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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시/2011년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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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1,840회 작성일 11-12-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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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

밤바다 외 4편



투망 속 푸른 물고기가 파닥거린다.

바다가 뭍으로 올라오는 소리이다.

바다도 세상과 섞이고 싶은 것이다.

어둠을 타고 낮은 포복으로 기어온다.

슬그머니 기어오다가 종내는 뒤집어진다.

손 내밀며 달려 나가면 문득 사라지는.

푸른 물고기 고요히 숨을 몰아쉰다.

세상이 바다를 제 맘대로 사랑하고 있다.




신발 두 켤레



결혼할 때에 할아버지 해주신 말씀

섬돌 위에 신발 두 켤레 놓여 있을 때에

부지런히 일하고 재산을 모아야 한다.

일 년이 지나고, 삼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 옹기종기 모인 오남매

아옹다옹 싸우다가 깔깔거리다가

다 큰 재롱에도 세월주름 환하게 펴시며,

늙은 신발 두 켤레 아직도 섬돌 위에

나란히 앉아서 등 비비고 있네.




입춘대길



어디만큼 왔니, 당당 멀었다.

어린 날 술래는 이 말 끝내고

돌아보는 순간에 술래가 되었다.

입춘대길 붓을 든 손은 아직도 얼음장,

어디만큼 왔니,

저수지에 송사리는 어디만큼 왔니.

둑길에 개나리는 어디만큼 왔니.

햇볕은 바람과 끼리끼리 화사한데

우리집 대문은 아직 촉 나간 전구

봄이 좀체로 불을 켜지 않는다.

어디만큼 왔니, 당당 멀었다.

빌려온 꽃씨를 뿌린다.




어머니의 팔월



굼벵이 한 마리 기어간 자리에

하얀 소금꽃이 반짝인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추밭

세상도 쓰러지는 땡볕

갈퀴 같은 손이 날렵하다.

잘 익은 고추 하나 따면서

잘 익은 자식 하나 건지고,

썩은 고추 하나 버리면서

액운 하나 버린다.

굼벵이처럼 구부리고 고추를 따다가

끝내 돌덩이 품은

굼벵이가 된다.




앞닫이



친정집 창고 방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앞닫이,

어머니의 혼수품이다.

월척인 붕어 한 마리

굳게 봉인해 놓고,

어머니까지 가둬버린

앞닫이 속에는,

다사다난한 세월이

차곡차곡 누워 구멍 난

기억을 촘촘히 깁고 있다.



소감/눈이 부신 세상 만나

부족한 글을 보내놓고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신인상 당선 소식을 듣고 온몸에 가시가 돋는 듯 따끔거렸습니다. 학창시절 문학소년 소녀가 아니었던 이가 있었겠는가만 정말 지금까지 문학이라는 내 꿈을 한 번도 접은 적이 없었습니다. 나의 꿈이 이제야 알을 깨고 나와 눈이 부신 세상을 만납니다. 나의 꿈을 부화시켜주신 여러 심사위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를 항상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서 부족한 시를 끌어주시고 만져주신 허형만 선생님, 박선우 시인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딸들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나의 꿈이 부화했어요./윤인자




추천평/짧은 시에 대한 특별한 기대 

오늘날 한국시는 시가 너무 길어지고 말이 많은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시의 형식이 언어로 조직된 고도의 압축임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고 본다. 윤인자의 작품을 추천한다. 윤인자의 시는 짧다. 윤인자의 시가 짧은 시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추었느냐고 한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인은 서툰 대로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 점에 있어 나는 윤인자 시인을 믿는다. 윤인자 시인의 「밤바다」 같은 작품은 짧은 틀에 큰 소재를 잘 압축하고 있으며, 또 일상적인 소재가 자연과 잘 교감되어 시로 형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마 이런 것들은 윤인자 시인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갖고 있었던 시인으로서의 생래적인 품성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쪼록 다년간 시를 공부하면서도 극복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 이 기회를 전환점으로 삼아 앞으로 기세 좋게 풀어나가길 바라며 또한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추천위원:강우식(시인, 글), 장종권(시인), 고명철(문학평론가).

 

윤인자

∙1950년 전남 강진군 성전 출생. 목포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졸업. 현재 신안군의회 제6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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