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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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규-시(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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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지
새벽이면
신명조체 잘 다듬어진
신문사설을 읽고,
아침을 먹고, 차에 시동을 켜고,
그렇게 하얀 커텐을 걷어내며
하루의 등살에 떠밀리는 日常.
공휴일엔
낚시가방 둘러메고
38낚시터 햇살 출렁이는
강가에 앉아
가스트로 쓰린 위액을
약수통 가득 헹구어 내기도 한다.
가끔은
아내가 시장에서 사온 삼겹살에
상추쌈을 싸먹으며
쏘주 한 잔의 쓰디쓴 행복을
음미하기도 하고,
김장철엔 동네 아주머니들
보쌈김치 잘 익은 손맛에
유년의 추억들을
아쉬움처럼 소금에
절여 먹기도 한다.
매년 한 번씩
거리마다 캐롤송이 흘러나오고
그렇게 겨울의 어깨너머로
귀성객 떡볶이 같은 설날이 오면
떡국 한 그릇 만큼의 분량을
삶의 이력서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겨울의 찬바람이 하얀 비늘을
오버코트 위에 털어 낼 때
우리는 싱싱한 생선회의 초장 같은
입맛으로
서로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매양 반복되는 생활의 레일 위에서
우린 오늘도 탈고 안된
습작노트만을 채워가고 있다.
내일
지난날
어두운 기억들은
볕에 잘 말리고
아픈 기억들은 씻어내고
소독하여
다리미로 날 세워
옷장 위에 푸르게 개어두자
누구에게나
먹물보다 진한 아픔은 있는 것
누구에게나
수선하여 똑바로 펴놓고 싶은
과거는 있는 것
오늘은
유월의 햇볕에
참회의 육신을 담가두고
무심한 바람결에게
빚진 마음을 던져주고
내일은
하얀 세포에게
희망의 물을 뿌려주자
푸른 아침을 알몸으로
싹 트게 하자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
절대 재방송이 될 수 없다.
살아 있다는 것은
숨쉬는 것
숨을 멈추는 순간까지가
우리네 삶의 유효기간
고장나지 않게
꺼지지 않게
알불을 살리듯
유통기한 다하는 날까지
숨죽이고 지켜봐야만 하는
삶은
생방송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직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지는
순간만이 존재할 뿐
단 한번의 NG로도
삶의 호흡은 멈출 수 있는 것
우리네 삶은
녹화방송이 아니기에
재방송이 아니기에
과거라는 이름표
과거는 처음부터
과거이고 싶었던 건 아니다.
과거도 한때는
현재시재의 행복한 시절이
있었으니
과거에 대하여 너무 무심하다
나무라지 말자
과거는 스스로가 제 자신이 누군지도
알고 있지 않으니
과거는 과거다 라고
과거를 무시하지 말자
과거가 과거가 된 것은
과거의 잘못이 아니었으니
과거는 과거일 뿐 이라고
지나가는 투로 쉽게
말하지 말자
과거 속에 현재가 있고
현재 속에 과거가 있으니
과거를 이미 지난 일 이라고
그냥 무심히 말하지도 말자
과거 속에 눈물이 있고
과거 속에 사랑이 있고
과거와 더블어 우리 모두
여기까지 살아왔으니
참새가 내게 준 말
참새 한 마리
고향집 짚가리 아래에
죽어있다.
반쯤 까먹다 만 곡식 한 톨
미련처럼 머리맡에 남겨두고
참새 한 마리
어디로 갔을까
이승의 꿈 접지못한 나락 몇 톨은
바람따라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데
10월의 平昌江
만산홍엽 活火山
감동으로 물들이며
유유자적 흘러가는
10월의 平昌江
바람결에 헹군 햇살
한아름 품에 담고
청풍명월 노래하며
명경지수로 흐르네
스팸메일로 구겨지는
음습한 소음일랑
세상 밖에 묻어두고
성철스님 법문처럼
큰그릇으로 흘러가는
10월의 平昌江
오랜세월 깨우쳐 온
득도의 맛 음미하며
평화롭게 익어가네
나도 저리 노랗게 물들 수만 있다면
시월 햇볕에 고이 물든
노란 은행잎처럼
나도 저리 순하게 물들 수 있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재부터 미래까지 빈틈 없이
나도 저리 맛있게 익어볼 수 있을까
염색한 머리카락이 아닌
가공한 초콜렛의 뒤끝이 아닌
시월의 깊디깊은 마음처럼
나도 저리 노랗게 물들 수만 있다면.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도돌이표로 돌아오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고뇌란 놈과의 결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잠을 청한다.
