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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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임-제4호 신인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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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임-제4호 신인상(시)
경남 거창 출생.
거창문협 회원
2001년 리토피아 신인상
<당선작품>
오월 (외4편)
부엌에선 방에서 한 일 모른다
방에선 부엌에서 한 일 모른다
한 겹 한 겹 나이테를 입으며
시간이 곱으로 피어난다
창포꽃이 피자, 오월이 온 마음을 흔든다.
무지개 타고 온 꽃잎이 훔쳐간 시간들,
그 건망증, 그 번민들이 묻는다
흑공단 머릿결을 돌려 드릴까요?
그 첫 꽃물을 안겨 드릴까요?
무엇같은 그 순결도 찾아드릴까요?
어떻게?
무지개 꽃말 갈아 마실까?
창포술을 담아 마실까?
창포왕관 엮어 쓰고 샛서방이라도 만들까?
아서라! 저기, 봄날이
휘파람 불며 손바닥 하얗게 흔들며
간다
오직 하나뿐인 요리
1
매미소리 삼 백 그램, 일단은 힘줄을 제거하고. 칼등으로 빈틈없이 두드린 다음 물을 넉넉히 붓고 10분간만, 딱 10분간만 재워두세요. 소스는 가을바람 눈물, 한숨, 사랑……
정해진 양을 넣고 흔들어 주세요. 안……성기처럼. 가린 장막을 베어낸 다음, 잘 익은 나락 위에 올려놓아요. 재워둔 매미소리 그 위에 놓고. 소스를 끼얹어 약하게 조리하세요. 화다닥대는 가을 속 그 매미가 울 거예요. 시암썬셋*
저 빛깔과 향기가 씹히는 소리, 매미가 울어요. 노을이…… 울어요 시암썬 셋. 나와 그는 오직 하나뿐.
* 평화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영화
펭귄
아델린 펭귄이 한 돌멩이 위에 넙죽 배를 대고 알을 품고 있다
새끼들은 지금 그의 엉덩이와 넓적다리 사이에서 꿈꾸고 있으리.
태어나는 순간 내디딘 그들의 대지는 그의 발등.
그들은 그 발등에 기대어 꿈꾸며 자라리.
저기, 큰 도둑 갈매기 살금대고
바다표범 얼씬댄다
뭍에서든 바다에서든 살아야 할
그 어린 것들
나의 후예여!
<당선소감>
나에게 있어 시는 열리지 않는 처녀성이었다.
다가서면 물러서고 다가서면 물러서고……
좀체를 속내를 보여주지 않았기에,
더욱 문고리를 잡고 늘어졌는지 모른다.
비로소 문이 열리고,
이제 그 입구로 들어서는가보다.
기쁘다.
작품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선임
<심사평>
이선임씨의 오월 외 2편을 신인시로 내 보낸다.
신인을 내 보내는 일은 조심스럽다. 신인발굴은 한 잡지의 얼굴이고 그 잡지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칫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들을 뽑을 경우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정도의 시면 등단할 수 있나 봐' 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본인도 그 상태로 만족하고 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은 본인에게도 한국문학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가 되는 일은 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문학은 한 나라의 정신을 짊어지고 가는 대표적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칼날같은 자기 성찰과 뼈아픈 노력이 없이는 안될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글쟁이가 되는 일처럼 또는 글쟁이를 뽑는 일처럼 무섭게 책임감을 요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리토피아는 심사위원 심의제로 하여 심사위원 전원의 찬성을 거쳐서 엄정하게 신인을 뽑을 것이다. 당선된 분의 정진을 바란다. -리토피아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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