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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시(2004.1.27) 1차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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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둥근 탁자 속으로_
둥근 탁자 앞에 함부로 앉지 말라
나사에 목이 조인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는 주검 속으로
너 또한 덩그러니 사라질지니
맨발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하루의 앙금 옆에 가라 앉지 말라
기다리는 것들로 더욱 고요한 문밖에는
앙금보다 더 무거운 내일이
때묻은 광맥을 가라앉혀 가며
늑골 깊숙이
초과된 모래를 숨기고 앉아있는 어둠
너의 지문을 슬프게 지켜 볼 것이다
전갈에 물린 시간은 밤새 헛 바퀴만 돌아
하여, 축척을 알 수 없는 마음 속 사막은
오늘도 채 건너가지 못할 것이다
잠시 쉬고 간 슬픈 그늘 너머
수의처럼 벗어 놓은 몇 겁의 고요가
달빛아래 너울대면
모래바람이 지름길로 달려와
버석이는 너의 목을 조여놓고
원형의 사각지대로
꼭꼭 숨어들지니
_겨울 소양호_
수수께끼처럼
깊이
답을 숨겨 놓고
호수는 잠이 들어 있었다
상처만큼 패인 소( 沼)를 들여다보며
날마다
푸른 정기를 방사하던 하늘과
제 그림자를 가두어 버린
겨울 물 속에서
차라리 속 빈 강정이 되어버린 나무들
바람에 뜬소문을 막아주던
철 난 어린 물풀까지도
암시하듯 잠시
수면 위를 서성일 뿐
얼어붙은 시간 위에서
어리석게도
나만 구(求)하고 서 있었다
-겨울밤-
호랑이 바람이
문풍지를 물어 뜯는 밤이면
바람의 날 선 이빨에
어머니는 마른 젖을 물린다 이슥토록
착한 눈을 깜박이는 등잔 불빛 아래
잠 든 어린 육 남매
네 살박이 늦둥이의 시퍼런 몽고 반점을
누덕누덕 기운 헌가슴 한자락으로 끌어다 덮어 준다
삭정이 가슴에 대못 하나 떨리며 박혀오는 밤
어린 감나무 보듬어 안고
달빛 수유하는 겨울 뜰은 깊어 가는데
오래전 바닥 난 어머니 마른 젖줄로
겨울 바람만 시름없이 젖어들고 있다
-태풍부는 밤-
내 청춘도
저렇듯 퍼랬어
더운 피가 서서히 수위를 넘어
끝내 범람 하던 밤
내 몸보다 더 많이 고여 있던 이야기의 누수를
그냥 들어야 했지
스무해를 넘게 밝혀 둔
어머니 근심의 전신주가
사랑의 고압에 툭툭 터지면서
생애 처음으로 맞이 하던
온 몸의 정전 사태,
송두리째 뽑혀나간
복구 되지 않는 밤이
오늘 열락의 강가로 잘 흘러감은
딱 한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처녀성
그 신비스런 경전 때문 이겠지
-어머니의 가을-
밥상 위에는
잘 발라놓은 살점만 얹혀져 있었다
찬물에도 트지 않는
마른 손 등 위로
가난 보다 더 억센 가을 햇살이 부서져 내리면
우리는
어머니 목에 걸린
가장 큰 가시였다
-송이 버섯-
불혹의 알몸으로도
간혹
봄 산의 달거리와
가을 밤의 수태를
꿈꾸어 보기도 했으련만
언제나
삼라만상을 머리에 이고
구도하듯
조용히 천리향을 뿜고 있는 너
밤마다 음과 양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거세하는
갱년기의 슬픈 사내
-초경(初經)-
어둠 속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
아직은
가슴 시린
꽃샘철 인데
서툰 배냇짓으로
딸아이
초봄의 꽃이 되네
-장미-
가시로
촘촘히 친
저 붉은 우리 속에
길들여지지 않은 내가
깊이 누워 있다
몰약보다
더 치명적인 독을 꽃 피우려면
오늘밤도
날 선 창을
섬뜩히 심장에 겨눠
잠든 내 간음을
깨워 불러야 한다
-낮잠-
비릿하고 말간
초유의
봄 햇살 한 줌 훔쳐
슬그머니
죄의 반경을 빠져 나와
꿈 속으로 탈주를 한다
