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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상반기 신인발굴]_소설_홍준표_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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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17-02-16 16:09

본문

<소설 부문>


성명 : 홍준표

성별 : 남자

연령 : 23(21)

주소 : 경기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600-9번지 202

연락처 : 010-5191-7111

 

 








 

 

제목 : 당신의 그림자 

장르 : 현대 판타지 

주제 : 사람의 마음이 있는 현대화 된 저승사자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이라고는 어두운 방뿐이었다. 창문이 있는 방으로 구하고 싶었지만 창문이 있는 방은 창문이 없는 방에 비해 몇 배가 더 비싸다보니 이런 방으로 구했다지만, 아침마다 자살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돈이 없다보니 다른 방으로 옮길 생각도 안 들기는 한다만.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공동 샤워실로 가서 대충 양치와 세면, 머리만 감은 다음에 라면을 한 개 들고 끓여 먹었다. 고시원에서는 이런 것은 마음에 든다. 식비라는 것이 거의 안 든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365일 동안 라면만 먹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거나 할 때는 라면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 보니 좋다. 이곳에 평생 있을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좋은 것은 좋은 거니까.

어릴 때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현실이라는 무서운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대학에 와서는 그것이 내 몸을 덮치는 것 같아 군대로 피신을 가듯 도망쳐 왔다. 군대에서도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이미 늦은 것인지 아니면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름대로 많은 스펙을 갖췄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회사들에서는 나를 거절했다. 대학도 졸업하고 나이도 25이나 먹었 것만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는 것도 뭐해서 자취를 한다고 하면서 나온 곳이 고시원이다. 월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떻게든 내고 있다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이제는 뭘 할지도 고민이다. 어떤 것을 새로 도전하자니 나이가 있고, 이 길을 계속 가자니 언제 될지도 모르겠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려 하자 고개를 흔들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르바이트 장소 중 하나다. 교대하는 녀석과 돈 계산을 끝마치고 교대를 한 다음 정리 상태를 확인했다. 솔직히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라고 해봤자 하는 것은 없다. 어차피 물건들은 평일에 오며 온다고 해봤자 창고에 박아 넣으면 된다. 거기다가 오전 근무라는 혜택까지 있으니 하는 것이라고는 시간 때우기나 얼마 없는 손님 받아주기 뿐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다음 일은 서빙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잘 생겼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도 그나마 나은 정도라고는 들어서인지 이쪽 일은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가계에서 계속하면 호텔이랑 연결 되어 있어서 호텔 쪽으로도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고민도 되는 직종이다. 그렇지만 언제 될지도 모르는 일을 계속 할 수도 없는 거고. 거기다가 어머니께는 뭐라 설명하라고. 호텔로 바로 간다면 모르지만 레스토랑 서빙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는 없으니까. 그걸로 살 수 있다면 나는 다행이지만 어머니는 말 할 수는 없지만 서운하실 테니까. 그런 꼴을 보여줄 수는 없지.

"후우. 담배나 필까?"

"선배 휴식? 그럼 저도 담배 때문에 휴식 가져도 됩니까?"

"음식이나 서빙해. 나 하나 빠지는 건 상관없다만 너까지는 아니야."

"주말에 손님 몰리는 거 싫어! 다 죽어!"

아끼는 후배 놈의 말처럼 다 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재능을 알고 회사에서 뽑아 주려나? 우울한 생각 지우려고 담배 피는 건데 더 우울해 지겠네.

잡념을 지우고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던 연기는 힘 없이 사라져갔다.

그러던 중 반대편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사람이 어렴풋이 보였다. 뭐야 저 사람. 왜 옥상에서 담배를 피워? 라고 생각할 때 쯤 뒤에서 급히 부르는 소리가 나 담배를 끄고 달려갔다.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본 것일까? 나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라면 좋겠지만 아니겠지.

씁쓸해지는 마음을 가지고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스마트폰을 조작해 한 어플에 들어갔다.

"이름 곽민준, 나이 25. 아직 젊은데 왜."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너무 잔인한 결말이었으므로. 이 직종에 있는 다른 녀석들도 이런 미래를 봤던 걸까? 그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했던 거냐고. 젠장. 이런 직업 따위 때려치우고 싶어.

 

 

뭔지 모를 기분을 가지고 일을 하던 중 퇴근 시간보다 더 일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 오늘 추가 수당! 1시간 늦었어요!"

