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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신인발굴]_소설_정지민_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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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성명 : 정지민
성별 : 남
연령 : 29세
주소 : 부산시 수영구 망미배산로 18번길 28 302호
연락처 : 010-7380-1511
그냥
나는 그를 쫓았다.
재개발이 시작 된 동네. 근처에 밭이 있던 자리에는 공사가 계속 되고 있었고 재개발이 결정 된 지역의 사람들은 다 이사를 확정하고 그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다 처리가 되고 시작된 연쇄 살인 사건, 여자 아이들을 노린 살인 사건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5세에서 19세의 여자 아이들이 죽는 사건, 15년 정도 전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지역이라 재개발로 그런 이미지를 덮고 이득을 보려고 했던 지주들은 사건을 덮으려 했지만 사건은 한 번, 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첫 사건, 17세의 여학생. 2016년 12월 12일.
피해자는 하교를 하던 도중 연락이 끊기고 휴대전화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향하던 길가에서 발견, 혈흔이 묻어있었고 그로 인해 휴대전화 발견 3일 만에 사망의 가능성을 경찰이 말함으로 여학생의 어머니가 경찰서에서 난동을 피우는 일이 생긴다. 그 하루 뒤 다니던 학교 철봉에 무릎과 팔꿈치를 기준으로 관절이 반대 방향으로 휘고 목도 반대로 돌려진 상태로 매달려 발견되었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딸과 단둘이 살고 있었고 그 사건 직후 자살을 하였다. 어머니 외의 가족이 없던 첫 번째 사건은 묻히게 된다.
두 번째 사건, 5세의 여아. 2016년 12월 19일.
피해자는 건축이 가장 최근에 된 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던 도중 어떤 남자를 따라갔다고 한다. 아이는 분명 한 남자를 따라갔고 재개발이 진행되던 아파트 공사장 방향으로의 모습만 보이고 조사 3일 째 아파트 공사 인부에게 발견 된다. 목, 어깨, 팔꿈치, 골반, 무릎, 발목, 손목의 단위로 신체를 분해해서 어른의 크기만큼 늘려 놓은 모양으로 발견 된 피해자. 여아의 아버지는 지주 중 한 명의 아들로 그로 인해 사건은 점점 덮을 수 없는 수준으로 향하게 된다.
세 번째 사건. 19세의 여학생. 2017년 1월 12일.
피해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준비하던 학생으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진 뒤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피해자의 집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있어서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휴대전화가 꺼져있고 집에 들어오지 않아 신고. 근처 공사부지에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나뉜 채로 상체로 T자의 모양을 하체로 M자의 모양을 만들어 M자의 다리에 몸을 아래, 위로 나뉠 때 나온 내장으로 마치 머리를 연결한 듯한 모습으로 발견 된다.
이렇게 사건을 3번이 벌어졌다. 그리고 추가적인 실종사건 2건.
기괴한 살인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지주들은 이제는 연쇄 살인 사건을 마주하고 있었다. 사건이 기사화 되고 미스터리, 추리, 호러 같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었다.
발견된 지문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고 확인 결과 실종된 남자의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인형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하는 행위처럼 죽은 시체를 장난감으로 사용한 행위, 어른 남자의 행위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실제로 그는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었지만 실종된 상태이고 그와 관련된 사람으로 경찰의 조사 방향은 잡혀있었다.
하지만 나는 cctv에 찍힌 성인 정도의 몸집을 가진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진짜 범인의 공범이고 진짜 범인은 자신의 무언가를 이용해 그 남자를 이용했다는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곧 거기에 맞는 범인을 나는 지목할 수 있었다.
근처 저택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
그 아이는 동네에서 바보로 불렸다.
신장이 큰 편에 정신에 이상이 있는지 아이들과 놀다가 갑자기 우는 경우도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었다. 첫 사건의 발생 후 부모님은 여행을 갔고 같은 동네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보살펴 주고 계셨다.
나는 경찰에 이런 사실에 대해서 알렸지만 경찰의 답변은 범행 현장에서의 지문과 그녀의 지문은 다르다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병은 지적장애이고 지문의 주인은 사이코패스의 진단을 받은 고도의 지적인 남자였다는 사실이었다. 둘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기에 나는 같은 병원에서 만나서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철저하게 정신과의 폐쇄병동 여자만 존재하는 공간에 있었으며 어릴 적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해 정신적 문제가 심해져 아버지 외의 남자에게 공포를 느껴 남자에게는 말을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상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잘 놀고 있었다. 성인이 되지 않은 남자 아이들은 분명 변성기가 오지 않아 여성과 구별하기 힘들 수 있지만 분명 남자라는 인지 정도는 있을 것이다. 지적 장애가 있다고 해도 그 정도 분별 능력은 존재할 것이라고 이런 것들도 떠오르자마자 말했지만 경찰서에서는 불쌍한 아이에게 그런 망상으로 고통이나 오해를 만들지 마라며 쫓겨났다.
그 때부터 나는 그녀를 쫓기로 했다.
그녀는 일단 집에서 나오는 경우가 적었다. 집에서 나오더라도 후드티를 자주 입었고 그 모습은 흡사 중고등학교 학생으로 보였다. 항상 할머님과 같이 나왔으며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녀와 함께 다니거나 저택에 있었다.
저택 근처에는 cctv가 존재했고 저택 옆길을 따라 올라가는 산길이나 저택에서 인적이 있는 곳까지는 cctv가 존재하지 않았다.