지친 뇌세포를 쉬게 하고
헝클어진 세상 뒤쫓느라 무거워진
두 눈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잠에 취한다.
빡빡한 도시로부터
나를 헐겁게 하고
날개 꺾인 세상으로부터
나를 눈멀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외로운 꿈을 꾼다.
세상 모든 탐욕으로부터
세상 모든 부끄러움으로부터
나를 잠들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기차마을
- 탄광 폐광으로 철거되는 마을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서른 번 씩
열차가 지나가는 마을이 있었다.
기차여행을 할 때면 으레히 만날 수 있는
자그만 마을이었다.
사람들은 그 마을을 기차마을이라 불렀다.
기적소리에 맞춰 해가 뜨고
기적소리를 따라 별이 지는
향수 어린 그 마을에,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기차마을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먼지 쌓인 지붕이
못질소리를 따라 남루한 옷을 벗고
앙상한 석가래가 바람결에 부딪쳐
뼈마디를 씰룩거렸다.
밤이면 작업복 차림의 노인들이
길모퉁이에 나와 앉아 있었다.
한 모금씩 빨아대는 담배연기 속에
긴 한숨이 배어 나오곤 했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오가는 사람들의 뒤꿈치에 대고
컹컹 짖어대는 강아지 울음소리가
기차마을 사람들의 한 숨에 실려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제
기차마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나와 담배를 빨던 노인들의 모습도
오가는 사람들의 뒤꿈치를 향해
컹컹 짖어대던 강아지의 울음소리도
먼 허공 속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주말부부의 배터리 사양서
휴일 내내
어렵사리 충전한 배터리를
다 비우고
방전직전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1주일 내내 사용해도 방전되지 않는
성능 좋은 배터리는 없을까
주말부부 1주일 홀아비 생활에도
중고품이 되지 않는
고효율 배터리는 없을까
주말,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본다.
내주에는 꼭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고 와야지.....
주말이면 빈털터리가 되는
배터리 잔량을
아내에게 들키기는 싫으므로.....
성 명 : 전성규/남
연 령 : 39세
주 소 : 춘천 석사 주공아파트 307-1201
메 일 : sk7184@hanmail.net
전 화: 016-9345-7185
새벽이면
신명조체 잘 다듬어진
신문사설을 읽고,
아침을 먹고, 차에 시동을 켜고,
그렇게 하얀 커텐을 걷어내며
하루의 등살에 떠밀리는 日常.
공휴일엔
낚시가방 둘러메고
38낚시터 햇살 출렁이는
강가에 앉아
가스트로 쓰린 위액을
약수통 가득 헹구어 내기도 한다.
가끔은
아내가 시장에서 사온 삼겹살에
상추쌈을 싸먹으며
쏘주 한 잔의 쓰디쓴 행복을
음미하기도 하고,
김장철엔 동네 아주머니들
보쌈김치 잘 익은 손맛에
유년의 추억들을
아쉬움처럼 소금에
절여 먹기도 한다.
매년 한 번씩
거리마다 캐롤송이 흘러나오고
그렇게 겨울의 어깨너머로
귀성객 떡볶이 같은 설날이 오면
떡국 한 그릇 만큼의 분량을
삶의 이력서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겨울의 찬바람이 하얀 비늘을
오버코트 위에 털어 낼 때
우리는 싱싱한 생선회의 초장 같은
입맛으로
서로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매양 반복되는 생활의 레일 위에서
우린 오늘도 탈고 안된
습작노트만을 채워가고 있다.
내일
지난날
어두운 기억들은
볕에 잘 말리고
아픈 기억들은 씻어내고
소독하여
다리미로 날 세워
옷장 위에 푸르게 개어두자
누구에게나
먹물보다 진한 아픔은 있는 것
누구에게나
수선하여 똑바로 펴놓고 싶은
과거는 있는 것
오늘은
유월의 햇볕에
참회의 육신을 담가두고
무심한 바람결에게
빚진 마음을 던져주고
내일은
하얀 세포에게
희망의 물을 뿌려주자
푸른 아침을 알몸으로
싹 트게 하자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
절대 재방송이 될 수 없다.