"? 진짜다!"

"그전에 다음 순번은 왜 지각이야!"

"와 있거든! 그런데도 바쁜 거고!"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더 일하고 추가 수당을 받기로 매니저에게 약속을 받고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어차피 오늘 일은 이걸로 끝이다. 내일부터 일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로써는 끝이니 상관없겠지.

"민준이, 오늘 일도 빡세게 했는데 간만에 한 잔? 물론 술은 더치페이지."

그 말을 듣고 지갑을 열어보니 돈이라고는 3만원 밖에 없었다. 오늘 술 한 잔을 하면 내일은 아무 것도 못 먹는다.

"하하. 오늘은 무리. 월급날까지는 돈이 없으니까 말이야."

"우우 구두쇠. 그렇게 살다가 남들이랑 못 어울려."

그들은 내가 돈을 아끼려는 것 같아서 빈정거림 정도로 말 한 것이겠지만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괜히 욕을 먹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웃으면서 넘어갈 뿐이었다. 돈이 없는 것도, 이렇게 살다가는 남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에 불과하니까. 나는 진심으로 살아남기 위해 돈을 벌어대는 돈에 미친놈에 불과하니까.

그렇게 술자리를 피하고 고시원으로 돌아온 나는 창문 하나 없는 방에 누워 생각을 했다.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것을 하고 싶었는데 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런 것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 텐데 왜 이러는 걸까. 차라리 학생 때가 나았다. 아는 형들이 학생 때가 좋은 거야, 라고 말할 때는 왜 그런지 몰랐다. 어른들은 자유로워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아니였다. 자유라는 이름의 감투를 쓰면서도 돈이라는 족쇄를 온 몸에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내가 결국 그런 사람들 중 일부가 됬으니 웃을 상황도 아니지.

이런 생각들을 하니 괜히 우울해졌고 자살하고 싶어졌다. 다음 달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창문 있는 방으로 옮겨야 되나?

"이번 달 월세는 냈으니까 됬고, 핸드폰 요금이랑 식비까지 하면 빠듯하겠네. 하아."

통장에 남은 금액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학생 때였으면 이것은 많다고 느낄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금방 사라질 돈에 불과하다. 저축이라는 것은 나 같은 바이트 족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저축이라고 한다고 해봤자 소량이다. 기껏해야 만원이 될까 말까이고, 다음 달에 부족하면 사라질 돈이지.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어릴 때는 몰랐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왜 이런 말을 하는 지를. 그저 돈을 안 모으고 쓰기만 하니까 그러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아니였다. 모으고 싶어도 모을 돈이 없었던 것이다. 저축보다 지출이 많고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진다. 돈을 벌어도, 벌어도 생기는 것은 없다. 그저 빚이라는 것이 안 생기면 좋을 뿐인 현실이다.

"로또 같은 거 당첨 안 되나?"

드라마에서처럼 로또가 당첨 되거나, 부모님이 사실 재벌 2세였다는 둥의 숨겨진 스토리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런 일은 없지만. , 내일 아르바이트는 뭐였더라."

될 수 없는 꿈을 가지고 내일 하루를 견뎌야 한다. 그것이 바이트 족의 숙명이다.

 

"와우. 썩을 만큼 일이 많구만?"

", 하하? 미안! 나도 어쩔 수 없었다구!"

"닥쳐 썩을 놈아."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PC방으로 간 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널부러져 있는 의자들은 기본이며, 바닥에 있는 토사물과 그 냄새, 그리고 여기 저기 어지럽혀져 있는 물건들까지. 도대체 뭔 짓을 하면 야간의 PC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궁금하다.

", 그게 술 먹고 들어온 녀석들이 게임하다가 갑자기 싸우더니, 또 갑자기 토 하고, 또 싸우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이렇게 됬다니까? 믿어 달라고. CCTV 확인해도 좋으니까."

"그건 알겠는데. 왜 아직도 이 모양이냐고."

"경찰 부르고 사태 수습하고 하다보니까 이 시간이더라."

"아 젠장!"

결국 나까지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잖아. 꼭 쉬고 싶은 날에 일을 시키는 녀석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게 이 녀석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냐고.

"너 나중에 컵 라면이라도 사놔."

"미안함돠! 컵 라면에 음료수, 플러스로 라면에 햄까지 추가해 줄테니까 해줘! 나 여친이랑 데이트 있다고. ?"