하늘이 허락한
짧은 공소시효로
내 영혼은 잠시
무중력 상태
-호두-
비상구도 없는
암흑 속에서
까맣게 질려 죽은
한 사내의
역력한
고뇌의
흔적
이상미
리토피아문학회 회원
둥근 탁자 앞에 함부로 앉지 말라
나사에 목이 조인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는 주검 속으로
너 또한 덩그러니 사라질지니
맨발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하루의 앙금 옆에 가라 앉지 말라
기다리는 것들로 더욱 고요한 문밖에는
앙금보다 더 무거운 내일이
때묻은 광맥을 가라앉혀 가며
늑골 깊숙이
초과된 모래를 숨기고 앉아있는 어둠
너의 지문을 슬프게 지켜 볼 것이다
전갈에 물린 시간은 밤새 헛 바퀴만 돌아
하여, 축척을 알 수 없는 마음 속 사막은
오늘도 채 건너가지 못할 것이다
잠시 쉬고 간 슬픈 그늘 너머
수의처럼 벗어 놓은 몇 겁의 고요가
달빛아래 너울대면
모래바람이 지름길로 달려와
버석이는 너의 목을 조여놓고
원형의 사각지대로
꼭꼭 숨어들지니
_겨울 소양호_
수수께끼처럼
깊이
답을 숨겨 놓고
호수는 잠이 들어 있었다
상처만큼 패인 소( 沼)를 들여다보며
날마다
푸른 정기를 방사하던 하늘과
제 그림자를 가두어 버린
겨울 물 속에서
차라리 속 빈 강정이 되어버린 나무들
바람에 뜬소문을 막아주던
철 난 어린 물풀까지도
암시하듯 잠시
수면 위를 서성일 뿐
얼어붙은 시간 위에서
어리석게도
나만 구(求)하고 서 있었다
-겨울밤-
호랑이 바람이
문풍지를 물어 뜯는 밤이면
바람의 날 선 이빨에
어머니는 마른 젖을 물린다 이슥토록
착한 눈을 깜박이는 등잔 불빛 아래
잠 든 어린 육 남매
네 살박이 늦둥이의 시퍼런 몽고 반점을
누덕누덕 기운 헌가슴 한자락으로 끌어다 덮어 준다
삭정이 가슴에 대못 하나 떨리며 박혀오는 밤
어린 감나무 보듬어 안고
달빛 수유하는 겨울 뜰은 깊어 가는데
오래전 바닥 난 어머니 마른 젖줄로
겨울 바람만 시름없이 젖어들고 있다
-태풍부는 밤-
내 청춘도
저렇듯 퍼랬어
더운 피가 서서히 수위를 넘어
끝내 범람 하던 밤
내 몸보다 더 많이 고여 있던 이야기의 누수를
그냥 들어야 했지
스무해를 넘게 밝혀 둔
어머니 근심의 전신주가
사랑의 고압에 툭툭 터지면서
생애 처음으로 맞이 하던
온 몸의 정전 사태,
송두리째 뽑혀나간
복구 되지 않는 밤이
오늘 열락의 강가로 잘 흘러감은
딱 한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처녀성
그 신비스런 경전 때문 이겠지
-어머니의 가을-
밥상 위에는
잘 발라놓은 살점만 얹혀져 있었다
찬물에도 트지 않는
마른 손 등 위로
가난 보다 더 억센 가을 햇살이 부서져 내리면
우리는
어머니 목에 걸린
가장 큰 가시였다
-송이 버섯-
불혹의 알몸으로도
간혹
봄 산의 달거리와
가을 밤의 수태를
꿈꾸어 보기도 했으련만
언제나
삼라만상을 머리에 이고
구도하듯
조용히 천리향을 뿜고 있는 너
밤마다 음과 양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거세하는
갱년기의 슬픈 사내
-초경(初經)-
어둠 속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
아직은
가슴 시린
꽃샘철 인데
서툰 배냇짓으로
딸아이
초봄의 꽃이 되네
-장미-
가시로
촘촘히 친
저 붉은 우리 속에
길들여지지 않은 내가
깊이 누워 있다
몰약보다
더 치명적인 독을 꽃 피우려면
오늘밤도
날 선 창을
섬뜩히 심장에 겨눠
잠든 내 간음을
깨워 불러야 한다
-낮잠-
비릿하고 말간
초유의
봄 햇살 한 줌 훔쳐
슬그머니
죄의 반경을 빠져 나와
꿈 속으로 탈주를 한다
하늘이 허락한
짧은 공소시효로
내 영혼은 잠시
무중력 상태
-호두-
비상구도 없는
암흑 속에서
까맣게 질려 죽은
한 사내의
역력한
고뇌의
흔적
이상미
리토피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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