재개발의 문제로 cctv가 없다고 신청을 하였지만 연말이라 아직 처리가 안 되었다는 소리를 경찰서에서 들었지만 이런 사건이 생겨도 할머니 측에서 저택 근처에는 cctv 설치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과 항상 함께 있으니 그렇다고 말했지만 분명 밤 시간에는 할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그녀를 관찰했지만 그런 것들 말고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리고 월요일이 왔다.
며칠 동안 계속 집을 나가니 엄마가 물었다.
“요즘 일이라도 구하고 다니니?”
“응.”
“어떤?”
“소설을 적으려고 정보 조사 하고 다니고 있어.”
“또 그놈의 소설. 나이가 그 정도 찼으면 시집을 가던가. 아니면 적어도 집을 나가던가. 아빠가 이번에 선 자리도 마련했는데 그 것도 어제 안 갔다며?”
“정보 조사 하느라.”
“무슨 정보 조사 맨날 돌아다니면서 경찰서에서 연락이나 오게 만들고 경찰서에서 다 큰 처녀가 어디서 이상한 소리 주워듣고 이상한 얘기 하고 다닌다더라. 너 아빠 귀에 그런 소리 들리면 어쩌려고 그래 선 자리도 안 나가고 이상한 소문이나 퍼트리고 다니고 경찰서에서 연락 오고...”
“내가 무슨 소문을 퍼트려! 정보 조사 중이라고 경찰도 웃기네! 내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그냥 질문만 했어! 질문만!”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는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도착한 그녀의 집에 불은 켜져 있었다. 곧 그녀는 나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불은 켜진 채로 그녀는 후드를 뒤집어 쓴 채로 정문이 아닌 집 옆 개구멍으로 나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쫓았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신이라도 난 것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끔 멈칫하며 어디론가 향했다.
재개발이 되지 않은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 cctv가 적었다. 사건이 발생하며 아파트 단지 등에는 자체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녀의 집처럼 개인 cctv가 있는 집도 많았기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조성된 저소득층 주거 지구에는 cctv가 적었다.
그녀는 여기로 왜 온 것일까?
그녀를 쫓아 따라가다 보니 동네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해가 진 시간 돈을 벌기 위해 늦게 까지 일하는 부모님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만 모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지켜보는 나처럼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지켜보다 한 아이들을 싸우고 남자와 여자로 갈라졌다. 그러자 그녀는 여자 아이들의 뒤를 따라 갔다. 나도 그녀의 뒤를 쫓았다.
여자아이 셋, 한 아이가 어머니의 부름을 듣고 집으로, 여자아이 둘, 또 한 아이가 어머니의 부름을 듣고 집으로, 여자아이 하나.
그녀는 그 아이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둘은 얘기를 나누다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따라가는 길, 주변을 살폈지만 인적이나 cctv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녀와 할머니가 왔던 곳이었다.
한 번 왔던 곳. 다만 그녀가 아이를 만난 곳은 온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할머니와 왔던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뚜껑이 열린 맨홀이었다. 맨홀 속을 바라보던 둘은 급히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그녀는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고 아이는 당황해 하는 표정이었다.
둘이 달려가고 난 뒤를 쫓다 나는 맨홀 아래를 보았다. 맨홀 아래에는 할머니가 떨어져 있었다. 머리 쪽에 피를 흘리고 축 처진 모습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 했다. 하지만 순간 나는 망설임이 생겼다. 망설임의 결과는 그녀를 쫓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이야기. 이야기가 필요했다. 집에서 나를 무시하는 부모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가로의 나의 능력을 보여 주기 위해 이야기가 필요했다. 신고는 나중에 해도 괜찮았다. 미동도 하지 않고 흐른 피를 보아 할머니는 죽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또 살인은 저지른 것이었다. 내 생각은 맞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이상한 소문을 낸 것도 아니고 그녀는 살인자였고 이제는 자신을 보살펴 주던 할머니 까지 죽인 것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다, 더 확실하게 이제 저 아이만 죽으면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그런 생각과 망설임 속에 나는 둘이 간 방향으로 쫓아가는 시간이 조금은 늦었다. 제발 아이가 죽었기를 바라면서 둘의 흔적을 찾았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건설 중인 아파트가 보였다. 다른 사건처럼 거기서 죽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그 곳에 둘은 있었다. 이제는 하나가 되버린 그녀가 있었다. 아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서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 큰 소리로.
“아니야. 그러면 안 돼. 이게 아니잖아.”
나는 불안했다.
할머니가 사고로 죽었고 정말 그게 사실이고 나는 그렇게 죽은 노인을 무시하고 나의 생각에 빠져 불쌍한 아이를 쫓아온 이야기에 미친 사람이 될 것이고 그렇게 쫓아왔지만 또 다른 사건을 막지 못한 사회에 비판을 받는 지금 받는 비판보다 더 큰 비판을 받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야.”
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울음을 들으며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아니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울음이 멈췄다.
다시 그녀는 울었다.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그냥 나갈까? 남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선 그녀를 달래주는 것이 맞을지 고민을 했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사회를 아니 세상을 피해 가볍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찾아서 소설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처음 내 앞에 등장했다.
“이걸 적고 실화라면 더 대박인데 왜 이런 상황이 생겼지. 난 망했어... 아니. 망하지 않았어.”
나는 눈물을 닦고 그녀에게 걸어갔다.
“괜찮아요?”
“누나...”
그녀는 울며 나에게 언니라고 불렀다.
“울지 마. 너 잘못한 거 없어.”