"나가 뒤지거나 얼른 꺼져!"

"쏘리! 돈은 놓고 간다!"

녀석은 PC방을 나갔고 나는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이 난장판을 어떻게 정리할까. 곧 있으면 손님들이 들이닥칠 시간인데 정리가 하나도 안 되있으면 다 나갈게 뻔하고 수입이 별로면 욕 먹는 것은 나일게 뻔한데 말이야.

"어쩌긴 어쩌겠냐. 그냥 굴러야지."

현실이라는 녀석이 이 PC방에서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들 하시는 게임마냥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의 클릭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인데,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빠르게 열심히 해서 하는 게 낫지 뻐기다가 욕먹는 것은 누구나 다 싫어할 것이다.

군대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까라면 까, 라는 정신과 사람이 포기한다고 생각할 때가 더 구를 수 있다는 것뿐이었으니 포기할까, 라고 생각이 들 때마다 더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보다 일은 빨리 끝냈다. 2시간도 더 걸릴 거 같은 작업이었는데 4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냄새는 환기를 계속하다보면 빠지겠고, 어지럽혀진 것은 대충이나마 다 치워놨고, PC문제는 없는 듯 하고, 손님들이 들이 닥칠 시간도 꽤 있고. 밥이나 먹을 시간인가.

계산대 위에 대충 던져진 만 원짜리 지폐를 챙기고 지갑에 넣은 뒤 지갑에서 1500원을 꺼내 계산대에 넣고는 라면을 끓였다. 40분 정도의 노동으로 번 돈이 8500원이면 양호하다. 더군다나 컵 라면 하나에 단무지는 거의 무제한이니 양호하지.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밀려오는 손님들을 보며 다시금 한숨을 쉰 뒤 라면 용기를 치우고 영업용 미소를 장착하고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래봤자 남자 손님들 뿐이라 반응은 시큰둥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썩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것보다는 평판이 좋을 거다. 나도 학생 때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썩을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면 그 가게 다시는 안 갔으니까 말이야.

"알바 형, 여기 컴퓨터 안 되는데요?"

"알바 형, 여기 라면이요."

"알바 오빠, 음료수 3개요."

바쁘다 바빠. 몸이 10개여도 부족할 거 같아.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아르바이트생의 인원이 한 명이라는 게 너무 억울해. 차라리 옆 나라 일본 마냥 2, 3명 씩 붙여주면 안 되나? 그러면 사장님 돈은 좀 깨지더라도 일단 아르바이트생들은 편할 거 같은데 말이야. 그거 때문이구만. 이유가 너무 쉬운 거라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이렇게 잡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교대 시간이었다.

"오늘도 수고요."

"예압."

짐을 싸고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버스 시간은 20. 차라리 뛰어가는 게 나을 거 같다. 어차피 버스비도 아낄 수 있으면 아끼고 싶었으니까 말이야. 어차피 여기서 레스토랑까지는 얼마 안 걸리는 거리이기는 하다. 뛰어간다면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거의 단거리 선수를 육박할 만큼 죽어라 달린 나는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에 흠뻑 젖은 것도 모자라서 숨을 헐떡이는 채로 레스토랑 앞에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한 10분 정도 남았었다.

"인간이포기 안 하면 안 되는 게 없다니까. 와 뒤지겠네."

"뭐야 민준이냐? 보아하니 버스비 아끼려고 뒤질 듯이 뛰어 왔구만? 저기 가서 땀이나 식혀. 땀 냄새 나서 손님들이 싫어하면 네가 책임질 거 아니잖아."

"예에. 그러면 페브X즈 라도 빌려주셔요. 아니면 담배 냄새로 도배밖에 없으니까."

"이 새끼 보소? 옛다."

점장님은 내 몰골을 본 순간부터 준비해 뒀던 것인지 페브X즈를 어디선가 꺼내 던져 주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가게 뒷문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차피 이것을 알고도 점장님은 방향제를 줬던 거겠지만 말이야. 잠깐의 시간이 남을 때마다 힘들면 담배를 피는 나에게, 그것도 이것마저 없어서 허덕일 때가 많은 나에게 담배를 피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를 알고 있을테니까.

"으아! 오늘도 짜증나는 일을 시작해볼까."

"그걸 점장 앞에서 말하면 짤릴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냐?"

"그런 생각 따위는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러면 짤릴래?"

"죄송함다."

