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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상반기 신인발굴]_시_송우언_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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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5회 작성일 17-02-17 17:22

본문

<시 부문>

      

성명 : 송우언 

연령 : 26 

주소 : 서울시 구로구 구로5110-8 하나세인스톤 11202호  

전화번호 : 010-7411-7739

 

 

 



 

 

해무


 

안개 자욱한 저 끄트머리

뭉개진 수평선은 마지막을 알 수가 없고

바다와 하늘이 섞여버린 그 지점에서

배 한척 위태롭게 흔들리더이다.

 

붉은 기 머금은 구름 한 가득

가려진 빛의 원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고

처연한 공허함만이 머무르는 그곳에서

누군가는 밤이 오는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새벽이 가는 것이라 하더이다.

 

깜빡거리는 등대 불빛 하나

그것마저 졸음을 참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 쉬이 지나치는 끄트머리서

까만 바다 발밑에 펼쳐놓고선

넘어질 듯 몇 번이나 휘청거렸나이다.

 

바다가 뱉어놓은 긴 한숨은

그런 내 속을 아는가, 짙어져가고

차가운 물방울 스며든 바람 마주할 때

아스라이 멀어지는 바다 그 어딘가에서

서러운 눈물 쏟아지더이다.

 

밤과 새벽과 아침이 뒤엉켜버려

흩어지고 주저앉은 시간 어느 한 지점에서

갈길 잃은 나그네 모양 하고선

계속해서 헤매다 넘어졌나이다.

 

확실한 무엇으로 기억할 수가 없어

선과 도형으로는 채울 수 없는

틀이 깨져버린 조각난 바다 위에서

그렇게 해무를 마주했나이다.

 

 




 

 

 

어렸을 적 까맣다고 놀림 받아 울었던 기억이

길을 걷다 문득 생각이 났다.

왜 까맣다는 것이 놀릴 이유가 되는 것인지

그제야 좀 궁금하더라.

 

사람들은 눈부신 햇살을 좋아하면서

그 햇살로 그을린 피부를 멸시하고

반짝거리는 별빛을 좋아하면서

그 빛을 선명하게 만드는 까만색을 싫어하더라.

 

까만색이 참 나쁜 색인가

어둡고 캄캄한 밤은 무섭다하고

나쁜 악마들은 다 까만색으로 그리고

자신을 감추려 까만 복면을 쓰고

생명을 죽이는 까만 총을 쏘고

그렇게 까만색이 참 나쁜 색인가

 

모든 색을 덮을 수 있는 깊이와

지친 사람 쉬이 잠들게 해주는 평안함과

우주를 아우르는 배경이 되어주는

그런 색이 또 있을까 하면

까만색을 나쁘다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이름이 옳지 않은 것인지

그런 시선을 가진 우리가 안이한 건지

아니면 아직 그 심오함을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까만색은 나쁜 색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신비롭고 찬란한 색이기에

우리가 그것을 배우기엔 너무 어려워

그래서 싫다, 싫다 바꾸어 말하는지도.

 





 

늦게 핀 장미 한 송이


 

늦게 핀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시린 계절 배웅 나가 다들 자리 비워

지독히도 외로워진 그곳에

늦게 핀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잎사귀마저 색이 옅어져 떨어지는 와중에도

홀로 그 선명한 붉은 빛 드러내었다.

찬란히 빛을 발하였지만

함께 나눌 이 하나 없기에

그 쓸쓸함 몸 둘 바를 몰랐었다.

 

너무 늦은 것이 죄라기에

텅 빈 고독함으로 값을 치렀다.

찬란한 아름다움을 발하였지만

그네 옆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매서운 바람만이 몰아쳤다.

 

늦게 핀 장미 한 송이 있었다.

누구 하나의 눈길 머물지 않는

이미 지워져 잊힌 그 곳에서

아침에 눈물 한 방울 떨구고선

그저 보란 듯이 피어있었다.

 

차가운 계절 그보다 더 추운 시간에서

혼자 태어나고 죽어야했던 그 꽃은

결국 하소연조차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봄이 오기 전 그 마지막에서

참 아프게 떠났었다.





.


그제야 겨우 배웠다.

 

세상이 나에게 손가락질하더라.

나쁘다, 참 나쁘다 하면서

아프고 나이든 아비를 버려두고

제 살길만 찾아가는 모습이

독하고 매정하다 하더라.

나 정말 그리도 못된 거냐고

하늘에 대고 물어봤었다.

돌 던지던 그들은 몰랐던

피투성이를 한 가슴을

반쯤 자르다만 손목을

자다 깨 지르는 비명을

하늘이면 알 것도 같아서

나 하늘에 대고 물어봤었다.