“할머니 도와주려고 친구 데리고 왔는데 친구도 할머니처럼 됐어.”
“그래서 슬퍼?”
“응. 눈물 나.”
“그럼 우리 친구 살리자.”
“어떻게?”
“친구 머리에서 피가 나지?”
“응.”
나는 그녀의 목을 손으로 조르는 시늉을 한다.
“이렇게 해서 꽉 조르면 피가 멈출 거야.”
“응.”
그녀는 아이의 목을 졸랐다.
그녀는 아이를 보지 않고 고개를 떨어트리고 울음이 계속 나오는지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래. 그래.”
드디어 나의 이야기는 완성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
“좋냐? 멍청한 애 살인마로 만드니?”
남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분명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내 양심의 환청인 건가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남자의 목소리지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다.
“후.”
나는 한숨을 쉬었다.
“멍청한 애보다 더 멍청한 년이네 여기야.”
소리는 분명 그녀와 아이 쪽에서 나고 있었다.
진짜 범인.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아이가 저렇게 쓰러진 게 진짜 범인 때문이고 그녀는 목격자 쓰러진 아이 옆으로 있는 벽 뒤에 진짜 범인이 두려워서 숨어 있었는데 누군가 들릴 만큼 우는 그녀를 보고 계속 숨어있다. 내가 하는 짓을 모두 보고 그녀가 우는 걸 멈추는 걸 확인하고 나에게 말한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녀와 아이를 지나 옆에 있던 벽으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여기라고 여기.”
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아이와 그녀 쪽에서.
아이의 목을 조르며 고개를 떨어트리고 어깨가 들썩이며 작은 울음 같은 소리는 내던 그녀가 남자의 목소리로 나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기.”
나는 놀라 쓰러졌다.
그녀는 아이의 목을 잡고 든 채로 나에게 걸어왔다.
“피가 진짜 멈추긴 하네.”
피가 나에게 튈 정도로 아이의 목을 조른 상태로 흔들거리며 말했다.
“좋아?”
아이를 옆에 버리고는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누구야 넌.”
“나? 당신이 살인자로 지정한 불쌍한 지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
그는 웃었다.
“아니면 내 진짜 정체를 묻는 거야?”
“진짜?”
“응. 진짜.”
“그래. 진짜 뭐야. 당신.”
“나? 근데. 정체를 숨기고 여자 행세를 하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정체를 묻는 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생각은 하고 묻는 거지?”
“응.”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도망을 가기 위해 도망을 가서 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언어도단.”
“응?”
“이 말 뜻 몰라? 똑똑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 할 말이 없어서. 내가 정체를 쉽게 밝힐 거면 이런 얘기를 했겠어?”
“그럼. 왜 나랑 대화를 하고 있지?”
“나한테 제대로 도달한 첫 사람이니 상을 주고 있는 거지.”
“할머니는?”
“아. 그건 사고야. 그저 사고. 나의 존재를 위해 필요한 사람인데 내가 죽였겠어? 사고지.”
“그럼 아이는?”
“이 아이는 이번 이야기에 시작이지. 나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서 필요 했어. 이런 영감을 줄 존재가. 물론 처음이라 어려울 거라 생각하겠지만 당신 같은 범인은 처음도 난 어렵지 않았어. 가족이라 나와 엮이며 나를 사육하던 짐승들을 죽였거든. 그리고 예쁜 남자이던 날 덮치려던 사촌을 죽였고 덕분에 병원도 갔지만... 아 병원 간 정도는 알고 있지? 꽤 날 오래 지켜보고 있었잖아. 오늘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 당신이 아까 할머니를 버리고 날 쫓아온 걸 보고 우는 날 보고 한 말을 들으면서 말이지. 난 또 들킨 줄 알고 불쌍한 소녀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니더라? 내가 아까 누나라고 불렀는데 그 때까지 몰랐어. 도대체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 보니 알겠네. 같은 예술가였네 우리. 물론 당신은 조금 멍청하지만.”
누나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니야.”
“응?”
“아니야!”
“놀래라. 살인마한테 소리도 지르고 무서운 언니네. 뭐 살인마한테 살인도 저지르라고 한 사람인데 그 정도도 가능하겠지.”
“난 달라! 너랑 난 순수하게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위해서 그런 거지 그래 팩션, 팩션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 난 사람 따윈 죽이지 않았다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요즘 내가 어르신들이랑 애들이랑 놀다보니 그런지 모르겠는데 요즘 그 나이 또래는 그런 걸 유머랍시고 하나? 사람 따위를 아니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그래. 사람은 죽이지 않았어.”
“일단 사람 따윈 이란 말을 동감하고 죽이지 않았다는 말은 글쎄. 이 아이 살아있었어. 당신이 목을 조르라고 나에게 말하기 전엔. 물론 그 말을 듣고 목을 졸라 내가 죽이긴 했지만 완벽하게 흔들어서 목뼈도 부러트리고 그 정도 흔들면 애들 목은 나가더라고 저번에 해보니까. 일단 예술을 하려면 재료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니. 당신이 날 이해하는 것처럼.”
부정을 할 힘은 없었다. 인정을 해야 하지만 그런 인정이다 두려움 보단 이렇게 적나라하게 나를 파고 드는 그의 다음이 궁금했다.
“날 죽일 거야?”
“아마? 하지만 나에게 도달한 첫 사람으로 상을 줄게.”
“무슨.”
“자. 이거.”
그는 후드에서 작은 병 음료를 꺼내서 준다.
