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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풍자시첩 '함석지붕집 똥개'(리토피아포에지127)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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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128
함석지붕집 똥개
인쇄 2022. 1. 5 발행 2022. 1. 10
지은이 장종권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1315 인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903호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60-3 03810
1. 저자
장종권 시인은 김제에서 출생하여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로 등단했다. 시집에 『전설은 주문이다』 외 다수가 있으며, 창작집으로 『자장암의 금개구리』 가 있고, 장편소설로 『순애』가 있다.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미네르바문학상을 수상했다. 계간 《리토피아》 주간, 계간 《아라문학》 발행인,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이다.
2. 첫말
천년 전 세상이나,
백년 전 세상이나, 십년 전 세상이나,
거기서 거기였다면,
십년 후 세상이나, 백년 후 세상이나,
천년 후 세상이나,
거기서 거기겠네.
2021년 겨울
장종권
3. 목차
제1부 나비의 눈은 다르다
하늘은 손바닥으로 가려진다·13
기다리면 바람이 건져준다·15
찬밥 먹으러 터덜터덜 집으로 간다·17
남들이 니 에미를 욕하믄 좋겄냐·19
어머니의 마지막 한마디, 내 아들·21
제1차 동네대전大戰·23
귀신이 따로 없다·25
잘난 척에 박수쳐 주면 복 받는다·27
뒤로 걸어도 됩니다·29
도움장치 빼고 제 목소리 들어야·31
새들은 슬퍼 울어도 소리가 아름답다·33
이건 대접이 아니다·35
며느리의 전화·37
아버지의 요구는 자유입니다·38
함석지붕집 똥개·41
그냥 미안합니다·43
부디 영원히 사세요·45
진실은 당신 가슴속에 있습니다·47
년로하신 하나님·49
대가리야 대가리야·51
제2부 벌의 눈도 다르다
진실도 우상이다·55
착각 착각 천세 만세·57
같이 사는 것은 물 건너 갔다·59
막대기에 묶여있으면 편타·61
누가 밥상에 소태를 올리나·63
시인은 반골이어야·65
우물 안 개구리나 우물 밖 개구리나·66
태양은 전능하긴 하다·69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71
나도 나한테 속는다·72
죽은 바람이 산 풀을 다스린다·75
생쥐들에게만 법을 들이댄다·77
답안지는 이미 태웠거든요·79
멋대가리 없어도 오랜 친구다·81
살고 죽는 일은 호락질이다·83
하늘에 시원한 구멍을 뚫어볼까·85
돌다리 두드려 봐야·87
너는 법을 지키냐·89
애비 주머니를 털다니·91
방주를 향해·93
제3부 네 눈도 다르다
등잔 밑이 가장 밝은 곳이다·97
패거리 속으로 진군합시다·99
보통말들의 무주공산·101
진시황이 그냥 죽었겠나·103
가벼워야 살아남습니다·105
엑스트라와 함께 휴머니즘도 간다·107
주장하면 허방에 빠진다·109
새벽은 없다·111
악惡을 쳐내면 다른 악惡이 온다·113
죽다 산 남자·115
지구는 잠도 없습니다·117
하산길도 불편하다·119
시소 없이도 발전한다니·120
자알 해도 그 판 모옷 해도 그 판·123
붕붕 나는 벌떼들·125
이유 없는 반항은 없다·127
역리는 순리보다 황홀하다·129
다 말아 드신 높은 분들·131
종착지 없는 특급열차·133
저승에서 온 문자·135
제4부 내 눈도 다르다
팔아먹은 피아노·139
시인들이여 정치를 하자·141
별별 소리 잘 십어 먹겠습니다·143
그 개고생 안 할 수 있었다·145
보리밭 문둥이 어른들은 몰라요·146
웬수를 만나면 오줌도 누지 마라·149
아버지 타는 동안에도·151
꿈이 아니었다·153
너무 빠르면 못 따라간다·155
죽을 때도 함께 죽을 거란다·157
돌 던지는 재미에 푹 빠졌겠지요·159
하늘 높이 쳐들지 마라·161
똑같을 가능성은 없다·163
나는 언제 부자가 되나요·165
태양은 얼마든지 가릴 수 있습니다·167
꿩도 되고 닭도 될 수 있으니·169
박수 치다 손바닥 터질라·171
하늘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지요·173
고맙다는 인사도 못해·175
4. 평가
여기에 실린 시 답지 않은 시들은 몇 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이미지 역시 대부분 오래 전 내가 찍어둔 주변의 소소한 사진들이다. 이것들을 통해 척박해진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눈들을 읽어내고, 동시에 이그러진 세상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분노를 드러내고 싶었다.