"일이나 해. 열심히 해야지 뭐라도 되지. 너 나이 때는 열심히 하는 게 답이야."

위로하고 한 말이라는 것은 안다. 위안이라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힘내라고 했을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점장님의 말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였다. 내 나이 때는 열심히 하는 것이 답이라는 말. 그것은 내 나이 때의 녀석들에게는 족쇄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인데 말이야. 그런데도 어른들은 무엇이 그리도 불만인 것인지 다 이런 말들뿐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지 인정을 해주려는 걸까.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못 쓸 정도가 되야지 "열심히 했구만." 이라고 해주실까? 아니지. 그러면 욕하겠지. 그럴 줄 알았으면 쉬라고 말이야.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위로를 들었음에도 우울해지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자 점장님께서는 한숨 쉬면 손님 빠져나간다고 물수건을 던지며 테이블이나 닦으라 하셨다. 위로해 주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라고는 하는데 이런 건 사양입니다.

"워어, 민준이 형한테 1등을 빼앗기다니. 이거 수치심 가득이다."

"닥쳐 택시 타고 온 부르주아."

"알바 자리가 1시간 차이나서 어쩔 수 없다니까요? 아무튼 왔으니 그만이지. 거기다가 돈 쓴 건 나인데, 욕먹는 것도 나인 이유는 뭐죠?!"

글쎄다. 그냥 내가 우울하고 짜증나는데 때마침 네 녀석이 도착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쓸데없는 말은 마음속으로 삼켜두고 녀석에게 주방 정리를 떠맡긴 뒤 나는 레스토랑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경석이 형과 진희 누나 등 서빙 동료들이 와서는 도와주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거의 다 끝내놓으니까 등장해서 짜증났지만 말이야.

"아하하. 누가 들으면 일부러 늦은 줄 알겠구만. 나랑 진희는 어쩔 수 없었다니까. 알바가 때마침 같이 끝나서 데이트 좀 하느라고. 너도 알다시피 우리 둘 다 바이트 족이라 시간이 따로 없으니까 이런 시간 밖에는 없다고."

"사과를 하든 자랑을 하든 둘 중 하나만 해. 아니 그냥 자랑은 됬으니까 나가 뒤져."

"형한테 너무하네. 아무튼 간에 일단 나중이라도 도와줬으니 된 거 아니야?"

"늦게 온 주제에 뭐 이리 뻔뻔해? 됬고, 이거나 옮겨나. 곧 있으면 개장할 시간이니까 빨리 빨리 움직이고."

"누가 보면 네가 점장이다."

경석 형은 그렇게 계속 투덜거리면서도 개장 준비를 해놓았다. 저렇게 불평불만이어도 어차피 저 형도 바이트 족이다. 하나라도 아르바이트가 잘리면 생계가 위험해지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사회에 진정으로 나가고 싶어 하면서도 사회가 배척을 해서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 그렇기에 더욱 더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아르바이트라도 사라지면 안 된다. 경석 형도, 나도, 그리고 모든 바이트 족에게도.

 

 

"앞으로 얼마 안 남았군."

어플로 확인해 보니 D-day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정해진 시간이 오는 것이다. 매일, 아니 매 시간마다 확인을 해보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미루어졌으면 좋겠 것만 바뀌지는 않았다. 그저 그 날짜에 있을 뿐이었다.

"내가 나타났다는 것도, 나를 본다는 것도 그 날이 다가와서 라고는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군."

그동안은 계속해서 맴돌기는 했어도 들키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최근이 되서는 나의 존재를 들키기 시작했다. 가까워져서 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날이 다가와서일 것이다.

왜 나는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욱 짜증이 났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곧 일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또 그것에 대해서 내 자신에 대해 혐오감이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25년 간 같은 일을 해와서 이러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다른 녀석들도 나랑 같거나 비슷하거나, 더 한 일을 겪었다는 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맨 정신으로 버텼던 거지? 차라리 나였으면 자살을 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 거야. ."

나도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약이 있어서 자살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살이 가능하다면 남의 손을 빌려서 죽겠다만 그것도 불가능에 가깝지.

"젠장!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주어지는 거냐고! 차라리 나도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살고 싶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말이야."

하늘을 향해 고함을 외쳐봤지만 내 외침은 메아리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내 바람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오늘도 있는 거 같다. 요즘 들어서 자주 보인단 말이야.'

