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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란(춘옥)-제27호 신인상(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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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란(춘옥)
한국여자
1
그대로 나의 뜻이 더 밝게 자라난다
옥녀*는 흰 옷자락, 앞섶이 붉으스레
백 여일 꼭두새벽을 마중하여 서느니
2
바람은 채찍질로 달빛을 아로새겨 선덕의 가시관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황칠*이 눈물의 여왕, 고즈넉이 거닌다
3
보아라, 흰 꽃들이 매 하루 건듯 핀다
한 넋을 감싸 안고 맨발로 춤을 추다
쟁명한 가을 햇볕에 마른 몸을 뉘인다
*옥녀:꽃잎이 온통 하얀 무궁화의 일종.
*황칠나무:상록 활엽수의 일종, 상처에서 흐르는 체액이 금빛이다. 예부터 금 세공품에 주로 쓰였다.
아브*
나에게 꽃을 주라
붉은 꽃을 내어주라
퍼붓는 눈발 속에 저리도 설레는데
십자로
텅 빈 하늘가
매꽃 하나 희디희다
*아브(Ab):이집트어로 심장을 뜻함, 양심을 나타내는 말
검은 바다
새우잠 꿈속 길일까, 알거품이 뽀글대는 한 세상 시작과 끝이 눈물처럼 따뜻하다
걸어온 발자국마다 또, 내일이 담긴다
~결
나,
이제
먼 길 떠나
황해도 작은 마을
한 사내 오목가슴 깊숙이 패인 연못
그 물에 피었다 지는
각시수련
될까 몰라
한 생을 에돌아서
발아래 흐르다가
오래된 사슬 끊고 뜨겁게 솟구치어
큰 물결 밀어 올리는
어머니의
남쪽바다
오,
나는
나도 모르는
함경 이북 으슥한 곳
사투리 무뚝뚝한 사내 늑골 바위 틈새
이슬에 뿌리내리는
나비난초
될지 몰라
돌의 나라
섬에서 우는 것은 섬돌이 아닐 거다
더욱이 날 것 없이 허공을 가르는 새
날개로 먹돌을 품어 새 세상을 만든다
하늘을 반듯 떠안고 새들이 내려앉는다
바람에 궁굴리어 속내를 다스리는
해녀의 묵비권인가
나지막이 잠겨든다
물살에 몸을 맡겨 발자국을 씻고 있다
햇살이 자갈자갈 해변에 쌓일 동안
밀물과 썰물 사이에
목마르게 기다린다
길이란 더 없어도 너에게 갈 것이다
이 때다, 새털구름, 알돌 위로 지나간다
파도가 새떼를 풀어
창공으로 날고 있다
당선 소감
명창, 임방울 선생의 판소리를 처음 듣던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노자의 불청불탁不淸不濁의 소리. 자신(혹은 세상)의 모든 욕망을 삭이고 새로 일어난 맑은 소리.
다행히도 시조라는 정형성에 불청불탁을 닦을 수 있는 예법이 있어서 고마웠다.
행복하다는 건 자신의 서정성이 충만했을 때가 아닌가한다.
한국의 시(시조)를 떠나서 나는 행복해질 수가 없었다.
한국 나비의 색채와 율동이 한국의 치마저고리와 무용으로 그대로 재현되지 않던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보다 좋은 시조를 쓰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독자들이 행복하다면 나는 더 많이 행복할 것이다. 그 길을 열어준 리토피아에 감사한다. -당선자 고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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