“마셔.”
나는 마신다. 이걸 먹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했던 방법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가 했던 방법들을 알 수 있는 기회이다. 그는 나를 무시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생각보다 똑똑하다. 이 고비를 넘기면 나의 단어나 표현이 풍부해질 것이다.
난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흐려지는 의식 속에 그는 말한다.
“역시 멍청한 언니야.”
그리고 의식은 끊어진다.
축축한 이끼냄새,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나는 깨어난다. 의자에 묶여있다. 팔은 뒤로 발목은 의자 다리에.
“아. 일어났어?”
“여긴 어디야?”
“당신이 지켜보던 저택 지하.”
주변에는 회색의 콘크리트 벽들과 냉장고 세탁기 등이 있었다.
“당신이 마신 건 수면제 그걸로 죽거나 몸에 큰 이상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아. 다만 일어나면 좀 어지럽고 쓰러질 위험이 있어서 편안한 의자 위로 모셨어.”
“그럼 왜 묶은 거야?”
“풀어 줄까?”
“아니. 이유를 물은 거야.”
“당신이 원할 것 같아서.”
맞다. 나는 더 실제적인 경험을 하고 싶었다.
“왜 그랬어?”
경험에 대한 생각에 만족하고 있을 때. 그가 물었다.
“뭘?”
“왜 나를 쫓아왔어. 나도 말이지 내 부주의를 알고 싶어서. 내 작품에 흠을 남기면 안 되니까.”
“그냥 처음 사건을 접하고 너라고 생각했어.”
“그래? 아닐 텐데?”
맞다. 아니었다. 나는 공범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 상황 전에도 나는 나의 믿음을 부정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라고 스스로 정한거지.”
“응.”
부정할 수 없었다.
“나도 그래.”
그는 건조하게 답했다.
“그럼 할머니는.”
지하실 조명 빛 아래에서 얘기하던 그는 돌아서서 빛 밖으로 나가더니. 웃기 시작했다.
“그래. 할머니.”
“왜? 그랬어?”
“...그랬어.”
“응?”
“왜! 그랬어!”
그는 왜? 그랬냐는 나의 질문에 왜! 그랬는지 다시 질문했다. 분노의 찬 얼굴로.
“완벽했는데. 왜 불쌍한 애를 구석으로 몰아서는 그래서 놀랐잖아. 할머니가 뭘 안다고 하니까. 그래서 열이 받아서 밀어버렸고 할머니는 픽 쓰러지고 하필 거기로 떨어지고.”
“하필 떨어진 게 맨홀? 너도 처음부터 맘먹고 있던 거 아냐?”
분노하던 그의 얼굴은 진정되며 답했다.
“들켰네. 이제 안 속네. 봐 역시 나랑 같은 과라니까.”
“칭찬이라면 고마워.”
나는 최대한 진정하고 나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탈출을 위해 주위를 살폈다. 눈에 들어온 것은 탈출의 경로나 도구가 아닌 어울리지 않게 지하에 있는 냉장고의 존재 이유였다.
“아? 이거?”
그는 나의 시선을 보더니 냉장고로 다가가 열어주며 말했다.
“남은 재료 보관하는 곳이야.”
참으려고 했지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진정하려고 했지만 분명 조각이 났지만 사람의 몸이라고 확인이 가능한 그 것들 중에 남자의 머리와 여자의 머리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환호를 지를 만큼 멋지기는 해. 이 분이 불쌍한 아이 엄마. 이 분은 불쌍한 아이 아빠. 멋지지 않아?”
“네가 죽인 거야?”
“응. 불쌍한 아이를 죽이고 그 마지막 순간 가족들을 그리워해서 가족들한테 불쌍한 아이가 죽었다고 하면 이들은 어떤 표정일까? 궁금해 져서 확인하려고 왔는데 나의 외견을 보며 불쌍하게 보더니 끌어안으면서 사는 것에 대해서 묻더니 듣다보니 더 좋은 생각이 들어서 살기 힘들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내가 죽인 그 아이를 대신해 나를 그 아이로 키워주더라고 다행히 마음에 안 들던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마른 몸 목소리도 이렇게 바꿀 수 있어서 덕분에 이렇게 지금까지 살고 있지.”
“근데 왜?...”
“근데 왜? 죽였냐고?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해.
그냥.
나를 걔로 보는 게 슬슬 질리고 짜증나서. 내가 그런 사랑을 바란 것도 아니라서 말이지. 물론 도구로 사용하기는 했지만 편의를 위해서지 감정적 무엇을 바란 건 아니란 말이야. 근데 이 사람들은 나에게 걔에 대한 감정도 보내서 그 감정이 넘쳐서 구역질이 나서 그냥 죽였어. 아 실수, 실수. 내 예술의 과정을 나의 진짜 가족처럼 나에게 감정을 보내던 이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그냥이라고 말한 것치고는 말이 많았네. 뭐 다들 그렇지 않아? 그냥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알고 타인이 모르는 것이나 타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나의 경우 후자지만 너의 경우는 전자겠지 아까의 그냥 나로 정했다는 것은 심지어 나는 알거라 생각한 그런 합당한 이유. 자 그럼 널 이제 어쩔까?”
“죽일 거야?”
“아니. 아니. 처음으로 만난 동족을 왜 죽여. 예술을 완성 시켜야지. 아 물론 너의 예술을, 저기 노트북 가져다 놨어.”
“응?”
그는 다가온다. 내가 움찔하자 말한다.