요즘 들어서 왜인지는 모르지만 레스토랑 반대편에 서 있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눈을 돌리면 그 건물 옥상에 있는 그 남자가 왜인지는 모르지만 눈에 확 띄었다. 뭔가 여러 가지 색이 있는 도화지에 홀로 찍혀 있는 검은색 물감마냥.

"민준! 딴 생각하지 말고 일해!"

"아 예!"

그 남자에 대해 신경을 끄고 나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 어차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계속해서 일을 하다보니 오늘도 어느새 퇴근 시간을 지나있었다.

"퇴근!"

"또냐! 악덕 점장이다!"

"난 퇴근 시키고 싶었다만 바빴잖아. 그리고 내가 추가 수당 안 준 적 있냐. 뭔 악덕이야. 재엽이 너는 필요 없나보지?"

"죄송함다!"

이 정도면 예능을 시켜도 손색 없을 정도로 정신 없는 둘의 만담을 뒤로 하고 나는 퇴근을 하겠다고 말한 뒤 건물 뒤로 가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계속 피우면 폐암으로 뒤진다?"

"그러면 사탕 계속 먹으면 무조건 충치 생기고, 고기 계속 먹으면 지방간으로 사망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주하면 무조건 눈 나빠진답니까. 아니잖아요."

"뭐 이리 삐딱선이야? 그냥 충고라고 충고. 담배는 끊을 수 있을 때 끊는 게 좋다고들 하잖아.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끊을 수 있을 때 끊어야지. 계속해서 이렇게 피우다가는 언젠가 죽을 거라고."

나는 경석 형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렸다.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는 생각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군대에서는 선임이나 후임, 그리고 잘 하지도 못하면서 일단 병사부터 갈구는 간부들 때문에 계속해서 피웠고, 사회에 나와서는 이것이 유일한 도피처였기에 끊지를 못하였다. 끊어야 겠다고 마음 먹고 며칠 간 피우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괴롭고 죽을 거 같아서 다시 피우게 되었다. 모든 것이 핑계라는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마저 없으면 세상은 너무 씁쓸하고 각박하게 느껴질테니까. 안 그래도 그렇게 느껴지는데 그게 더 심해지면 안 되잖아.

"아아. 또 떨어졌네."

"뭐가요, 면접이?"

"빙고다. 이놈의 회사는 신입을 뽑는다고 해놓고서는 경력직 우대를 써넣는 건 뭐야? 신입인데 경력이 있으면 그거 이상한 거 아니냐?"

"한두 번도 아니고 뭘 그리 열을 낸데."

"짜증나니까 그렇지."

경석 형의 말대로였다. 신입을 뽑는다고 공고를 낸 회사들의 대부분에서는 신입에게는 말도 안 되는 스펙을 자격 조건으로 보여준다. 경력이라던가, 토익 점수 등등의. 그래놓고 취직이 뭐가 어렵다고 말들을 하시고는. 다시 신입 때로 돌려보내서는 이 조건으로 취직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라니까. 신입이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정상 아니냐니까? 더군다나 이 조건에 맞추는 애들은 더 신기해. 너희들은 뭔 능력자냐. 초등학교 때부터 스펙 쌓기를 한 건지 뭔지.

"민준, 너는 확인 안 하냐?"

"우울한 건 집에서 확인하렵니다. 괜히 여기서 확인했다가 놀림 받거나, 더 우울해져서는 퐁X 앱 깔고 한강 수온 확인한 다음에 빠질지도 모르니까."

"크큭. 맞는 말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일단 취칙해서 부모님 얼굴에 합격증 던지고 싶거든. 우리 부모님 이래 보여도 날 엄청 무시한다니까?"

"나라도 그럴 듯한데."

"너무한 거 아니야?"

장난 식으로 얘기했지만 경석 형 말에는 동감이다. 나도 취직했다고 부모님께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준비 기간'인 바이트 족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취준생으로 살기에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어른들의 눈빛이 너무도 차갑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부모님께 합격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부모님도 조금이라도 더 당당해 질 수 있게.

경석 형과 헤어지고 편의점에 들려 담배를 사고는 고시원 옥상으로 올라가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자주 피는 것 같았지만 어쩌겠냐. 어차피 떨어질 거 같은 결과를 보려면 이거라고 물어야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후우. 한 번 볼까?"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메일을 들어가 메일함을 뒤져서 지원했던 회사의 메일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땀이 가득 맺힌 손으로 확인을 해보았다.