2021년 12월 동짓날
5. 작품
함석지붕집 똥개
우리동네에서 최고 부자는 함석지붕집이었습니다. 집도 크고 마당도 넓은 집이었습니다. 식구도 별로 없는 집이었으나 주인마님은 귀티가 있었는지 동네사람들 모두 공손하였습니다. 그 집에는 대단히 사나운 똥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동네사람들 알기를 우습게 알아서 누굴 보든지 으르렁거렸습니다. 아무도 그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지요.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 그 집에서 꽃상여 하나가 나가고 며칠 후 그 집 똥개가 맞아죽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속이 후련했습니다,
하늘은 손바닥으로 가려진다
비가 오면 해는 안 뜨고 쉽니다. 눈이 오면 달도 안 뜨고 쉽니다. 비라도 오고 눈이라도 내려야 해도 달도 쉬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해와 달은 지가 쉬려고 비를 뿌리고 눈을 쏟아붓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에라이, 어린아이도 안다. 비가 온다고 해가 안 뜨냐, 눈이 온다고 달이 안 뜨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하늘도 없는 것이네. 네, 그렇습니다.
기다리면 바람이 건져준다
늪에 빠진 도토리들이 엉덩이 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누가 더 넓은가. 가장 좁은 놈은 순식간에 가라앉고 가장 넓은 놈은 가장 나중에 가라앉을 것입니다. 키보다 넓이입니다. 나중까지 버티다 보면 혹시 아나요, 바람이 건져줄지. 다람쥐가 건져줄지요. 기다려 보세요.
찬밥 먹으러 터덜터덜 집으로 갑니다
유년의 고향마을에는 떡장수가 오고 엿장수도 자주 왔습니다. 떡장수가 이고 온 광주리에는 개떡이 가득했고, 지게바작 엿장수는 가위로 신명나는 엿치기를 했습니다. 나는 신기하게도 떡장수가 와도 엿을 먹었고, 엿장수가 와도 엿을 먹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떡장수 엿장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떡은 이제 돈이 없어 못 먹고 엿은 이미 물리도록 먹어 싫습니다. 개떡이든 엿이든 먹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드세요. 식은 밥이나 먹으러 터덜터덜 집으로 갑니다.
남들이 니 에미를 욕하믄 좋겄냐
지난밤 꿈에 전 대통령 디제이가 오셨습니다. 쪽지 하나 달랑 주고 돌아섭니다. 재빨리 쪽지를 펴보니 생뚱맞은 소리입니다. ‘너는 남들이 니 애비를 욕하믄 좋겄냐, 니 애미를 욕하믄 좋겄냐, 맘에 안 든다고 주댕이 함부로 놀리지 마라.’ 어이가 없어 돌아서는 등뒤에 소리쳤습니다. 샘, 지가 어쨌다고요? 잘못 찾아오신 거예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 젠장, 치매에 걸리셨나.
어머니의 마지막 한마디, 내 아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말씀은 ‘내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뱉은 숨을 결국 들이마시지 못하셨는데요. 어려서 당신 어버지 여의시고 어머니 재가하시어 버려진 인생이 평생의 한이었습니다. 이미 치매이신 아버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어머니는 홀로 당신의 목숨을 벌써 놓으셨습니다. 어머니 얼굴 모셔놓을 곳이 사무실밖에 없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있다가 의자를 돌리기만 하면 어머니 아직도 나를 부르고 계십니다. 내 아들.
174쪽 영화 '1987'의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가 잠들어 있는 가학동. 그는 우리들의 소중한 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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