“걱정하지 마.”
그는 줄을 풀어주고 나에게서 떨어진다.
“여기서 아무 것도 가지고 나가지만 마. 그럼 죽이지 않을 게. 그 것만 약속하면 살려줄게.”
“정말?”
“응. 그럼 내가 나가 줄게. 문도 다 열어둘 테니 걱정하지 마.”
“좋아.”
그는 내 답을 듣고 나를 보고 뒷걸음으로 나간다. 지하실 문도 열어둔 채로.
그가 나가고 나는 노트북 앞으로 다가간다.
한참 나는 고민을 한다.
얼마 뒤 노트북 앞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적어 나간다. 그의 이야기도 될 수 있지만 그에게 허락을 받았으니 완벽하게 사실에 가깝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쓰기 전에 시간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글은 완성되고 나는 노트북을 전선을 강하게 빼들고는 지하실 밖으로 나간다.
“빙고.”
지하실 문 바깥 쪽 옆에서 기다리던 그가. 뒤에서 나의 목을 무언가의 실로 조른다.
“내가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했지.”
그의 웃음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온다.
“나는 이런 게 참 좋아 가장 행복하고 희망적인 순간에 절망을 맞이한 얼굴.”
한 손으로 실을 잡고 남은 한 손으로 거울을 내 앞에 내민다.
그의 웃음과 일그러진 나의 얼굴이 보인다.
점점 의식은 흐려져 간다.
순간 옆에 떨어진 무언가가 보인다.
그걸 들어서 퍽하고 내려친다.
“빙고.”
공모전 원고로 하나의 작품이 도착한다.
제목 : 그냥.
그리고 원고를 보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방구석 TV에서 연쇄 살인의 기사가 나온다. 원고를 다 읽은 심사위원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거기엔 범인의 지문이 가득 묻어있었다.
시험
눈을 뜨고 나니 하얀 방이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
공백 : 자신의 삶에 대해서 앞에 있는 종이에 적어보세요.
시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얀 방에서 눈을 뜨고 처음엔 주변이 그저 하얀색으로 밝기만 하였다. 점점 그 밝기가 잦아들자.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형태만 보이는 그들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책상과 같은 곳에 교실과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하얀 종이, 하얗고 끝이 뾰족한 것이 놓여있는 책상 위를 보며 자신에 대해 먼저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그런 하얀 것들뿐이었다.
시간이 또 얼마쯤 지나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D : 여기가 어디일까요?
M : 혹시 처음 말씀하신 분은 뭘 알고 있지 않을까요?
B : 처음에 말씀하신 분은 누구세요?
우리는 다들 각자의 궁금증을 말하고 있었다.
D : 일단 자기소개를 해보죠.
M : 기억이 잘나지 않아요.
B : 저도.
H : 저도.
V : 나도.
누군가 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답을 낼 수 없었다.
M : 저기 처음 말해 주신 분 무슨 일인지 말해주시겠어요?
그는 소리를 친다.
D : 그래요. 말 좀 해주세요.
B : 맞아요. 아무것도 말도 해주지 않고 이런 상황이라니.
그렇게 다들 소리를 지르자 잠시 뒤 공백이 다시 말을 했다.
일단 말이라는 감각보다는 이제 보이고 듣는다는 감각이 구분이 가능해지자 머릿속에 울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공백 : 저는 그저 질문자입니다. 여러분이 있는 이곳에 대해서도 여러분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부디 저에게는 질문을 하지 마시고 스스로에 대해 기억하셔서 앞에 놓인 곳에 자신의 삶을 적어 이곳을 나갈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머릿속의 울림을 들은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말해주기를 바랬다.
M : 제가 어떻게 보이세요?
B : 그냥 하얗고 사람 같은 형체로 밖에 안보여요.
D : 저도.
우리는 기억도 나지 않고 서로에 대해 보이는 것에 대해 설명도 할 수 없었다. 정적이 흘렀다.
또 얼마쯤 흐르자. 우리의 기억은 돌아왔다. 정확히는 죽음에 대해서 기억이 났다. 두려움에 빠졌지만 우리는 서로 그 사실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D : 저. 기억난 게 있는데 먼저 말씀드려도 될까요?
B : 네.
M : 네!
V : 그래.
H : 네.
C : ...
일단 우리는 6명이었다. 처음 자신을 설명한 것은 Doctor였다.
D : 저는 차를 몰고 가다. 사고로 죽었어요. 앞에 누군가 피하려다가.
B : 그랬군요.
V : 다음은 제가 말할게요. 저는 자살을 했어요. 사랑하던 사람이 저를 버리고 가버려서...
H : 어쩌다가 자살을...
V : 그러게요. 참 그 사람을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요.
M : 저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술을 마신 누군가가 화가 난다고 기름을 붓고 저한테 담배를 던져서 타 죽었어요. 다행히 고통스러운 기억은 없네요.
D : 어떤 나쁜 놈이 그런 짓을!
M : 그러게요. 좋은 차를 몰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네요.
H : 아. 저는...
M : 아. 죄송해요.
Hitori가 말하는 순간 Man의 말과 겹친다.
H : 아. 아니에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던 사실을 알고 좌절했는데 바람을 피던 사람과 끝을 내고 오던 그가 사고가 나서 죽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슬퍼하며 굶다가 혼자 죽었어요.
V : 저희는 사랑 때문에 죽었네요.
M : 나쁜 남자가 많네요.
D : 그러게 말이에요.