살아 있다는 것은
숨쉬는 것
숨을 멈추는 순간까지가
우리네 삶의 유효기간
고장나지 않게
꺼지지 않게
알불을 살리듯
유통기한 다하는 날까지
숨죽이고 지켜봐야만 하는
삶은
생방송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직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지는
순간만이 존재할 뿐
단 한번의 NG로도
삶의 호흡은 멈출 수 있는 것
우리네 삶은
녹화방송이 아니기에
재방송이 아니기에
과거라는 이름표
과거는 처음부터
과거이고 싶었던 건 아니다.
과거도 한때는
현재시재의 행복한 시절이
있었으니
과거에 대하여 너무 무심하다
나무라지 말자
과거는 스스로가 제 자신이 누군지도
알고 있지 않으니
과거는 과거다 라고
과거를 무시하지 말자
과거가 과거가 된 것은
과거의 잘못이 아니었으니
과거는 과거일 뿐 이라고
지나가는 투로 쉽게
말하지 말자
과거 속에 현재가 있고
현재 속에 과거가 있으니
과거를 이미 지난 일 이라고
그냥 무심히 말하지도 말자
과거 속에 눈물이 있고
과거 속에 사랑이 있고
과거와 더블어 우리 모두
여기까지 살아왔으니
참새가 내게 준 말
참새 한 마리
고향집 짚가리 아래에
죽어있다.
반쯤 까먹다 만 곡식 한 톨
미련처럼 머리맡에 남겨두고
참새 한 마리
어디로 갔을까
이승의 꿈 접지못한 나락 몇 톨은
바람따라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데
10월의 平昌江
만산홍엽 活火山
감동으로 물들이며
유유자적 흘러가는
10월의 平昌江
바람결에 헹군 햇살
한아름 품에 담고
청풍명월 노래하며
명경지수로 흐르네
스팸메일로 구겨지는
음습한 소음일랑
세상 밖에 묻어두고
성철스님 법문처럼
큰그릇으로 흘러가는
10월의 平昌江
오랜세월 깨우쳐 온
득도의 맛 음미하며
평화롭게 익어가네
나도 저리 노랗게 물들 수만 있다면
시월 햇볕에 고이 물든
노란 은행잎처럼
나도 저리 순하게 물들 수 있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재부터 미래까지 빈틈 없이
나도 저리 맛있게 익어볼 수 있을까
염색한 머리카락이 아닌
가공한 초콜렛의 뒤끝이 아닌
시월의 깊디깊은 마음처럼
나도 저리 노랗게 물들 수만 있다면.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도돌이표로 돌아오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고뇌란 놈과의 결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잠을 청한다.
지친 뇌세포를 쉬게 하고
헝클어진 세상 뒤쫓느라 무거워진
두 눈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잠에 취한다.
빡빡한 도시로부터
나를 헐겁게 하고
날개 꺾인 세상으로부터
나를 눈멀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외로운 꿈을 꾼다.
세상 모든 탐욕으로부터
세상 모든 부끄러움으로부터
나를 잠들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기차마을
- 탄광 폐광으로 철거되는 마을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서른 번 씩
열차가 지나가는 마을이 있었다.
기차여행을 할 때면 으레히 만날 수 있는
자그만 마을이었다.
사람들은 그 마을을 기차마을이라 불렀다.
기적소리에 맞춰 해가 뜨고
기적소리를 따라 별이 지는
향수 어린 그 마을에,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기차마을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먼지 쌓인 지붕이
못질소리를 따라 남루한 옷을 벗고
앙상한 석가래가 바람결에 부딪쳐
뼈마디를 씰룩거렸다.
밤이면 작업복 차림의 노인들이
길모퉁이에 나와 앉아 있었다.
한 모금씩 빨아대는 담배연기 속에
긴 한숨이 배어 나오곤 했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오가는 사람들의 뒤꿈치에 대고
컹컹 짖어대는 강아지 울음소리가
기차마을 사람들의 한 숨에 실려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제
기차마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나와 담배를 빨던 노인들의 모습도
오가는 사람들의 뒤꿈치를 향해
컹컹 짖어대던 강아지의 울음소리도
먼 허공 속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주말부부의 배터리 사양서
휴일 내내
어렵사리 충전한 배터리를
다 비우고
방전직전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1주일 내내 사용해도 방전되지 않는
성능 좋은 배터리는 없을까
주말부부 1주일 홀아비 생활에도
중고품이 되지 않는
고효율 배터리는 없을까
주말,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본다.
내주에는 꼭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고 와야지.....
주말이면 빈털터리가 되는
배터리 잔량을
아내에게 들키기는 싫으므로.....
성 명 : 전성규/남
연 령 : 39세
주 소 : 춘천 석사 주공아파트 307-1201
메 일 : sk71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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