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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2017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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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1,155회 작성일 17-07-15 09:40

본문

김점례홈피2.jpg


│시부문│

거울 앞에 서면 외 4편

김 점 례



거울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보고 또 보고
그 앞에 서면 또 다른 나와의 대면이
시간이 지날수록 버거워진다


붙박이로 집 벽에 기대선 그와는
오랜 시간 타협이 이루어져 있기에
수세미 같은 머리도 도드라진 주름살도
무릎 나온 바지에도
집착만 조금 버리면 우길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낯선 그 앞에서는
어떤 것도 소유할 수 없으니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없다


세상은 언제나 낯설고 어설프다
풀을 먹여 꼿꼿한 무명옷을
다듬이로 두들겨 주름을 펴듯
담금질하여 몸을 낮추어 봐도


그 앞 타인의 시선에
눈 둘 곳 몰라
서툰 몸짓으로 뒤돌아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뛰고 있다





흔들리는 밤



낮 동안
입안에서 맴돌던 노랫가락이
이불 속까지 따라와
시계소리에 박자를 맞춘다
머릿속을 비워보려고
돌아눕지만 또 다른
무거운 생각들이 잠을 삼키고
눈꺼풀은 깃털처럼 가볍다
조바심에 손등으로 눈을 덥고
깊은 밤을 얘기했지만
시간은 잰 걸음으로
내 삶을 덜어내어 감추고
눈먼 그림자처럼 더듬거리며
밤을 가로질러
새벽문을 열고 있다
개운치 못한 선하품으로
눈시울에 물이 고여 밤을 서러워 하고
미끄러지듯 일어나 바라본
서쪽 하늘에
색 바랜 달이 웃고 있다





금목서



가을 초입
별빛처럼 쏟아지던
진한 향
깊이깊이 들이마셔도
멈추지 않는 갈증


성급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서면
비밀한 그들만의 대화가 새어나갈까 봐
작은 입을 닫아버리고
시치미를 떼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어제 내린 비가
회초리 같은 바람을 데려와
이제 갓 피어난 어린 꽃을
밤새 후려치니
둥지에서 쫓겨난 병아리처럼 땅 위에
제 그림자를 덥고 처연하다


그로부터 2주쯤 후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다시 들리고
눈 여겨 바라보니
금목서
눈부신 별 같은 꽃이 다시 피고
가슴 아린 향도 더 깊고 아득하다


부활의 기적을 보여주려고 그 밤
그렇게 매운 비가 내렸나보다





회상



먼지 같은 송화가루가 세상을
뽀얗게 분칠하는 날
창문을 꼭꼭 닫아걸어도
염치없이 비집고 들어와 구석까지
비밀한 흔적을 감추고 있다


물걸레로 닦아내다가
뒤돌아보니
봄볕에 잘 찍힌
발자국이 사슬처럼
이어져 따라 오고 있다
지우고 돌아서도
다시 따라오는 거기엔
얼룩진 지난날까지 묻어서 온다


달콤했던 시절이야 숨은 기억까지 더듬어
사탕발림을 하고 싶지만
명치끝 상실은 동그랗게 버려진 듯
무심했는데


손곱처럼
가난한 내 속에 나를 가두고
옹색하게 살아온 날들이
오늘따라
강가에 버들 늘어지듯
휘휘 늘어져
바람에 호시를 탄다





밀 당



곱게 감은 아가 눈에
살짝 입술을 대면
차가운 기운에 눈꺼풀이 거두어지고
깊은 우물 같은 눈과 마주친다
배시시 미소 지으며 돌아눕는 아가 등에
얼굴을 묻으면
까르르 잔물결 일렁이는 소리 들리고
안아 일으키면
손발을 버둥거리며 울음을 터트린다
아기 눈은 마르지 않는 샘 같아서
채우지도 않았는데
봄볕에 고드름 녹아내리듯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맘마 먹자고 숟가락을 들이대면
놀이 하자고 휘둘러 밥풀이 널뛰기를 하고
옷 입자고 하면
고사리 손으로
가랑이 하나에 두 발을 넣고서
뾰족구두 신은 처녀들처럼
아장아장 걷는 모습
배꼽을 잡는다
날마다 달라지는 어린 폭군 앞에서
꼼짝 못하고 얼랬다 달랬다 밀당을 하지만
아가만 보면 번갯불에 대인 듯
주름진 얼굴이 빛난다