H : 아니에요. 그 사람이 나쁜 게 뭐가 있겠어요. 결국 제 선택이었죠. 뭐.”
V : 나는 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참 착하시네요.”
H :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아직도.
V : 나도 사실 사랑을 붙잡으려고 한 일인데 이렇게 내가 죽어서 다 망해버렸네요.”
H : 그래도 사랑하시는 분이 살아계셔서 행복하시겠어요.
V : 그런가요.
잠시의 정적
B : 저도 말해도 괜찮을까요?
D : 네. 말씀하세요.
B : 저는 버스킹을 끝내고 집에 가던 길에 차에 치여서 죽었어요.
H : 저런.
V : 어쩌다.
둘은 탄식 했다.
B : 그러게요. 다들 자살 아니면 타살이네요. 자연사는 없고..
D : 그러게요. 이게 아까 그 소리가 말한 답 아닐까요?
M : 적어 볼까요?
V : 그래요. 적어 봐요.
H :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쩌려고...
V : 그럼 내가 먼저.
D : 저도.
둘은 뾰족한 것으로 종이에 적는 듯한 행동을 취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V : 아무 일도 없는 걸요?
D : 저도 아무 일도 없어요.
M : 이게 답이 아닌 건가 보네요.
H : 답이라, 아까 그 목소리는 삶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M : 삶이라고 해도 아무 것도 적히지 않는데 다른 답이나 방법이 있나 봐요.
B : 그럼 일단 기다려 보죠. 지금까지도 결국 기다리면 조금씩 기억이 났으니.
V : 좋아요.
동의의 말에 모두 끄덕여 동의한다.
우리는 또 말이 없이 기다린다.
조금이 지나자 서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B는 기타를 매고 있는 모습, V는 간호사의 모습, H는 원피스, M은 야구점퍼를 입은 모습, D는 정장을 입은 모습 그리고 또 한명.
M : 누구야!
C : 저는...
D : 혹시 처음의 목소리의 주인공?
C : 아니. 저는...
V : 그럼 누구에요.
C : 저도 잘 모르겠어요.
H : 기억나는 게 없으세요?
C : 네.
H : 그럼 무리하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C : 감사합니다.
V : 수상한 사람인데 이렇게 놔둬도 되요? 다른 분들이 말씀해보세요.
D : 일단 저 분은 잘 보이지 않는 걸 봐서 더 늦게 죽으신 분일 수도 있으니 기다려 봐요.
M : 저도 일단 기다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보다 작아 보이기도 하고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은 걸요?
그의 말대로 C는 작았다.
V :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잖아!
B : 진정하세요. 위협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일단 우리가 기억난 걸 말해 보아요.
V의 분노를 B는 막아서며 말한다.
H :그래요. 이 분이 누군지는 나중에 듣기로 해요.
H의 정리. V는 C에게 따지러 다가갔지만 이내 차오른 말을 뱉지 못하고 돌아서서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우리는 책상을 옮겨 원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서로의 변화를 확인하고 대화를 편하게 만들었다. 앞을 보기만 해도 다른 이들이 보였고 이상이나 변화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M : 제가 기억난 건 주유소에서 저는 일하고 있었고 혼자 살았어요. 학교를 다니려고 돈을 벌고 있었고 절 태운 손님은 항상 여자를 태우고 왔던 사람이고 의사였어요. 절 태운 날에는 혼자 왔었고... 아. 절 죽인 사람의 기억이 강해서 제 얘기를 너무 안 했네요. 집은 가난한 편은 아니었지만 집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그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었는데 그 날은 왜 그랬는지... 좋았던 분으로 기억나네요.
V : 저는 간호사로 일했어요. 그러다가 같은 병원 의사와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는 절 사랑했어요. 하지만 그에게 스토커 같은 여자가 있었고 그녀가 죽는다고 해서 그가 떠나려고 할 때 가면 내가 죽어버리겠다고 했는데 그가 떠나서 약을 좀 많이 먹었는데 죽어버렸네요. 그는 절 많이 사랑해서 저희 집도 도와주고 뱃속에는 아기도 있었네요.
B : 저는 음악을 배우고 있었어요. 음악을 하고 있었고 그날도 친구들과 버스킹을 하고 돌아가던 길이었어요. 날도 좋았고 술도 마셨고 기분도 좋았는데 사고로 그렇게 됐네요. 다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음악을 하며 여유도 있을 만큼 집은 살았고 다만 부모님 두 분은 헤어지셨던 것 정도가 기억나네요.
V : 저도
B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V가 말한다.
B : 오. 동지.”
V : 이런 게 뭐가 기분 좋은 일이라고 죽고 나니 이런 것도 기분 좋게 말할 수 있네요. 살아 있을 때 뭐가 그렇게 빡빡했는지...
B가 내민 주먹에 주먹으로 답하고는 V는 푸념한다.
H :그러게요. 저는 공무원 아버지, 교수인 어머니. 저도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친구와 오래 사귀고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남자친구의 여자가 저에게 찾아와 임신 사실을 알렸고 저도 임신을 했던 상태였는데 남자친구가 저를 선택했죠. 그래서 오는 길에 죽었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아야 했는데 죽어버렸네요. 참 못난 여자네요.
V : 그럴 수도 있죠. 뭐. 저도 자살을 했는걸요. 그래도 잘 사셨네요. 부럽다.
H : 아니에요. 뭘요.
M : 두 분은 참 사랑하는 사람을 많이도 사랑하셨네요. 저도 그런 사랑을 해봤다면 더 살고 싶었을라나. 후련하네요. 전 죽고 나니.
