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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 23/최향란시집/제목 밖엔 비, 안엔 달/2013년 5월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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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 23/최향란시집/제목 밖엔 비, 안엔 달/2013년 5월 완료
최향란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물풀나무에게 바침
노란 꽃핀을 꽂은 사랑요양병원 할머니가 밥상을 받고서 하는 말 ‘와, 고기다’ 밥숟가락에 생선살 발라 한 입 떠먹이는 할아버지 하는 말 ‘괴기다’ 스무 살 새색시 목소리로 ‘아이, 아니야 고기’ 한 입 더 떠먹이고 장난스레 웃는 할아버지 ‘괴기’ 꽃들이 마구 피어 사랑해, 봄입니다
나 그들처럼 한 올인 듯 휘감기는 물풀나무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운명의 눈 하나 밝히면
눈멀어도 심장 두근거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개울 건너는 돌 위에서 잠시 쉬어가는 법 그들에게 배워
오래도록 장대비 내리는 날에도
넘치는 개울 온몸 잠겨도
서두르지도 않고 길 잃어도 아프게 흔들리지 않지요
지나온 생애 꽃 환하게 핀 날 그리울 땐
그들이 부르던 노래로 뒤척이는 몸 쉬게 하고
그래도 정박하지 못한 배가 되는 밤에는
생의 배반이라 생각하지 않고 용서의 잔도 미리 준비합니다
나 이미 물풀이니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거 압니다
마른 물풀 여름을 이겨내는 것처럼
빈 틈 많은 줄기 물살 따라 몸 길게 뻗습니다
가끔은 햇빛 비치는 그 쯤에 누워
얼마나 먼 길 왔는지 침묵하기도 하면서
출렁출렁 꽃송이 떨어지는 봄밤도
뿌리를 더 길게 내리고 환히 사는 게지요
-리토피아 4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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