"귀하는 합격입니다? 역시네. 역시 합격합격이라고?"

믿기지 않아 메일을 처음부터 다시,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지만 합격이라는 글자는 변함이 없었다. 앞에 ''이라는 글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역시 합격이라는 것이다.

", 정말이지? 나 합격이지? 야호!"

"시끄러워! 너만 쓰냐!"

", 죄송!"

고시원에서 시끄럽게 하는 것은 민폐이기에 조용히 기쁨을 즐겼다. 이제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부모님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하루 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고시원을 벗어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는 맥주를 4캔을 구입했다. 술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술을 마시면 취하기만 할 뿐이라 돈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즐거운 일이나 경사가 있는 날에는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라고 배워서인지 술을 사왔다. 그리고는 편의점 근처에 있는 치킨 집으로 가서는 비싼 양념 치킨을 구입했다. 치킨이란 나 같은 바이트 족에게는 감히 볼 수도 없는 신 같은 존재다. 그런 녀석을 샀으니 사치를 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렇지만 오늘은 그럴만한 날이다. 합격한 날이니까.

"어이구 총각. 좋아 보이네?"

"후후. 드디어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거든요."

"정말로? 드디어 구만. 일단 축하혀. 그러면 몇 조각은 서비스야."

"감사합니다."

뭔가 오늘따라 고생하는 거 같더라니 이 행복을 받기 위한 고생이었나 보다. 그런 거라면 오늘 일의 고생을 두 배로 더 해도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길 건너편에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냥 스쳐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으니까. 뭐야 저 남자.

"……."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은 분명한데 들리지는 않았다. 나는 신경을 끄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엄마."

[왜 이런 시간에 전화야.]

당연하지만 엄마는 짜증을 냈다. 그렇지만 나는 긴장감에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긴장을 풀고 쉼 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 나 합격했어."

[? 뭐라고?]

"나 회사 합격했다고. 나 이제 아르바이트 생 아니야. 회사원이라고. 당당한 회사원."

[, 정말이니? 다행이다, 다행이야.]

엄마는 내 일이 자신의 일인냥 기뻐해 주었다. 그것이 전화 넘어로도 느껴졌기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고 있을 때 남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5, 4."

왠 숫자를 세는.

"3, 2, 1."

[민준아?]

그 남자의 숫자가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옆구리가 아파왔다. 왜 갑자기.

그리고 동시에 어떤 이의 팔이 날아가는 게 보였다. , 뭐야 저건. , 그런데 저 팔 내 팔이.

 

 

"곽민준. 나이 25. 201734일 부로 사망. 사인은 교통사고."

"? , 그게 무슨."

그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당연하겠지. 갑자기 나타난 남자 놈이 자기가 죽을 정보를 알려주고 있으니까.

"저기를 봐."

나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승용차 한 대가 가로등을 들이박은 현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한 남자가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다. 그 남자는 내 앞의 이 남자, 곽민준이었다.

", 저거 나에요? , 그게 뭐야. 꿈인 거야? 이 행복도, 아픔도?"

"아쉽지만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내 말에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동안 멍하니 있다가 울기 시작했다. 당연한 거지.

",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딨냐고! 나는 이제 막 행복해 지려고 했어. 이제 부모님도 기뻐했다고! 그런데 왜 오늘이야!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냐고! 차라리 어제던가, 아니면 조금 전이던가! 왜 지금이냐고!"

남자는 오열했다. 당연한 거겠지. 이 남자의 인생은 그동안 계속 불행하다가 이제서야 행복해지려 했는데, 그것이 끝나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나도 말리고 싶다. 차라리 이딴 일도 그만두고 싶었고,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둬라. 인간이라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이 정해진다. 너는 재수 없게도 그게 오늘이었던 거지."

"그러니까 왜 오늘이냐고!"

나는 오열하는 남자를 위로하면서 어플을 조작했다. 그러자 남자의 뒤에 검은 색의 문이 생겼다.

"가야한다. 포기해라. 원망할 거면 차라리 나를 원망해다오.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존재인 저승사자인 나를."

나는 이 남자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저승사자다. 그리고 이 남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붙어있는 존재다. 그러니 원망을 하려면 지켜보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를 원망해야겠지.

"젠장."

"네 인생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마지막까지 위로를 해주며 남자와 같이 문을 열고 걸어갔다. 끝을 모르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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