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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 정치산 시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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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348회 작성일 25-03-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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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 정치산 시인, 수상작품 새한서점.

 

 

)문화예술소통연구소가 주최하고 계간 리토피아가 주관하는 제15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로는 정치산 시인(작품 새한서점)으로 결정되었다.

 

정치산 시인은 2011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 바람난 치악산, 그의 말을 훔치다가 있으며, 강원문학작가상과 전국계간지작품상을 수상했다..

 

 

 

 

수상작품

새한서점

 

 

극과 극이 만나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나 방금 극을 만났어요. 반짝 불이 들어왔어요.

 

그녀의 댓글에 그가 꽂힌다. 신문이 던져지고, 그녀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다. 책과 책장이 돌고 거짓말들이 쫓아온다. 두 개의 시계가 반대 방향으로 돌고 오후 4시 그와 그녀가 만나는 순간이다.

번쩍! 극과 극이 헤어진다. 화들짝 놀란 그녀의 시간은 흘러가고, 그의 시간은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그녀와 그가 시간의 파도에 부딪힌다. 태양과 달이 교차한다.

그가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번쩍! 불이 들어오고 그가 뽑힌다. 복제된 메텔이 그의 손을 이끈다. 그녀의 손에 이끌린 그가 작아진다. 내일로 기차를 타고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번쩍! 불이 꺼지고 책장과 책장 사이 그가 졸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찰나 창틈으로 뜨거운 태양이 비춘다. 순간 구석에 있던 책들이 숨을 쉰다.

 

 

 

 

말의 거미줄

 

 

문장을 늘이며 거미줄을 치는 건 고래가 걸려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툭 걸치기에는 무거운 고래들이 가볍게 날아오르기를 기다린다.

문장을 늘이며 거미줄을 치는 건 툭 내뱉는 말이 무거워서이다.

문장을 늘이며 거미줄에 걸쳐 놓는 건 말을 빙빙 돌리기 위해서이다.

어지럽게 빙빙 돌려 엮은 말을 거미줄 위에 올려놓고 혹하길 바란다.

말의 파도가 몰아쳐서 문장이 출렁이면 도망가는 말꽃을 잡는다.

툭 걸쳐 놓기엔 말이 너무 무거워 문장을 길게 늘여 거미줄을 친다.

 

 

 

 

천안천화千眼千話

 

 

그의 손에서 천 개의 꽃이 피어납니다.

그의 어깨에서 천 개의 말이 피어납니다.

잘라도 다시 돋아나는 꽃들이 피어납니다.

잘라도 다시 돋는 말들이 날개로 핍니다.

날개로 핀 말들이 천 개의 문을 만듭니다.

시간을 멈춘 벽에 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문밖에서 다시 시간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의 어깨는 말들이 드나드는 문.

닫아도, 닫아도 자꾸만 열리는 그의 어깨에서

말문이 열립니다. 말문이 트입니다.

그대가 돋아납니다. 그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선정평

터는 말, 터뜨리는 말, 터지는 말

 

 

시는 뜻을 표현한 것이니 마음속에 있으면 뜻()이 되고 말을 하면 시가 된다詩者, 志之所之也, 在心爲志, 發言爲詩.”(모시서毛詩序중에서, 시경詩經, 정상홍 옮김, 을유문화사, 2014, 32) 2025년 열다섯 번째로 시상하는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정치산 시인을 선정하였다.

 

정치산 시인은 2011년 등단하여 그동안 바람 난 치악산그의 말을 훔치다라는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첫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거쳐 최근까지 시인이 일관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말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시가 되는 말이다.

 

첫 시집에 수록된 연작시 들꽃요양원에서의 말은 터는 말이다. “빛나기 시작하는 속삭이는 돌”, “우르르 날아가 늘어난 귀들을 후리고 가속살거리는 비밀의 말들”, “그대에게 전하는 비밀의 메시지70-80여 년을 살아오면서 숨겨두었던 한이고 고통이면서, 내비칠 수 없었던 꿈이다.

