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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 29/정령 시집/연꽃 홍수/2014년 9월 발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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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 29/정령 시집/연꽃 홍수/2014년 9월 발간 완료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연꽃 홍수
몰랐었네. 비가 오면서 시나브로 개울을 덮고 논밭을 쓸고 댓돌을 넘을 때까지 그칠 거야 했었네. 못물이 차올라 있을 때는, 차마 그러리라는 것을.
홍수에 휩쓸려 정처 없이 흘러가던 송아지의 애처로운 눈빛을, 가시연꽃 잎 떠다니는 혼탁한 못 속의 연보라빛 봉오리를 보고서야 알았네.
지게 한 짐 구호물품 등에 업고 건너오시던 아득한 철도다리, 눅진한 홍수 끝에 저리도 넓적한 등판 있었음 하는 바람으로 하늘 밑에 연잎 떡하니 벌어져 알았네.
장독 엎어지고 깨어지고 허물어졌어도 대추나무가지에 매달린 솥단지 내걸고 푹 퍼진 수제비 뜰 때, 켜켜이 연이파리 못 속에 앉았는 걸 보고야 알았네.
흙탕물에 절은 방바닥 물때 벗기고 푹 꺼진 마루 훔치던 후덥지근한 그 날의 햇님, 발그레 붉힌 연꽃이었네.
책장에 촘촘히 꽂혀있다 물벼락 맞은 몸들 낱장 헐지 않도록 쭈굴하게 말리던, 한 여름의 연잎들이 책갈피 같은 연밥을 내주는 걸 보고야, 홍수였네. 연꽃 홍수!
푸른 잎 펼치고 유구한 세월을 안아 떠받치고 온, 인자한 꽃무리의 환호성. 연꽃 물결, 홍수로 일렁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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