하지만 어찌나 야속한지

돌아오는 답 한마디 없더라.

그때야 겨우 알았지,

이 아픔 누가 알아주기 바라는 것,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 없다는 것.

그래서 등 돌리고 걸었다.

잊으면 될 것이라 믿었기에

늙은 아비가 도움을 청하면서

늦게야 나를 찾기 시작했을 때

차갑게 버리고 뒤돌아서면

그동안 설움 지워질 거라

그 생각하나로 버텨왔는데

막상 기다리던 시간에 이르니

그저 미치도록 아프기만 하더라.

누군가를 용서하는 이유가

미워하는 것이 더 아파서라는 것을

그제야 겨우 배웠다.

억지로 몇 걸음 뒷걸음질 치다

결국 돌아와 아비의 야윈 손 붙잡으니

그제야 좀 덜 아프더라.

가끔은 이렇게 시린 겨울에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

그제야 겨우 배웠다.

받아들이는 것을, 용서하는 것을,

지나간 시간에 대고 원망 아니 하는 것을

그제야 겨우 배웠다.






내게, 위로.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다

문득 텅 비어버린 것을 알아채

깜짝 놀라 누가 언제 가지고 갔나,

세상 여기저기다 물어봤지만

스스로 알지 못 하면 말해줄 수 없다했음을.

 

날카롭게 짓이겨 핏방울 뚝뚝 흘렀고

그 상처 아물기 전, 또 무엇이 흔적을 남겨

지독히도 괴로운 고통에 소리 지르며

손 하나라도 제발 내밀어달라 했지만

스스로 낫지 못하면 도울 수 없다했음을.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 짙은 바다가 되었고

절대 마를 수 없기에 그 안에서 허우적대며

턱 끝까지 찬 숨을 가까스로 헐떡거려

한번만 꺼내달라고 애원했지만

스스로 나올 수 없으면 무엇도 들어갈 수 없다했음을.

 

작은 것 하나 온전히 소유할 수 없고

아픈 기억 하나 완벽히 지워내질 못해

눈을 감아도 편히 잠들지가 않아

지친 마음 그만 쉬게 해 달라 부탁했지만

스스로 놓지 못하면 떨쳐낼 수 없다했음을.

 

저 높은 곳 하염없이 올라

후들거리는 다리를 꽉 움켜쥐고

발아래 휘청거리는 땅 내려다보며

차라리 마지막에서 부서지려 했지만

스스로 시작하지 않았기에 멈출 수 없다했음을.

 

그래도 아직 있었음을.

책 한권 다 읽지 못하고 서성였지만

다음 장을 여전히 알 수가 없기에

그래서 아직 있었음을.

살아서 이 글을 적으니 죽을 수 없다했기에,

아직 끝이 아니라 끝낼 수 없다했기에,

그저 내게, 위로했음을.





마지막의 마지막.

 

, , 우리가 우연히 만나

그저 칠흑 같은 어둠속에 웅크려

서로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으며

끝이 없는 희미한 점을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 가득 쌓인 벽돌더미를 발견했었다.

 

그것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의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렇게 가득 찬 암흑 속에 갇혀버렸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끝은 있지만 시작이 없는 그곳에서

서로를 벽돌의 무게로 짓눌렀을 때

숨이 잠시 멎은 그 순간

고통조차 희미해진 경계에서

우리는 그렇게 금을 그었다.

 

저릿한 아픔을 억지로 숨기고

승리의 노래를 부르려 발버둥 쳤지만

한줄기 햇살도 허락하지 않는 이곳에선

그저 쓸쓸한 웃음만이 남았을 뿐.

 

벽돌은 비릿한 흔적을 남겼고

그 꺼슬꺼슬하게 남아버린 생채기를

부연 바람의 흔적이 덮어버렸을 때

작은 불씨조차 사라진 공허함속에서

간신히 걸쳐진 옷깃을 여민 채 가만히 앉아

마지막의 마지막을 고민했음을.





막을 올린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무대 위

대본 한 장 받지 않고 올라왔기에

날 에워싼 관객들의 시선이 두렵고

바로 다음 장면조차 예상을 못하고 있다.

 

이것이 희극일지, 비극일지

그것도 아니면 정적인 전개일지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하고 있지만

허나 분명하게도 이 극에서

눈물 떨어지고 웃기도 한다.

 

어쩌다 이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인지

그 간단한 이유조차 모르면서

막을 언제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그 결말이 무엇이 될지 계속 고민한다.