H : 저도 후련하기는 해요. 이제 남자친구를 볼 수 있으니.
V : 나도 그를 볼 수 있으니까.
B : 다들 멋있네요. 아쉽다. 이런 이야기를 곡으로 썼다면 참 좋았을 텐데.
M : 근데 왜. 갑자기 말씀이 없으세요.
D는 M의 질문에 망설였다.
D : 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H : 그래요. 그럼 좀 더 기다려 봐요. 여기가 어쩌면 저세상으로 가는 대기실인데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을 걸 같아요.
D : ...네.
D는 약간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별 의심 없이 서로에 대해 확인을 마치고 다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머릿속에 또 소리가 울렸다.
공백 : 여러분의 삶에 대해 얼마나 기억나셨나요?
그 소리가 울리는 순간. M이 D에게 달려들었다.
M : 선생님!
소리를 지르는 M에게 잡힌 D는 책상 위의 뾰족한 것으로 M을 찔렀다.
M :악!
M은 소리를 치며 물러섰다. 하얀 공간 안에 처음으로 다른 색이 뿌려졌다. 검은 빛의 액체가 흘렀다.
D : 다가오지 마!
D는 뾰족한 것을 휘두르며 소리를 쳤다.
우리의 머릿속에 서로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Bard, Cell, Doctor, Hitori, Man, Venus.
M : 저 새끼가 그 의사야.
B : 날 친 사람.
V : 자기?
H : 오빠.
C : 아빠.
D : 아빠? 내가 왜 네 아빠야?
C : 아빠라고 떠올랐어요.
V : 그럼 너.
H : ...제 아이일 수도 있어요.
M : 지금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저런 새끼 애면, C도 위험한 놈이에요.
B : M,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어쩌면 여성분 중 한 분의 아이인데.
M : B, 넌 착한 척 하지 마. 너도 저 놈한테 죽은 거 아냐? 우리 모두 저 놈 때문에 죽은 거라고.
B : 그래도 이건 옳지 않아요. 여기서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지.
M : 역시 편하게 살아온 놈들은 생각하는 게 비슷하구나.
B : 네?
M : D나, 너나 여유 있게 살았으니 이런 악도 없지?
B :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갑자기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요.
M과 B의 언쟁 중. D는 무언가 깨닫는다.
종이로 다가가 D는 무언가 적는다. 뜨거운 기운이 생기더니 D가 빛을 내며 사라진다. D자리의 하얀 종이와 손에 들고 있던 뾰족한 것도 함께 사라진다.
M : 뭐야. 그 놈 어디 갔어?
B : 아!
M의 말에 B는 무언가 깨닫는다.
사실 모두가 깨달았다.
누군가를 찌르면 나오는 검은 액체 그 것으로 종이에 적으면 여기를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누군가를 찌르지 않는다.
V : H, 왜 그와 저를 방해했죠.
H : 저는 오빠랑 결혼할 사이였어요.
V : 당신 정도면 더 좋은 남자도 사귈 수 있었는데 왜 하필 그를.
H : 사실 무서웠어요. 나쁜 남자들을 만나서 고생도 많이 했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겨우 일을 구하고 친구도 없이 일터에서도 혼자 그러다 만나게 된 오빠라 사촌들은 나쁜 남자만 만나다 보니 나쁜 남자가 취향이 된 것 같다고 그렇게 비꼬았지만...
V : 이것 봐. 사촌들도 잘나서 그를 알고 있었네. 그런데 포기를 안 해? 다시 소개를 받지.
H :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요.
C : 싸우지 마세요.”
V와 H의 언쟁에 C가 끼어들어 말린다.
V : 이거 놔! 난 너 같은 거 바란 적 없어!
H : 그만해요. 왜 그래요. 애한테.
C : 미안해요. 엄마.
V : 누구한테 엄마라 그런 거니? 난 아니지? 소름 돋으니까 그런 소리 다시 하지 마.
H : 듣지 마. 나쁜 얘기는.
H는 C를 안아 귀를 막으며 말한다.
B : 그런 개인적인 말은 그만하고 어떻게 나갈지 생각해 보죠.
M : 뭘 생각해요. 방법도 알았는데. 그냥 한 명이 희생해서 나가죠. 일단 전 빼고 찔려보니 아파요. 이거 꽤나.
V : 남자가 돼서는 그런 것 가지고 그래요?
M : 아니면 찔려 보시던가. 여자라고 못할 게 뭐 있어요. 그런 식이면.
V : 뭐?
C : 저를 찌르세요.
M : 그래. 네가 찔리자. 너희 아빠 때문에 여기 사람들이 다 죽은 거야 알지?
V : 그래. 네가 찔려라. 필요도 없었는데 쓸모는 있네.
H : 그러지 마요. 애한테.
B : 그래요. 아직 아무 것도 모를 텐데.
C :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엄마 뱃속에만 있었고 느껴지는 것도 그 공간, 고동뿐인 걸요. 다른 분들은 사시면서 들어보니 많이 아프셨던 것 같으니 제가 찔릴게요.
M : 괜찮다고 하잖아요.
M이 달려들어 C를 찌른다.
C : 읍.
C는 비명을 참는다. M은 빛과 열기를 내며 사라진다.
H는 달려가 C를 안는다.
H : 울어도 괜찮아. 참지 않아도 돼. 누군가를 위해 너가 아파야 할 이유는 없어 누구도 너를 아프게 하고 행복해야 하는 이유도 없고 그러니 이런 건 그만두자.
