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리토피아 신인상

신인상
수상자
투고작

정경진-시(2004.1.8)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04-11-15 21:01

본문

"춘풍<春風>의 처<處>"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비하면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모조리 염치없는 죄인의 짓입니다.
      
    지난한 겨울의 나태를 넘어 선 일상의 과정과
다시금 내게 돌아와 옛정을 묻는 허상의 좌절...
      
    못 잊어 하면서도 불신하는 저이기에
더더욱 부끄러운 이 초가삼간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시드는 꽃의 유언이 서글퍼
낮에도 불을 밝히는 한심함과
    저무는 해가 아쉬워
밤이면 불을 끄는 어리석음...
      
    올해도 그리운 님의 걸음은 더디 오시나이다...
    
당신이 긋는 세월의 금 어딘 가에
    돌아서서 제 그림자를 보고 눈물짓는
    어리석은 여인네가 또 있더이까?
      
    만일 제 이름 석자조차 남의 것이 되어버린
    그 여인을 본다면 주저말고 전해 주소서.
      
    계절의 실연 앞에 우리는  
    인간이기에 부끄러운 한심한 자와
    인간이기를 아쉬워하는 어리석은 자.
      
    올해도
졸음이 덜 깬 아지랑이가 울타리를 넘어 서는 밤
    청사초롱 내걸고 화촉을 밝힐
    그리운 님의 기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노래방에서..."

살짝만 건드려도 온몸을 떠는 탬버린 같은 오감은
실연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쉼 없이 넘어가는 유행가 메들리 속에
운무의 스트립쇼를 하는 담배 연기는  
     피워도, 피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복의 외로움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먼 그리움만 남겨두고 승천하는
무심한 기억처럼 백발이 성성한 도시에서도
계절을 잃어버린 눈 먼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고,
  
  살짝만 건드려도 온몸을 떠는 탬버린 같은 오감은
누구나 흔들 수는 있었지만 아무도 주인이 된 적은 없었다.

길어도 시(詩)가 되지 못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실연을 파는 길목에서의 휴식이 한 시간...두 시간...

어느새 백발이 되어버린 화냥년의 순정이 서러워  
계절을 잃어버린 도심의 밤은 눈먼 소쩍새처럼 또 그렇게 울었다.

“눈물꽃”

차마 시들지 못해 조화가 될 이름이라면
채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의 이름을 굳이 알려고 애쓰지 말라.

가만, 그대로 아쉽게 떨구는 이별의 눈물조차
먼 훗날의 봄을 사랑할 줄 아는 이에게는
향기로운 믿음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화가 되어 간직될 시간이 아니라
잊혀짐으로써 더욱 간절한 이름 없는 꽃의 숙명
사랑한다...채 피지도 못한 꽃이 되어 너의 꿈결을 떠돌지라도...
“바람꽃“

오해의 쓰린 잔을 땅바닥에 부어도
감추지 못한 진실은 미련이 되어 허공에 날린다.
누가 이 미련한 꽃을 바람꽃이라 하는가.

오해의 독배를 거부하지 못해 함부로 나부끼는 청춘에게
죄는 사랑이 아니라 바람이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어디에나 머물 수 있는 바람꽃.

미련처럼 허공에 날리는 진실은
오늘도 타인의 소문이 되어 빈 잔을 채우지만

저물 때를 알지 못해 지지 못하는 태양에게
바람꽃이 원하는 진실은 믿음이 아닌 용서다.

용서란, 믿음을 잃고서도 차마 버릴 수 없는 미련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미련한 이름에서부터 시작되는 바람꽃의 사랑을
나는 숙명이라 부르고 싶다.
   그 어떠한 바람도 종착지가 없이는 불지 않을 터이기에...

  “졸음”
    
   수면(睡眠) 속으로 익사하는 이 노곤함은
    한낮의 나태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는가?
내게는 타인의 밤이 더 즐겁다는 것을.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의 밤이 우울하다는 것을.
    떨어져 있어도 우리가 함께 우울한 것은
    한낮을 꼬박 따로 꾸었던 밀애의 후유증이외다.


"세월"

      어떤 이는 꿈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구름이라고도 한다.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며
      길 떠나는 자를 부러워했던 지난 날...
    
   어쩌면 별처럼 빛나는 위인들도
그 아득한 지평선을 유영할 때엔
      홀로 서글피 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정한 것은 정이기에
새벽 기운이 자유스러운 오늘 날...
    나는 무엇을 위해 살기보다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한숨이 편한 나이가 되어 버렸다.
    
      세월은 내가 두고 온 땅의 거름처럼
      한숨이 편한 나이에 먹는 구름과자 같은 것.  
    
      별처럼 빛나는 위인이 되지 못하기에
      여전히 길 떠나는 자를 부러워하는 오늘 날...  
    
      지평선을 찾지 못해 홀로 서글피 우는 새벽마다
      세월은 자꾸만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괜찮다고 그런다...
                
“폐경”

그 해 어느 날
그래, 분명 그 해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태양은 아이의 심장을 꺼내 먹는 천형의 특사...
  
그 해 어느 날
그래, 분명 그 해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며 서글피 미소짓던 여인의 꿈은
날개 달린 생리대였다...
“식중독”

꼭 식성이 좋다고 해서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를 모르는 것일 뿐

저속의 조미료에 길들여져 최상의 황홀경을 준비하지 못하는
혀를 잘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補身湯. 蔘鷄湯. 砂糖...

국적도 없이 넘치는 야만의 탕 속에서
뱀을 쪼는 닭을 잡아먹던 개가 웃는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때로는 가려먹을 필요가 있다고.

꼭 마음에 든다고 해서 상대를 가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추문과 염문의 경계를 모르는 것일 뿐 저질의 소문에 길들여져

질주하는 정욕을 잡지 못한다고 해서 내버려진 순수까지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날라리. 백수. 푼수...

오늘도 질펀한 음담의 객석에서
식중독의 몽둥이에 실신한 개가 껄껄 웃는다.
아무리 몸에 맞는 상대도 때로는 가려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취중 진담”  

  마시고, 마시고 나서
모조리 토해 내는 한숨에는 가격이 없고
  
울고, 울고 나서
모조리 잊어버리는 미움에는 가치가 없다.
  
언제나 침묵하는 하늘에 대고 크게 한번 웃어볼 뿐
흘리지 못한 눈물로 가득 찬 가슴은
  이미 아픔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까치밥”

       어둠이 내리는 창 밖으로 까치 한 마리가 울고 갑니다.
       길조라고 반기던 시절은 옛말이 되어 경운기 소리가
       정겨운 이곳의 까치는 매우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지요.
  
     그래도 인정은 남아 있어서 집집마다
       까치 밥은 몇 개씩 남겨 두었는데
       지난번 당신이 다녀갔을 때의 싱싱했던 감들은
어느새 잘 익은 홍시가 되었답니다.
      
당신도 내게는 까치밥 같은 존재랍니다.
       때로는 외롭고 슬프게도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풋풋했던 설레임들이 저절로 농익은 그리움이 된 지금
       초연을 못 잊는 당신의 뜨락에서
나는 영원한 사랑의 길조로 살고 싶습니다.


정경진<40 여>

     주소: 530-320
           전남 목포시 북교동
           3통 2반 192번지
      
       HP: 018-603-7233
      TEL:061-243-6533  
   E-MAIL:gogos-007@hanmail.net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