소감

그것은 하나의 선물이었다


책이.귀했던.어린.시절.책을.좋아.했던.저는.언니들이.봤던.여성지를.보다가. 까만.흑인들이.목에.뱀을.감고.있는.경이로운.사진을.생전.처음.접하면서. 책에.대한.호기심과.책 속의.새로운.세상에.눈뜨게.되었던.것.같습니다. . 도시에서.대학.다니던.오빠의.노트도.많이.뒤적거리며.읽어.보곤.하다가. 낙서처럼.써.놓은.‘노스텔지어’라는.낱말을.보았습니다. 그때는.무슨.말인지.몰랐지만.마음속에.묻혀서.가끔.생각이.나곤.했었습니다. 나름.문학소녀였던.저는.‘노스텔지어’라는.이.말이.오랜.세월.제안에. 선물처럼 한.알의.씨앗으로.심겨져.발아의.때를.기다렸던.모양입니다. 몇.년.전.친구.따라.나선.길을.망설이지.않았던.건.오늘로.이어지는. 길이었음을.이제야.알게.되었습니다.“순천.도서관.시인학교”, 거긴.또.다른.문으로.가는.신선한.지름길이었습니다. 허형만.교수님의.가르침은.보석처럼.빛났지만.충분히. 따르지.못해.늘.죄송스러웠는데.부족한.글.어여삐.보시고 .떨리는.가슴으로.당선.소감을.쓰게.해.주셔서.너무나.기쁘고.감사합니다, 하지만.믿어지지.않아서.두렵고.어디로.흘러가고.있는지,.이렇게.가도.되는지. 누군가에게.물어보고.싶어집니다. 세상에는.기쁨의.종류가.많겠지만.처음.맞는. 이러한.가슴.콩닥거림은.몸을.공중부양.시키듯.서있는.듯.떠있는.것.같은.설렘입니다. 글을.쓴다는.것이.힘들어.포기하고.싶었던.순간도.많았지만.참아낼.수.있도록. 격려.해주고.위로해준.시인학교.문우님들이.함께.해.주셔서.예까지.올.수.있었습니다. 모든.님들.감사합니다./김점례





심사평

자아성찰에서 시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말이 아니라 몸의 세계, 즉 추상적 기준이 아니라 구체적 준거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면 ‘삶’은 끝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어떤 인격적 완성, 또는 도덕, 윤리적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욱이 시는 고매한 인격이 품어내는 향취만큼이나 생활의 밑바닥에 치솟아 오르는 구정물의 악취도 ‘향그런 꽃’으로 피워 올릴 수 있다. 김점례의 작품들은 우선적으로 성찰적으로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된, 어떤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울 앞에 서면」은 ‘거울’이라는 대상이 내포하고 있는 일의 적 차원에서의 속성, 즉 비춰진 물상을 반사한다는 데서 출발하지만 종국에는 ‘거울’의 상징성, 죽 ‘타인의 시선’이라는 데까지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 작품에서 그것은 “붙박이로 집 벽에 기대선 그”와 “어떤 것도 소유 할 수 없으니/내가 나를 다스릴 수 없”는 ‘낯선 그’로 분리 표현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결과는 “집착을 조금 버리”는 것과 “서툰 몸짓”을 보이는 것이 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분리고 불화다. 굳이 ‘낯설게 하기’ 등 어려운 시적 기법을 역설하지 않더라도 이 분리, 불화가 새로운 시적 인식의 모태가 될 것은 자명하다. ‘흔적’이나 “내 삶을 덜어내어 감추고/눈먼 그림자처럼 더듬거리며”  지나온 ‘밤’(「흔들리는 밤」)이 모두 시적 인식의 개안開眼을 선언하는 표현이 된다. 하지만 김점례 시인의 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관적이지 않은 것은 「금목서」에 드러나듯이 ‘부활의 기적’을 위한 ‘매운 비’의 역할을 시인이 이미 체험했기 때문이다./장종권, 백인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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