C :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엄마.
H : 이렇게 못난 나도 엄마라고 불러주는 거니...
V : 그래. 너희 연놈들 때문에 내가 망했으니. 너희가 그냥 찔려.
V가 C를 안고 있는 H를 뒤에서 찌르려고 한다.
B : 안 돼! 윽
B가 막으며 대신 찔린다. 아파하지만 소리는 지르지 않는다. V는 빛을 내며 사라진다. 이제는 그 모습이 폭발과 같은 모습을 하며 열기가 따뜻함 보다는 뜨거운 감각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C : 엄마.
C는 H의 품을 빠져나와서 다시 안는 H를 뿌리치고 H의 자리에 있는 뾰족한 것에 자신을 찔러 H의 종이에 무언가 적는다.
- 엄마. 사랑해요.
하지만 사라진 것은 C였다. 아까보다 따스한 느낌으로 터지는 감각이 아닌 빛이 가운데로 모이더니 C는 사라진다.
B : 이게. 삶인가 보네요.
그런 C의 모습을 보며 B는 뭔가 깨달은 듯한 말투로 말한다.
H : 네?
B : 희생. 어떤 종교에서 말하던 희생을 하면 마지막에 받는 보상이란 삶의 답이요. 나머지 분들이 가신 곳은 아마 살았을 때 듣던 지옥인 것 같네요.
H : 그러게요.
B : 먼저 가세요.
H : 그럼 혼자 남으실 텐데.
B : 아니에요. 전 M의 말대로 살아서 행복했어요. 죽은 게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C랑 다시 만나고 싶으시잖아요.
H : 아니에요. C처럼 저도 희생하고 싶어요. 제가 누구의 엄마나, 연인이나, 딸, 여자 이런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순수한 마음처럼 그런 아이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B : 그래도...
H는 B의 손에 뾰족한 것을 쥐어준다.
B : 안녕히. 다음 생이 있다면 또 봐요. 부디 좋은 모습으로.
B는 눈물이 나왔지만 자신을 찔러 H의 종이에 적고 사라진다.
혼자 남은 H.
공백 : 혼자 남으셨네요.
머릿속에 울리는 말.
공백 : 사실 여기에 서로에 대해 알던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도 누구를 죽이지 않았고 서로 죽은 시기도 다르고 모두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이이죠.
H : 네?
공백 : 저는 그저 질문은 했습니다. 여러분의 삶이 어떠했는지. 마음대로 자신의 삶에 타인의 기억을 더해 자신의 삶에서의 인간으로 지정하고 여러분은 서로를 상처 입히거나 스스로를 상처를 입히며 살았습니다. 그게 태어나고 살아온 방식이죠. 죽음에서 완성되는 사실, 그 사실은 다들 타인에 의해 죽었다는 것입니다. 다들 자신을 죽였다고 생각하던 그도 말이죠. 다만 모든 기억이 돌아오기도 전에 다들 급하게 떠납니다. 삶에서 죽음으로 도달한 것처럼 기다림이라고는 없이. 다들 달리기를 하듯 목표를 정하고 달려갑니다. 물론 그 목표도 타인에게 상처입거나 그 것으로 상처입어 자신의 순수한 의지만이 아닌 다른 것들이 덮어져서 이미 자신은 잃은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타인들이 당연시 하는 가치를 향해 여유도 없이. 죽어서도 답이라는 결과를 위해 삶이라는 질문을 했는데도 똑같은 결말로 말이죠. 당신이 답은 아닙니다. 물론 이 질문에 애초에 답은 없습니다. 웃기게도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삶을 결정하는 건 자신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가 물은 것은 답이 아니었고 여기엔 당신의 삶을 판단할 다른 사람도 없습니다. 자. 이제 말해보시죠. 당신의 삶은 무엇이었나요?
H : 행복하고 사랑받고 싶었어요.
공백 : 그렇게 쉽게 나오는 말인데. 왜. 살면서 그렇지 못했을까요?
H : 그건...
공백 : 당신의 답은 이미 제가 말했으니 되묻는 건 의미가 없으니 듣지 않기로 하죠. 제가 원하는 건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의 답이 아닌 제가 모르는 당신의 삶이었으니 다들 제가 주는 질문에 대해서 무언가 의미를 부여합니다. 스스로 말이죠. 하지만 그 결과도 스스로 만듭니다. 답이라는 이름의 것은 항상 자신이 내고 가벼운 이런 질문조차 시험이다, 역경이다 하며 의미를 부여합니다. 저는 그저 당신이 바라던 그 삶처럼 행복하고 사랑받고 싶은 자신의 삶의 진정한 목표에 대해 눈치 채기를 바라며 질문 하는 것인데. 항상 여러분은...
울림은 멈춘다.
공백 : 너무 얘기가 길어졌군요. 이제는 부디 행복하시고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H : 네?
눈앞의 하얀 빛의 풍경이 사방으로 퍼진다. 눈앞에 빛은 점점 형태를 띄더니 다시 풍경으로 변한다.
의사 : 이제 괜찮을 겁니다.
아버지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의사선생님의 손을 잡고 말하고 있었다.
엄마 : 괜찮니?
남동생 : 누나!
여동생 : 언니!
그 병실 안에 존재하는 모두의 모습이 C, B, D, M, V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물었다.
나 : 아기는?
공백 : 무사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세상에 전부인 내가 사랑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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