 

이 말들은 입말로만 아니라 몸의 말로도 전해진다. 한도 끝도 없이 털어내는 말들은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터에 시인은 이 말들을 끝까지 참고 들으면서 묵묵히 받아낸다.

 

연작시 낙서로 이어지는 두 번째 시집에서의 말은 터뜨리는 말이다. “휘어진 시간과 꽃들의 울음을 잡아내는 것도” “바람이 스친 자리마다 꽃피는 것 잡아내는 것도” “은하수를 걷어내고 하늘의 소리를 잡는 것도 시인이”(낙서ㆍ1부분)라서 이 말들을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수 없는 가십의 형식을 빌려 드러낸다.

 

하지만 어떤 형식을 빌리든 시인이 전하는 방식은 시여서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심지어 표제시가 된 연작시 그의 말을 훔치다에서는 훔쳐서 내어놓기까지 하는데, “어깨에서 피어나는 이 천 개의 꽃천 개의 말잘라도 다시 돋아나” “피어나꽃들이고 날개로 피말들이. “문장을 늘이며 거미줄을 치는 건 고래가 걸려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최근의 시들에서도 시인의 말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데 최근의 시에서 보이는 말은 자연스레 터지는 말이다. 그의 말도, 너의 말도 아닌 나의 말이다. 시인이 그와 너를 거쳐서 드디어 나에게까지 이르렀다는 고백이다. 그나 너라는 밖에서 나라는 안으로 향하는 시선이다.

 

이 시선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내 안의 말로 하늘의 문은 시인의 놀이터요, 지상의 문은 인간의 놀이터라고 큰소리치다가 손가락이 부러져 돌아자다가 봉창 두드리며 돌다리 두드리던” “맨날 남의 다리만 긁던 시. 그동안 시작詩作의 지지부진으로 깊고 길었던 시인의 고민을 본다. 하지만 이제 시인은 기지개를 켠 듯하다. 마냥 흔들린다고까지 한 고백의 뒤편에 시가 거북이걸음으로 오다가 호랑이 걸음으로 왔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말머리에서 인용한 모시서毛詩序에서의 시 풀이는 이렇게 이어진다. “감정이 마음속에서 움직여 말로 나타나고, 말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탄식하고, 탄식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노래하고, 노래로 부족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것이다 情動於中而形於言, 言之不足, 故嗟歎之, 嗟歎之不足, 故永歌之, 永歌之不足, 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也.” 시를 지칭하든 아니든 아마도 시인의 시를 향한 마음은 이러할 것이다.

 

정치산 시인의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제 다시 호랑이처럼 왔다는 시심을 꽉 잡아서 천둥 치고 억수장마 쏟아지는데 시를 훔쳐 용솟음쳐 오르는 이무기처럼 용솟음쳐 오르기를 기원한다./남태식(), 장종권, 손현숙

 

 

 

 

수상소감

다시 빛나는 날개를 펼쳐 보리라

 

 

오랫동안 시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와 주저앉을 때마다 시가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조금씩 시를 멀리하고 갱년기 우울증과 불면증에 잠식당하며 시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몸 쓰는 일이 많아지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서 불면증도 줄고 갱년기 증상도 완화되었다. 다시 시를 쓰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시에서 점점 멀어지는 시기에 리토피아문학상수상 소식을 들었다. 이제 다시 맘 잡고 예전의 열정으로 시를 열심히 쓰라는 격려로 이 상을 주시는 것 같다. 이런저런 변화 없이 그저 흘러가던 일상에 반짝 반딧불이를 만났다.

 

작은 불빛으로 어둠을 밝히며 다시 빛나는 날개를 펼쳐 보리라 다짐해 본다. 기나긴 갱년기 우울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내게 다시 날아오를 힘을 주신 리토피아 장종권 주간님을 비롯한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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