력 50
김정하 봄 너는 52
양하얀 피난처 향기 55
이은영 무성서원, 필사하다 57
장서영 누가 깨워줄까? 59
지주현 거대한 봄 60
심사평 62
산문부
최우수상 박미랑 잃어버린 봄 66
우수상 송승현 봄비와 칼국수 70
진기운 경계에도 꽃은 핀다 76
장려상
김종서 소리를 잡아 마음에 담으리라 83
박미현 마지막 봄날 88
손민지 봄 92
송용희 봄은 어디서 오는가 96
유지호 무성서원에 핀 꽃 102
이경훈 아주 오래된 봄날 이야기 107
심사평 111
2. 작품
제1회 정읍 무성서원 백일장 수상 작품
대상
이석재
봄―백일홍
대상 수상작
봄
―백일홍
이석재
아내는 식물성이다
화분에 담겨 봄맞이 새 식구로 베란다에 자리 잡은
백일홍 녀석과 함께
밤새워 붉은 열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머리맡에 앉아
물찜질로 이마를 닦아내는 내 손을 멈칫하게 하는
아내의 숨결은
여전히 백일홍 꽃잎처럼 뜨겁고
나는
무수목도 안녕하고 군자란도 안녕하고
자잘한 허브들도 죄다 안녕하다고
기진한 아내를 토탁인다
뿌연 안개가
한 무더기 희디흰 꽃다발로 문안하는 새벽녘
중학생 딸애의 블라우스를 다려 입혀 보낸다며
한참 크는 아들 녀석 아침을 챙겨 멕여 보낸다며
후들거리는 무릎 일으키다 쓰러지는 아내를 안아 눕히며
딸애도 안녕하고 아들 녀석도 여전히 안녕하다고
내 다 알아서 멕이고 입혀 보낸다고
다시금 아내를 토탁일 때
얄미운 백일홍 화분 하나
더욱 붉은 꽃 한 무더기 피워 올리고.
근작시
봄 외 5편
―그 섬엔 그리움이 산다
저녁마다 괭이갈매기들이 돌아와 휴식의 발자국을 찍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홍도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그 섬엔
종이를 태우는 것 같은 익숙한 냄새가 난다
왜소하고 비틀어진 몸을 가진 활엽수 몇 그루와
소새나무, 섬잣나무, 동백과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바위들은
동굴처럼 패이거나 앙상한 뼈대만 남은 모습으로
섬을 에워싸고 앉아
발치께에 구르는 몽돌 숫자만큼의 기호들을
제 몸에 새겨 넣는 수고에 골몰하고 있다
노을이 섬의 정수리에 붉은 불길을 피워
등대원조차 떠나버린 등탑 등롱에 빛을 담으면
한낮의 낚시꾼들이 미처 챙겨가지 못한 미련을 모아
부지깽이로 꼼꼼히 뒤적이며 태우는 섬 아궁이의 온기로
갈매기들은 새끼를 키운다
삼월 초순의 거친 바람이 할퀸 섬의 곳곳에서
떠나보낸 시간의 기억을 딛고 후박나무는 새잎을 연다
풋향기 가득한 고사리, 보시, 하늘나리들이
저마다의 행간을 열고 새로운 한 시절을 경작한다
섬을 가장 잘 아는 봄밤이
수평선 쪽에 밑줄을 쫘악 긋고
홍도의 은밀한 발가락을 씻기면
그리움이 진하게 고였다 싶을 때마다
섬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가끔, 몰래 간직해온 영혼의 한지 위에
섬의 노래를 탁본해보면
가슴을 비운 사람들만 읽어낼 수 있는
봄이 오는 산속 암자의 목어 소리를 닮아 있음을 안다.
갈대
가슴 깊은 상처는 달빛으로 감싸 안고
온몸을 웅크려 버텨내야 한다
바람 불면
지치고 야윈 몸은 정신없이 흔들린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빼앗기는 체온에도
입속은 쉽사리 버석버석 메말라 간다
시월 보름 텅 빈 골목에 주저앉아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다독이며 건너가는
이 미친 바람 부는 세상살이는
어둠의 무대 위를 휘도는 한 바탕 춤사위
밤새워 흔들리다가 불현듯 닿는
푸르스름한 새벽의 퀭한 눈길 앞에서
새삼 옷깃 여미며 고개 숙여도
미친년 머리카락 마냥 솟구치는 내 승질머리는
끝끝내 숨길 수 없는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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