 

두발로 딛고 선 무대는 왜 이리 큰지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새롭기에

그 걸음 헛디뎌 넘어지기도 하며

그렇게 가까스로 적응을 해간다.

 

때로는 가면을 쓰고 상대를 보고

가끔은 정신 못 차리고 해매이며

막이 진행되는 흐름 안에서 간신히

내가 무엇을 연기하는지 알아간다.

 

이 막이 내리면 박수갈채가 있을지

아니면 화난 관객들의 야유가 빗발칠지

어쩌면 아주 조용하게 막이 내릴지

무섭고 또 무섭지만 알 방법이 없다.

 

어떻게 이 막에 올랐는지 모르기에

그 막이 언제 내릴지 또한 알 수 없으니

주어진 이 무대를 계속하는 수밖에는.





돌아오는 길

 

그대 한 명 다녀간 티 안 나는 곳이지만

그래도 그대 흔적 없는 곳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멀리 트인 땅 저 위에 별까지 선명히 빛나는 곳이지만

그대 발아래 딛고 선 작은 돌 하나 구분하기 힘들었다.

 

흘러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곳이지만

그대가 가진 추억은 언제든 이내 찾을 수 있었다.

 

날지 못하는 독수리 하나 있고

달리지 못하는 말 하나 있고

짖지 못하는 강아지 하나 있고

끝내 말 못하고 숨 참는 그대가 있었다.

 

어쩌면 다시 못 올까 싶어

눈망울 가득히 채우고 또 담았지만

이내 다른 무엇으로 흔적 없이 지워졌다.

 

하지만 별빛이 남았고

하늘과 구름이 남았고

눈 감으면 펼쳐지는 풍경이 남았고

그것만은 절대로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을 기약하기 힘이 들어

끝내 차가운 바람 한 덩이 가져오지 못했지만

그리움, 그것은 한 조각 남았다 하더라.






이름에는 의미가 없다.


우리가 흰색을 검은색이라 이름 붙이고

검은색을 흰색이라 이름 붙였다면

하얀 밤하늘이라 부르고

까맣게 눈이 내린다고 했겠지.

 

이름에는 의미가 없다.

무엇을 부르는 도구에 얽매여

그것을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

어떤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참 뜻을 알게 되는 것이겠지.

 

어떤 것을 짧고 길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단어로 묶어버린 세상에서

무엇의 깊이를 가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이름에는 의미가 없다.

다만 가슴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그다음에 이름 붙여 불러준다면

그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이겠지,

 

그러니 그대여 아프지 말라.

당신의 아픔 또한 기쁨이라 이름붙일 수 있었으니

어쩌면 우리는 아프지 않다.

아프다는 이름이 마음을 다치게 한 것 일뿐,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단어에 불과하니

그러니 그대여 아프지 말라,

진정 가슴이 시리고 미어질 때엔

그저 의미 없는 이름 하나 붙여주고 말아라.





네모조각과 바람 한 조각.

 

주사위를 던졌다.

공중에 손에 들고 있던 네모조각 하나를.

여섯 개의 숫자 중 무엇이 나올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며 바라보았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천 번을,

아니 수만 번을.

던지고 또 던지다보면

여섯 개의 숫자 중 무엇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수없는 시도가 있었고

네모조각은 닳도록 부딪혔으니

이젠 그리던 숫자가 나오겠지,

원하던 숫자 하나가 나타나겠지, 했지만

 

문득, 바람 한 조각이 있었고

수없이 반복해왔던 시간을 비웃으며

텅 빈 공허함만을 남겨놓았음을.

그래, 그저 바람이 불어서

애타게 꿈꿔왔던 숫자를 지워내고야 말았음을.

 

저 멀리 한참을 굴러가던 네모조각,

그것을 겨우 붙잡아 서있던 나 하나,

그리고 휘몰아치던 바람 한 조각.

 

수없이 반복했던 시도는 끝내 소용없는 도돌이표.

지칠 대로 지친 네모조각과 함께

오랫동안 그곳에 가만히 서서

그렇게 바람 한 조각을 먹으며

한참을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음을.






건널목

 

지금 잠시 멈추는 것은 어떨까.

그대의 걸음을 위해서

누군가는 기다려주었으니.

 

그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누군가는 멈추어야했기에.

잠시 멈추는 발걸음의 필요는

그대를 위했던 다른 이의 기다림이었음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온 우리가

앞서가려는 욕심에 부딪히기엔

너무나 나약하고, 또 쉬이 아프기에.

 

그러니 잠시 멈추는 것은 어떨까.

서둘렀던 그 발걸음을 대신해

잠시 머무르게 된 그곳에 서서

그대의 시간이 켜질 때까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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